달지기 소년
에릭 퓌바레 글 그림, 김예령 옮김 / 달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반딧불처럼 빛나는 소년의 모자와 바람에 나부끼는 목도리도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천을 정성스럽게 들고 있는 소년의 미소가 마음을 따뜻하게 마듭니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 넓은 천을 달 아래로 드리우고 평안히 미소 짓고 있는 소년, 소년은 누구일까요? 또 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달까지 갈 수 있었을 까요? 책장을 넘겼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티몰레옹, 티몰레옹은 그동안 달지기로 열심히 일했던 자몰레옹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새로운 달지기가 되었습니다. 밤바다 달에 앞부분을 천으로 가리는 일을 하는 달지기! 조금 낯설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달지기가 없으면 매일 밤 동그랗고 하얀 달만이 사람들을 바라 볼 테니까요. 그런데 이 중요한 일을 앞으로 티몰레옹이 하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은 티몰레옹에게 몸을 가볍게 만들어서 달까지 갈 수 있는 알약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차! 티몰레옹이 하나밖에 없는 알약을 잃어버렸답니다. 이제 달에 갈 수 없으니 누가 달 모양을 만들어 주나 걱정하는 티몰레옹. 슬픔에 잠겨 터벅터벅 발걸음을 마을로 옮깁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티몰레옹을 달까지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모두가 헛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인 마을 사람들이 절망스럽게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소녀가 말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달까지 가는 사다리를 만들자고요. 혼자서는 누구도 티몰레옹을 달까지 보낼 수 없었지만 모두 같이 힘을 모아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다리가 완성 됐을 때 비로소 티몰레옹은 약이 없이도 달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봤습니다. 아! 이제 티몰레옹에 얼굴에 어린 미소가 이해가 됩니다, 아마도 달 아래 사람들을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티몰레옹이 무엇을 하고 있을 까 궁금해집니다. 창문을 열고 빠끔히 고개를 내밉니다. 이런, 달에 하얀 빛이 부드러우면서도 완벽한 둥근 모양으로 절 내려 봅니다. 티몰레옹이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겠군요. 순간 머릿속에 그림하나가 그려집니다. 달 위에서 달의 보이지 않는 반대방향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티몰레옹.

  “티몰레옹, 뭐하니?”

  조용히 티몰레옹을 불러 봅니다.

  뒤를 바라보는 티몰레옹의 손에 바늘과 실이 살짝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천에 덮데 인 부분 좀 손보려고요. 누나도 잘 알겠지만 이 일은 아주 중요한 거예요. 혹시라도 실이 풀려서 덮던 부분이 달 아래로 떨어지면 달 모양이 어떻게 되겠어요? 더군다나 떨어진 천이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 위로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제가 달 으로 오는 약을 잃어버렸을 때만큼 당황스럽다고요.”

  쿡쿡……. 당황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달을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티몰레옹은 정성스레 실을 빼고 기웁니다.

  “고마워, 티몰레옹.”

  티몰레옹이 잠시 제게 눈길을 줍니다.

  “뭘요, 제 기쁨인걸요.”

 티몰레옹의 얼굴에서 자랑스러움과 평안함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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