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Prater's Boy (School & Library Binding)
White, Ruth / Bt Bound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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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맞서서 자신을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어린이의 성장 과정' 어떤 편견? 특히나도 외모에 대한 편견. 상반되는 배경과 외모의 어린이 두 명이 나온다. 너무나도 긴 금발머리의 예쁜 요조숙녀 집시. 그리고 사팔뜨기에 촌스러운 더벅머리 이종사촌 우드로. 우드로의 엄마가 자아를 찾기 위하여 집을 나간 후 우드로는 집시와 함께 살게 된다.

잘난 외모를 가진 자나, 못난 외모를 가진 자나. 매 한가지로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외모는 한 꺼풀만 벗기면 그 안에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심이 숨어있다.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진실을 보지 못한다. 그 편견에 맞서서 특유의 입담과 위트로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우드로. 모두가 예쁘다고 하는 긴 금발을 가졌으나,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자아. 집시.

우드로는 집을 나간 엄마로 인해. 집시는 자살을 한 아빠로 인해. 부모로 인해서 아픔을 겪고 있다는 또 외모에 대한 말 못할 아픔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굴레를 하나 둘씩 벗게 된다. 그리고 성숙하게 되지.  

중간중간에 나오는 심오한 노래 가사들이 아름답고, 우드로가 해주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도 재미있고, 외모로 괴로워 하는 아이들이라면 위로를 받고 생각을 할 거리를 주는 책. 

하지만 재미는... 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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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to Terabithia (Paperback, Movie Tie-in) - 1978 Newbery
캐더린 패터슨 지음 / HarperEntertainment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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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벼락을 맞아서 죽은 후 힘들어하던 아들에게 

엄마가 바치는 위로의 책 

* * * * * * * * * * * * * * * * * * 

집에서도 가정에서도 위로와 인정을 받을 수 없어

속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다가,

레슬리의 리딩으로 제시와 함께 만들어가는 환상적인 테라비시아 왕국에

나도 잊었던 유년기 시절의 상상 놀이를 끄집어 내며 즐거워 했고,

테라비시아로 가는 밧줄이 끊어지는 사고로 레슬리가 죽음을 맞고

이를 아파하는 제시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고,

밧줄이 아닌 안전한 다리를 놓고 메이벨을 새로운 여왕으로 추대하는

장면에서 왠지 모를 눈부신 감동이 밀려왔다.

 

For hadn't Leslie, even in Terabithia,

tried to push back the walls of his mind

and make him see beyond to the shining world

-huge and terrible and beautiful and very fragile?

 

이렇게 레슬리가 보여준 상상의 나라를 이제는 제시가 지켜 나가고.

또 다음 세대인 메이벨에게 전수해 준다.

 

Now it was time for him to move out.

It was up to him to pay back to the world in beauty

and caring what Leslie had loaned him in vision and strength.

 

* * * * * * * * * * * * * * * * * *

 

친한 이의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고통 스러운 아픔.

그 슬픔을 없애려고 할 필요도, 잊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슬픈 것은 슬픈 것이다.

그 사람을 잊지 않는 방법은 그가 나에게 해주었던 사랑을.

나에게 보여주었던 세계를 나 역시 다른 이에게 전해 주는 것.

그렇게 해서 그의 생각과 상상이 살아있게 하는 것.

이런 아픔을 아이들이 어린 나이게 가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책이 위로가 되기를.

상상이 주는 자유와 기쁨에 대해서도 책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상상력을 잃은 현대의 어린이들.

마음의 벽 너머에 있는 빛나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상상력을

레슬리와 제시를 통해서 함께 만끽하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 또한

누릴 수 있게 되기를.

* * * * * * * * * * * * * * * * * * 

이 외에도 또래 관계, 부모 관계, 학교 폭력, 가정 폭력, 가난 등.

어린이들이 접하게 되는 다양한 이슈들이 많이 나타나 있어서.

