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본즈 - The Lovely B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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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꽤 기대를 했더랬다. 사후세계를 그린 영화.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은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죽었다 생각한 사람이 천국도 아니요, 현실세계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 머물며 현실세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또 어쩌면 어떠한 영향력마저 끼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살해당하지 않았는가. 이 꽃다운 나이에 살해당한 억울한 처자, 이 처자가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세계를 떠돌며 현실 세계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지켜본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기대감을 갖게 만든단 말이지.

그런데 막상 영화의 뚜껑을 열고 나니, 별거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그냥 나는 납득이 안 된다. 자신의 죽음을 그렇게도 억울해 했고 그렇게도 분노했음에도 자신의 살해범을 밝히려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와 첫키스를 택했다는 것이. 이것이 순수한 소녀의 감성이라고? 가족들은 그렇게 살해범을 찾고, 또 그 속에서 죽은 딸을 잊어가고 하는 과정을 통해 더 끈끈한 유대감으로 태어났다고? 그러니 그 딸의 시신은 그냥 구덩이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도 된다고?

도대체 감독은 뭘 말하고 싶은거야?? 그래 놓고서는 마지막엔 천벌 받은 형태도 살해범을 벌주었다. 이건 또 뭥미?? 어찌됐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한 거잖아. 수지가 그렇게 가족들을 떠나갔듯이 수지의 시신도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터이니 그냥 그렇게 가족들의 유대감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또 다른 아픔을 주지 않도록 없어져야만 했던 거야??

이 영화의 큰 주제인..가족 사이에 힘들 일을 겪고, 또 그걸 계기로 더욱 유대감을 느끼고 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걸 보여주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것이 거부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고. 그리고 감독이 보여준 중간세계도 그냥 이쁜줄은 알겠는데 그렇게 감동적이지도 않았고.

아..정말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큰 법인가. 처음 리뷰를 쓰려고 할 때, 이렇게 막무가내로 까려고 했던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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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 Harmon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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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울었다. 스토리 뻔한 거 알겠고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겠는데 영상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리..

이 영화는 아이와 엄마라는 설정을 통해 피끓는 모정, 그리고 생이별을 보여줬고 역시나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리고 가슴 속의 상처를 음악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줬고 한번 죄를 지었다는 것 때문에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의심받는 가슴 아픈 상황도 보여줬다. 영화를 볼 당시엔 눈물 흘려가며 봤는데 지나고 나닌 사실 이 영화의 배경이 굳이 교도소여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으면 1년 6개월 밖에 키우지 못한다는 것도 보여줬고, 사형제가 폐지 되지 않은 우리나라, 그 속에서 합창단 지휘자이던 선생님의 사형집행도 보여줬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굳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생각했을 때, 굳이 교도소여야 했을까 싶고, 굳이 교도소여야 했다면 그 메시지가 좀 약하지 않았나, 너무 신파에 묻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냥 그 당시에는 눈물 펑펑 쏟아가며 보기 좋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그냥..보고 많이 울었던 영화, 좀 신파였던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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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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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입부,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사랑도, 운명도, 결혼도, 속박도 싫다던 썸머. 연애는 하고 싶지만 연인은 싫고, 연인들이 하는 연애짓을 하긴 하지만 그 대상은 연인이 아닌 친구여야 한다. 썸머는 거의 글루미 썬데이의 일로나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이건 영화. 이런 장단에 함께 맞춰주는 남정네가 있었으니 그것은 톰. 가련한 톰. 너의 잘못은 애초에 나는 너와 친구가 아닌, 연인 사이가 되고 싶다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 점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그렇게 500일 동안 고문 당하진 않았을텐데. 너의 오케이로 인해 썸머는 불가능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반전은 그렇게 속박을 싫어하던, 그래서 누가봐도 연인임이 분명한 톰과의 사이도 인정하지 않던 썸머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혼의 이유가 다이아반지였든, 톰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운명의 이끌림이었든 톰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인 거지.

서로에게 서로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기는 했는데 이건 영 톰에게 불리한 게임이었다. 사랑에 대한 냉소를 품고 있던 썸머는 톰이 말했던 운명을 알게 되었다며 톰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고, 즉 썸머의 운명의 상대는 톰이 아니었지만 톰에게 있어 사랑에 대한 냉소에 눈을 뜨게 해 준 것은 바로 썸머였던 것. 여러모로 손해보는 장사를 한 톰.

이런 톰에게 감독이 내려주시는 선물, 어텀. 이름가지고 장난질 친 거는 생략하고. 이제 운명이 아닌 우연에 기대를 하게 된 톰. 하지만 난 의문이 드네. 과연 우연이 운명과 크게 다른 것인가 하는.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 되는 거 아닌가? 우연으로 시작해서 운명이 되는 거 아닌가? 애초에 그 운명이라는 것도 우연에 기인한 것 아닌가? 사실 나는 운명을 대체하기 위해 우연을 끌여들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운명이나 우연이나 한 끗 차이. 차라리 생활 속의 익숙함? 미처 우연이니 운명이니 그런 거 느끼지 못했던 대상에게서, 그 익숙함 속에서 점자 서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껴 가면서 사랑보다는 우정, 신뢰에 기반한 사랑을 선택하는 쪽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음..이렇게 따지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이 영화는 알랭 드 보통과 관련이 있는 듯. 영화 속에서 나온 책도 알랭 드 보통 책이었지 싶은데. ㅎㅎ 여하튼 썸머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되면서도 톰의 입장에서는 정말 썸머가 독한년일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할 말이 많은 영화이지 않을까. 실제로 극장에서 커플들 하는 얘기 들어보니 남자들은 좀 관점이 다르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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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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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말한다. 나는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어요.

