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노재명 옮김 / 북라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국화와 칼을 처음 집은 건 고등학교때였던 것 같다. 우연한 계기로 처음 그 책을 읽고는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내가 그 동안 그들을 잘 몰랐었구나' 였다. 그 것은 초등학생일때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머리에 뿔을 그렸던 행태를 멈추었을때 느낀 느낌과 비슷했다. 나는 사실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막무가내로 미워했는지......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교육이란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었다. 사실 나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적개감만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였다. 이렇게 반성하게 만든 건 물론 지은이의 일본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때문이었다.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권력의 흐름을 따르는 역사가 아닌 거꾸로 인간 일본인으로부터 풀어나가기에 다른서적에 비해 날카로우면서도 그 깊이가 남다르다. 물론 미국인인 저자에게는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에 알맞는 행동을 하고 또 그러면서도 명예를 중요시하며 무를 숭상하는 동양의 한 나라가 묘할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동양권이며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충, 효등의 덕목을 소중히 여기는 우린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면이 많았다. 다만 막부정권을 오래 겪은 그들의 역사적 특징으로 인해 문보다 무가 우선시 되었을테니 우린 국화와 펜이면 그들은 국화와 칼인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즉, 전쟁을 좋아하고 야만스러워서 무를 숭상하는 것이 아닌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고 예를 갖추며 무를 숭상하는 점은 그리 특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충이란 덕목과 무가 합쳐지니 거기에 야심차고 비뚤어진 지도자라면 문제가 터질 수 밖에 없으니 이웃인 우린 참 걱정스럽다. 국화와 펜이면 뭔일 있겠는가만은 국화와 칼은 알고 보니 참으로 무서운 양날이었다.

어쨌든 역사나 문화인류학 이런 책들을 읽을때마다 느꼈던 것이였지만 권력을 가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덕이란 허울을 뒤집어 쓰고는 결국 하는 짓이 그들의 백성을 전쟁터로 내모는 일 같다. 기꺼이 그렇게 하도록 눈 가리고 귀막고 하늘까지 들먹거리며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이익만 고스란이 취하고는 사실 그들에게로 향해야할  증오는 또 나라라는 이름으로 묶어 백성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다. 결국 증오는 증오를 낳게 되어 서로 미워하고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러나, 또 무슨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듯하면 증오를 더 부추겨 또 다시 그 이익을 향해 그들을 방패삼아 나간다. 그런 점에선 어떻게 보면 타 민족보다 더 잘 순응하는 그들이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가끔 충이란 덕목이 싫어질때도 있다.  

그러나, 책이 줬던 느낌은 세월과 함께 엷어지고 유달리 일본이라면 민감한 나라 안에서 또 다시 미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때 '일본은 없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에 혹해 그 책을 보고는 그 실망감에 '국화와 칼'을 떠올리며 난 또 내가 바보같이 휘둘리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인기에 영합하는 그녀에게 속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그 책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그 얄팍했던 책처럼 얄팍한 인격에 지금은 욕을 먹고 있으니 역시 세월이 지나면 좋은 책과 좋은 인격은 빛을 보게 되나 보다.

내게 처음 충이라는 덕목과 교육의 씁쓸함을 일깨워 줬던 이 책을 이제와 다시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잘못한 것은 영원히 잊지 말고 또 사과를 요구할 건 요구해야겠지만 정치나 역사와 관계없는 부분까지 그냥 싸잡아 욕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렇다면 우린 우경화를 외치는 그들 안의 극우세력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일단 그들을 알고 비판하고 싶다. 그런데 웃기는 건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일단 알게 되면 무조건 미워할 수는 없게 되는 것같다. 그들도 우리같은 사람일 뿐임을 깨닫게 되니 말이다. 그게 이해의 시작 아닐까? 저들이 우릴 이해하려 하지 않는데 너는 이해하고 싶냐고 반문한다면 역사적, 정치적으로는 나 역시 용서할 수 없다고 그래서 꼬옥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 특유의 민족성때문에 그들을 예의 주시해야할 것은 사실이나 그저 막무가내로 증오만 하는 것은, 남이 하는 짓이라면 그저 기분 나쁜 일이겠지만, 내가 그렇게 막무가내라면 좀 부끄러워서 그런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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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0-16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다..!

카페인중독 2006-10-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런데 님의 칭찬에 왠지 자꾸 창피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