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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유실된 기억을 찾는 시간 (공감0 댓글0 먼댓글0)
<3월의 마치>
2025-03-16
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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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기억은 찾는 게 옳을까, 잊혀지는대로 놓아두는 게 좋을까. 기억은 삶을 지배하는 것인지, 삶을 파괴하는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했다.

잊혀진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 괴로워 읽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닫고, 모른척하고 싶었던 <3월의 마치>.

고통스러운 삶을 지나온 마치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게 두려워 사랑조차 원하는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는 쪽으로 내버려 둘 때마다 고함을 치며 말리고 싶었지만, 나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시간이 머무는 듯 멈춰버렸던 이야기.

한 사람에게 온갖 고통을 던져주면서도 화려한 배우의 삶을 설정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없었다면 마치는 어떻게 삶알 살아낼 수 있었을까 공감도 했다. 지긋지긋한 삶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쳤을 마치라는 여성을 생각하니, 기억 아니 삶의 의미가 무슨 소용인가 생각도 들었던 서사.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딸에게 “미안하다”라는 마음을 전했을 때조차, 그 먼 여정을 돌아왔을 마치에게는 너무쉽지 않았을 말들이지만 결국 해내서 다행이다 안도를 느꼈다.

마치의 생이 너무도 비루하고 고달파, 그 모든 것을 감당하고도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게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없고, 서로를 알고자 했던 마음도 없었던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묶인 구성원이 의무로만 살아가면서 닥쳐올 쓸쓸함과 고통은 해소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버티는 마음들을 마주하면서, 마치가 그냥 내려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지키고 싶은 것들과 지켜지지 못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되는 시간들을 생각하며 마치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으나ㅜ기억을 잃는 게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생을 얻고도 줄기차게 부정당하며 자라왔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한 채 엄마, 아내, 배우 어떤 누군가가 되는 일. 자신이 자신을 알지 못한 채 시간에, 책임에 떠밀려 살아가는 일. 무엇도 찾지 못한 채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그리 따뜻하지 않음을, 치열하게 사는 어떤 날도 나를 잃으면 의미가 없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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