꼼꼼하게 음미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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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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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하면 도무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작품을 쓴 작가로만 인식 되어 있었다. 첫 인연은 중학생 때 롱맨에서 나온 축약본 「Pride and Prejudice」를 과외 숙제로 번역하면서 맺었다. 그때 당시의 느낌은 '머리에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생각 외에는 없는 머리가 빈 여자들의 얘기'로만 여겨졌었다. 대체 책에 나오는 남자며, 여자며, 젊은이며, 나이든 이며 할 것 없이 모조리. 모조리.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차 마시고, 식사하고, 수다떨고, 산책 밖에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하면 일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제인 오스틴의 영화들을 여러번 보게 되었지만 그 때마다 '냉담'하게 반응하는 마음은 일종의 '로맨스 컴플렉스'까지 안겨줄 정도였다. 그녀가 로맨스 작가로서는 최고라는데. 어쩜 이리도 마음에 아무런 울림을 줄 수 없는 것이지. 하는 낙담.

어릴 때 못읽었던 고전을 지금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민음사 전집을 스캐닝하던 중 못보던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이성과 감성」. '그래, 편견 없이 한번 읽어보자' 그리고 몇 십 페이지를 읽는 데. 이건 왠걸. 십수년간 가지고 있었던 '제인 오스틴은 재미없다'는 그 생각이 사르륵 녹아 버리고 단숨에 엘리너와 메리엔에게 매료되었다. 몇 백 페이지를 더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성과 감성」은 내가 그리도 재미 없어 하던 「Sense and Sensibility」라는 원작의 번역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이미 몰입 고도에 올라타 있던 차라서. '재미없다'는 편견 없이 백지 상태에서 책의 궤도에 올라 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중학생 소녀였을 때와, 삼십대가 된 지금. 작품이 포함하고 있다고 느끼는 재료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스놉(속물)이 아닌 이가 없고, 가십만이 그들의 대화 주제이며, 돈만은 이와의 결합만이 진리이며, 체면과 매너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이 작품에 빨려 들어간 것은 물론 이제는 이 사실이 과거에나 지금에나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임을 알게된 연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끈질긴 삶의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의 고민과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대립되는 품성을 지닌 장녀 엘리너와 차녀 메리엔이 나온다. 둘은 모두 사랑했던 이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실연을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이 회복되고, 이전의 혹은 새로운 이와의 행복한 결합을 이뤄낸다. 유사한 경험라인. 그 라인에서 이성적인 엘리너와 감성적인 메리엔이 취하고 있는 행동과 사고의 흐름은 너무나도 상이하다. 감성적인 나는 이성적인 엘리너의 메리엔을 향한 충고와 배려, 그리고 요리조리 상황을 따져서 본인 스스로의 감정을 놀랍도록 자제하는 엘리너의 모습에 경탄을 했고, 저렇게도 반응할 수 있구나 하는 여러가지 깨달음도 얻었다. 반면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이 이 작품을 봤더라면 오히려 메리엔의 명랑하고 불타는 듯한 사랑의 모습에 저렇게 자유롭고 폭발적으로 사랑할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두 자매 외에도 흥미로운 인물들은 많이 나온다. 남편을 어떻게 뒤에서 살살 홀리는지 잘 보여주는 자기 이익 밖에 모르는 새언니 패니, 무식하지만 반반한 얼굴과 철철 넘치는 애교와 아첨으로 결국에는 자기가 얻고 싶은 것을 손에 쥐는 루시, 줏대는 없고 남의 일에만 지나치게 관심 많은 사람 좋은 제닝스 부인, 특별한 매력이 없어 그 자체가 특징인 레이디 미들턴. 등.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이 두 자매. 데시우드 가의 사람들과 얽히면서 만들어 나가는 얘기들 속에서는 큰 주제와는 또다른 재미와 삶에 대한 통찰을 준다. (남자들은 큰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

연애와 결혼. 그리고 돈. 평판. 사실 이것을 노골적으로 추구한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을 조금만 고상하게 바꾸면 이는 사랑과 안정, 그리고 평안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인 것이다. 탁 까놓고서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건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의 행동과 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뜻하지 않게 혼자서는 터득하기 힘들었을 법한 지혜들이 가득 녹아져 있다. 어쩌면 목사의 딸로 두 번의 파혼 후 독신으로 살아간 제인 오스틴이 그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겪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책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매년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는 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 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나도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그리고 엘리너와 같이 좀 더 현명하고, 섬세한 배려심을 가진 여인이 되고 싶다. 그녀의 다른 책들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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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15-01-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고 갑니다. ^^
 
