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거실로 나와 오빠 방을 지나치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가는 듯이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도대체 뭐를 보고 저렇게 웃나 싶어 들여다보면 십중팔구는 무한도전입니다.

  “내일 출근 안 해? 봤던 걸 몇 번을 보냐? 그런데도 웃음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뻔히 뭘 보고 저렇게 웃는지 알면서도 꼭 들어가서 한 마디 하고 나오곤 했는데, 그랬던 제가 올 해 무한도전 가요제는 다운로드까지 받아서 몇 번을 다시 봤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오빠가 왜 그렇게 웃었는지 알겠더군요. 보고 또 봐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아옹다옹하는 모습-장르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렸던 하우두유둘-도 재미있었고, 전혀 다른 동네에서 사는 두 사람이 각자의 공간들을 공유-YG사옥에서 동묘를 오가는 형용돈죵-하면서 싹트는 호감도 상승률은 마치 한 편의 로맨스영화를 보는 듯 절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다큐에서 볼 수 있는 진솔성-장미여관의 보컬 육중완 자택 방문,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연상시키는 거머리팀-과 교육성-곰도 춤을 추게 만든 G.A.B, 열 받게 하지마로 혹독한 예능 훈련하는 세븐티 핑거스-에 예술성-복합 예술을 선보인 병살-까지, 다양한 장르를 예능에 아우르며 지난 한 달 간 저를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그 마지막 무대를 봤습니다. 열심히 연습한 무대를 멋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무한도전과 격려의 함성과 열띤 호응으로 화답해주는 관객들 모두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무한도전 단체곡 그래 우리 함께가 나오면서 참가자들 전원의 참여소감이 나오는 과정에서 장미여관의 멤버 강준우씨가 저희 같은 밴드에게는 이런……. 정말 좋은 기회거든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저도 같이 울음을 삼켰습니다. 사실 저는 무한도전 팬은 아닙니다.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가요제 할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고 보는데다가 이번처럼 5회를 연속으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음악적인 지식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장미하관 팀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장미하관팀이 정말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다른 팀들도 훌륭했습니다. 예능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본인의 색을 지킨 병살이 보여준 실험적인 도전, 옹알이 같은 홍홍홍을 중독성 있는 힙합으로 탈바꿈시킨 형용돈죵, 댄스중독증을 R&B 처방법으로 이겨내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멤버들이 직접 만든 가사로 단체곡까지 선물한 하우두유둘, 살쾡이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강인함과 잡아먹는 척만 한 노련미로 멋진 음악을 선보인 거머리, 가사를 살리는 퍼포먼스와 밴드의 힘을 보여준 세븐티 핑거스, 무한도전이 전달해주는 긍정의 힘을 가사에 담고 노력으로 닦은 댄스로 전달한 G.A.B까지, 모두에게 도전 정신과 열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병살팀은 파트너끼리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가요제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음악인이 한 팀을 만들어서 하나의 무대를 선보이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파트너인 정준하가 너무 소외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반대로 형용돈죵의 경우는, 파트너들끼리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었고 음악의 소재도 좋았던 것 같은데 음악을 완성하는 시간은 조금 부족했던 같습니다. 음악이 끝났을 때 뭔가 완성되지 못 한, 미완성 된 노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우두유둘과 거머리팀은 다른 음악인들의 도움이 컸죠. G.A.B의 경우는 댄스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음악적 특징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맞는 음악을 만들고 본래의 갖고 있는 음악적 특징은 살리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 팀은 세븐틴 핑거스와 장미하관, 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팀 모두 무한도전 멤버들의 색깔이 드러난 음악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밴드라는 장점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팀의 무대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 전에 과정을 쭉 보아온 저로서는 이 두 팀이 음악이라는 공통된 과제 하에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세븐티 핑거스의 경우는 소통이, 장미하관의 경우 배려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하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이를 충분히 음악에 실어 넣었습니다. 집합(?)도 몇 번 했다는 것으로 보아 이 둘이 서로 얘기하고 단합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미하관의 경우는 장미하관의 무대를 보고 유희열이 원래 장미여관의 음악은 아니다. 홍철이에게 맞추었다라고 하는 말이 나왔는데 이는 장미여관이 그만큼 내려놓음을 전제로 파트너를 배려하고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멋있었습니다. 게다가 노홍철 또한 박치에 음치라는 고정관념을 깰만한 무한 반복연습이라는 노력으로 파트너와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가요제를 통해서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악인들과 대중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취지라고 볼 때, 장미하관 팀이야말로 그 취지에 가장 잘 맞았으며 화합과 열정이라는 좋은 무대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예능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면서 방송이라는 것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나는 그냥 편하게 않아서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방송을 보지만 그 뒤로 보이지 않는 수고는 상상, 그 이상일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말들과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그냥 자신이 맡은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려는 노력은 보는 사람들이나 보여주는 사람들이나 다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체곡속의 가사가 제 가슴 깊이 남습니다.

  “우리 좋은 얘기 나누자 시간을 함께 걷자

  무한도전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은 이유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멤버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스트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그 시간을 같이 해 준 열혈시청자들이 있었기에 이 가사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나 열혈 시청자들, 양쪽에게 뜻 깊은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저도,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나와 시간을 함께 걷는 사람들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마지막 무대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미여관께. 장미여관이라는 밴드를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 어렵고 힘든 일들을 겪고 지금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들인지는 제가 다 알지 못 하지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 고비를 다 넘기고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제가 나이도 더 많고, 이제 다들 곧 장가도 가시겠지만, 앞으로 꼭 오빠라고 불러 드리겠습니다. 힘들 때마다 같이 한 시간들을 생각하고 좋은 얘기를 다시 나누면서 오랫동안 함께 음악하기를 기대합니다. 강준우오빠, 육중완오빠, 배상재오빠, 윤정현오빠, 임경섭오빠 아자, 아자, 아자~~~! , 노홍철 오빠도 아자! 무한도전도,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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