남한과 북한으로 갈려 있는 이상 이 배신이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지위, 즉 귀속지위에 의해 우리는 갈등을 해야만 한다. 태어나보니 남한이었고 북한이었던 탓에 우리는 서로 우리의 생각이 옳다고 교욱받으며 자라야 했다. 훗날 알고보니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해도 그건 조국에 대한 배신이 되어 돌아온다. 현실적으로 탈북자들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배신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배신자인 것이다.

전 국정원 요원이었던 송강호와 남파공작원 강동원. 이 둘은 첫 눈에 서로를 알아보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다는 걸 숨긴 채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처음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부터 서서히 정이 드는 모습, 이 과정 속에서 강동원이 남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 등 좁은 설정 안에 감독은 사람의 감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모습을 과감없이 깔끔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사실 송강호보다 강동원이다. 송강호에게는 강력한 갈등의 순간이 없다. 송강호는 강동원을 국정원에 팔아넘기려고 했었지만 나중에는 강동원이 자수할 수 있게 배려해 주기도 했고 딱히 강동원에게 먼저 위협적인 행동을 해야만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강동원은 조국에서 내려온 그림자의 존재와 남한에서 형이 되어 준 송강호 사이에 끼어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대부분 남북한을 다뤘던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서 조국을 선택하든지 배신하든지 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다.

일전에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를 함께 비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송강호가 공교롭게도 세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바람에 송강호에게 눈이 갔지만 의형제를 보고 난 지금, 이 영화의 핵심은 강동원이 맡은 역이지 않나 싶다. 그 이유는 우선 남북한을 다룬 영화 중 가장 한 개인에 집중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의 상황, 선택의 상황은 너무 흔하지만 이런 상황의 결과는 결국 조국을 비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조국보다도 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동원은 아무도 배신하지 않은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자신의 신념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정을 베풀어 준 형에 대한 의리도 지킨다. 북한의 남파공작원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믿음을 지킨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 속의 강동원이 상징하는 바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느 한 나라에 태어나 그 나라의 논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설정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신념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국가 간의 이념 논쟁보다 각자 개인으로서의 믿음과 신념에 따라 서로가 믿는 것들을 지켜나간다면 조금 더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마음 불편한 이데올로기를 지키는 것 보단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에 근거한 타협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 영화의 강동원을 보면서 나는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고 서로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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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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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년 동안 나는 여유가 된다면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 버퍼링이 걸린다고 느꼈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예를 들면 3 곱하기 3은 9인데, 이게 바로바로 생각나는 게 아니라 3더하기 3은 6이고 여기에 또 3을 더하니까 9. 이런 식으로 좀 버퍼링이 걸리더란 말이지. 그래서 다시 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생각할 때 좀 더 그 생각의 단계를 단축시키고 좀 더 논리적으로, 조직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 영화를 보고..나는 다른 측면에서 수학이 공부하고 싶어졌다. 좀 더 철학적인 측면에서 수학 공부가 하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순수 자연과학을 하는 분들을 보면 그 분위기가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들은 자기 연구분야를 통해 우주를, 섭리를 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거기다가 그들은 꾸밈도 없다. 딱딱 떨어지는 깔끔함 속에서도 허수, 루트를 통한 풍부한 상상력과 포용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 영화 속 박사가 그랬다. 딱딱 떨어지는 계승, 우애수, 완전수 등의 깨끗함을 사랑하면서도 루트라는 기호가 가진 포용력을 생각할 줄 알고 허수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상상력까지 생각할 줄 알았다.
흔히 숫자만을 생각하고 믿는 사람들은 왠지 정없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것은 아마도 보이는 숫자만을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내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웠지만 그 수식에 포함된 기호를 보면 박사는 눈에 보이는 숫자만이 아니라 눈에 그 너머에 있는 숫자까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사 그 자체가 사랑스럽기도 했지만 박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들도 좋았다. 숫자를 통해 풀어가는 우주의 자연의 섭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박사에게 숫자에 대한 이해를 키워갔던, 장래에는 수학 교사가 된 루트의 이야기도 좋았다.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하는데 내가 만난 수학 선생님이 루트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좀 더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 속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루트의 어머니인 가정부였다. 이 영화는 이 가정부가 없다면, 이 가정부가 이런 성정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성립할 수 없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박사의 기억은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가정부는 출근할 때마다 현관에서 박사와 똑같은 대화를 되풀이 해야 했다. 아무리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이미 들은 이야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언제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진지하고 성실하게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녀 이전의, 대부분의 가정부들은 견뎌내지 못하고 그만 두었지만 그녀는 이를 힘들어하기 보다는 박사를 이해하고 박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 스스로 숫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박사가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박사와 같은 사람은 그렇게 찾아보기 힘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정부와 같은 사람은 어떨까? 박사가 가진 284와 가정부가 가진 220의 숫자. 우애수. 이 우애수가 흔치 않은 것처럼 이 박사와 가정부의 조합도 흔치 않은 조합이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질척하게 흐르지 않고 처음의 그 깨끗함 그대로 완전무결하게 끝난 것 같아서 좋았다. 처음의 그 순수함을 마지막까지 유지한 참으로 아름답고도 순수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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