The Road to Wigan Pier (Paperback)
조지 오웰 지음 / lulu.com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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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완독을 했고, 3권(1984,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내리 달려왔던 오웰의 마지막 책을 덮었다. 마음 가득 퍼지는 찜찜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눈으로 읽었건, 마음으로 읽었건, 어떻게 읽었건 그 활자들이 언젠가는 다른 책을 읽는데 또는 생각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주겠지... 라고 편하게 생각하련다. ^^;;; 

1부는 흥미를 가지고 읽었는데 반해서 2부는 사실 좀 많이 어려웠다. 글의 성격도 다르고, 전개 스피드도 너무 달라서 왜 이렇게 한 권으로 묶었을까 불만. 뭐 1부의 사실 관찰이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된 정치적 견해를 펼칠 수 있는 거라고도 생각해 보지만. 2부를 좀 더 친절하게 썼더라면 그 의도가 더 잘 전달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사실 사회주의 사회도, 파시즘 사회도 아닌 사회에 살고 있는지라. 당시의 독자들에 비해서 이해도가 훨씬 떨어져서 1부와 2부가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고. 1부의 참담한 보고에서 느끼는 연민이 상대적으로 2부의 찔림 보다 편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1부는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의식하지 않고 마시는 공기처럼,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된 육체 노동과 희망없는 내일로 채워가는 과거와 현재의 블루칼라 분들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까. 사회에서 화려한 모습의 한 꺼풀만 벗기면 바로 나타나는 분들인데. 나 조차도 그분들을 의식속에서 조차 너무 소외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당장에 그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실업 수당과 주거 환경.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못하겠다. 과연 나는 나의 생각속에서 조차 거의 없었던 남모르게 힘든 부분들을 참고 견디는 분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가.에 대해서 자신있게 답하지는 못하겠으니까. 입으로만 사회 평화를 외치는 것. 그것 만큼 참 쉬운 일은 없겠지. 나의 몫을 내어 놓으면서까지 나의 정의와 자유, 그리고 타인의 정의와 자유를 존중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부끄러워 진다. 

뒤로가면서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그동안 나 역시 입으로만 평화를 생각해 왔구나. 볼성 사나운 사회주의자들처럼. 나 역시도 말을 했건 안했건. 생각으로만 낭만적인 평화를 꿈꾸어 왔구나. 하는 부끄러움.  

책의 난해함에서 그래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찜찜함과 함께,
문제있다고만 그것도 가끔씩 '욱'하고 말지 실천이 없는데서 오는 부끄러움.
이 둘이 나란히 마음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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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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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으로는 농가의 이야기 일 것 같은데, 시대도, 주인공도, 주제도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소설이었다. 존 레논 암살범이 이 책을 모든 십대들로 하여금 읽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를 암살했다고 밝혔었고, 컨스피러시, 플레전트 빌과 같은 영화에서도 꽤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을 만큼 이 작품 뒤에 붙는 수식어가 참 많다. 그런 소설을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홀든 콜필드라는 고등학생이 겨울 방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집 근처로 와서 방황하는 몇일 간의 가출 얘기이다. 플롯 자체로 보면 그래서 매우 심플하다. 퇴학을 앞두고 기숙사에서 스트라드레이터, 애클리와의 대화, 나이든 선생님 스펜서와의 대화, 학교를 나서서 기차 안에서 같은 학급의 엄마인 모로 부인과 나누는 대화, 뉴욕으로 올라와서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 벨보이, 창녀, 수녀들과의 대화, 얼굴 이쁘기만 한 샐리, 어릴적 추억을 함께 한 제인, 그리고 여동생 피비와의 대화. 계속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가 나온다.

