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나를 괴롭히는 고질병이 있다. 동창(凍瘡), 영어로는 'Chilblains'라고 부르는 이 질병은 낮은 온도에 노출되어 생기는 피부의 국소적인 염증이다. 주로 찬 공기에 노출되는 손과 발, 특히 발가락에 동창이 잘 생긴다. 일단 동창이 생기면 그 부위는 빨갛게 붓고 가렵다. 피부 조직이 괴사하는 동상(凍傷)과는 달리 동창은 잘 관리해서 치료하면 낫는 가벼운 질병에 속한다. 그런데 문제는 잘 낫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치료법이라고 해봐야 동창이 생긴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더이상 냉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면양말에 두툼한 수면 양말까지 신고 털실내화를 신어도 동창이 생긴 발가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피부과 의사가 설명하는 유튜브도 찾아보고, 동창을 앓은 이들의 블로그도 찾아본다. 그러다 인터넷의 어느 댓글이 눈에 띄었다.

  "동창에는 안티푸라민을 꼭 바르세요."

  뭐, 안티푸라민을 바르라고? 그거 근육통이나 타박상, 그런 데에 바르는 거 아닌가? 나는 구급약 상자에서 몇 년째 쓰지 않고 처박혀 있던 안티푸라민을 꺼내보았다. 놀랍게도 효능 효과에 '1도 동상'이 있었다. 그렇다. 안티푸라민은 동창에도 쓸 수 있다. 안티푸라민의 주성분은 살리실산 메칠, 이 성분이 소염 진통 효과가 있으니까 염증 반응인 동창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 넘게 써봤는데, 나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사실 동창에 잘 듣는 연고가 딱히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어느 약사는 동창에 쓸 연고를 달라는 손님을 돌려보낸 이야기를 썼다. 그 약사는 어떤 연고나 약을 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태여 찾는다면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저용량의 스테로이드 연고, 거기에 더해 가려움증을 덜어줄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연고 정도가 괜찮을 것이다. 결국 이런 저런 정보를 취합해서 내가 쓴 방법은 이렇다. 아침에는 안티푸라민, 오후에는 저용량의 스테로이드 연고, 저녁에는 항생제 연고를 차례대로 발랐다. 이 기이한 자가 처방으로 연고를 며칠 써보아도 그다지 차도가 없었다. 

  물론 나는 이 질병의 특효약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봄'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기온이 오르면 동창은 저절로 낫는다. 겨울 내내 빨갛게 붓고 아프고 감각이 이상해졌던 발가락들은 다시 멀쩡하게 돌아온다. 얼었던 강물이 풀리듯, 발가락에 스며들었던 냉기가 사라진다.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낫지 않은 발가락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어서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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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2-1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이 싫네요
겨우내 발이 시려워요 ㅠㅠ
발 아래 히터 필수!
얼른 따뜻한 봄이 와서 푸른별 님 동창이 낫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제발도 시렵지 않게 ...^^

푸른별 2023-02-1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따뜻한 댓글, 고마워요. 어제 동네 화단의 매화 나무를 보니 꽃이 필 것 같아요. 봄이 그렇게 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