홀든은 이와 같이 끝없이 사람들을 찾아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공허하게 돌아선다. 그는 사회에 대해서, 어른들에 대해서 지나치리만큼 냉소적이다. 그 사회와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위선을 그는 견딜수가 없다. 주말에 학생들이 집에 갔을 때 '급식으로 뭐가 나왔니'라는 대답에 그럴싸한 대답을 하도록 맛 전혀 없은 스테이크를 제공하고, 돈 있는 집안의 자녀와 없는 집안의 자녀를 차별하는 교장의 위선. 일부러 거룩한 목소리로 설교 하는 성직자, 밤에는 광란의 시간을 보내면서 낮이 되면 극도로 얌전해 지는 사람들, 별 생각 없이 갖다 붙이는 '멋지다'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쓰는 사람들. 거짓된 열광과 거짓된 반응. 틀에 박힌 인사. 그들의 세계는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차 있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그들과 동화 되지 않으려는 분리(isolation?) 욕구와 끊임 없이 누군가를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이절직인 두 가지 욕구가 충돌한다. 

홀든이 어른의 세계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편견 가득한 안경으로 보게 된 계기는 아마도 남동생 앨리의 죽음일 것이다. 앨리의 죽음. 잊혀지고 없어져 버린 앨리. 그 순수했던 아이. 그래서 그는 불변하는 것에 대한 이상을, 어린이는 순수하고 어른은 더럽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자신이 극도로 싫어하는 어른 세계의 위선과 거짓이 이미 본인 안에 있다는 것.

나에게도 홀든과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마도 모두가 조금은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던 시점. 그 시점을 기점으로 나는 결심을 했었거든. 나를 대중문화에 쩔어 있는 한국 애들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외국은 순수, 한국은 타락의 공간. 나 또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깨는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그렇게도 청소년들은 이렇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서 괴로워 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청소년기가 정체성 위기의 기간이자 유아기 때 부터 이어져 오던 자아중심성이 지배하는 기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릭슨은 청소년기를 특히 자아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시기로 봤다. 홀든은 자아정체감 형성에 어려움을 보이며 학생으로서의 역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몸은 점차 유년기를 지나서 성인기로 가고 있지만, 지나친 사회에 대한, 정신에 대한 결벽증 때문에 그는 그 단계를 넘어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기 자아중심성으로 대표되는 개인적 우화(Personal Fable)와 상상의 청중(Imaginary Audience)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거들이 발견되는데, 그는 그와 관계 맺는 모든 또래들을 '바보'로 인식한다. 생각이 없고, 멍청하다거나. 상종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거나. 그래서 자신의 고통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실은 많은 이들이 그를 주목하지 않는데도 카우보이 빨간 모자를 남들이 있을 때는 눈에 띌 까봐 벗고, 그러면서도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마음에 또 쓰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 청소년기는 어려운 시기이다. 나 역시 그 시기를 거쳐 왔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이 모두가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모순과 불안. 홀든은 예민해서 그런지 그 괴로움을 특히나 증폭해서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어른으로 적극적으로 성숙해 가기 보다는 아동기에 머물러 있고 싶어 한다. 순 싫어하는 것 뿐인제 진짜 좋아하는 게 뭐냐는 동생 피비의 물음에 홀든은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catch)'라는 노래에서처럼.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놀 때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으면 그들을 '붙잡아' 살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대답 자체가 틀린 정보이듯 (붙잡는다가 아니라 만난다(meet)이다. 원래의 시는 성(性)적인 내용) 그 꿈도 헛된 이상에 대한 열망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는 고통스러워도 어른으로 성숙해 가야 하는 것이 이치이니깐.

하지만 마지막 결말을 보면. 처음으로 홀든은 어린이가 아닌 바보 같던 친구들을 그리워 한다. 홀든의 말처럼 웃긴 일이다. 바보 같던 이들을 친구로 그리워 하는 것. 그것이 성숙과 관계 맺음의 시작일지 모른다. 책은 끝났지만 홀든은 청소년 시절의 홍역을 극복하고 어른으로 성숙했겠지.

사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 했는지는 모르겠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고, 나의 그 시절을 떠올려 보게도 했지만. 사실 재미는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대중매체에서 호평을 듣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이 책의 의미를 다 이해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다시 들춰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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