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부터 머리 속에 망상의 나래를 펼칠 때 ..간혹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내게도 집 안 대대로 (한 11대 쯤 전해내려오는..정도가 좋을 것 같다...) 내려오는 두툼하고 푸르딩딩한 옥가락지나...아님 조금 더 럭셔리하게스리 용 두어 마리 또라이 트는 금 가락지 세트 같은게 있어 가끔 열어보고..내 딸에게도 어느날 이건 네 꺼가 될거다..울 몇대조 할매부터 어쩌고 저쩌고...(물론 비단보료에 꼿꼿이 앉아...나 역시 어린 시절 비단 한복 떨쳐 입고 앉은 할매가 종종 무릎에 앉혀 놓고 자장가 삼아 저 가락진 니꺼...라는 말을 듣고 자란 인물인게다...) 하는 날이 오는 것도 한 멋 하겠다....혹은 그런 물건 종종 열어보고 배시시 웃을 일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겠다...생각하곤 했더랬다..

남과 다름...늬들과 다른 나...

늬들이 보기에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보이지 않는 곳에 섞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나...

아마 구체적으로 단어를 꼭 집어서 말하기가...스스로도 민망하고..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그래서무의식적으로 피해가던..그 단어가..

바로 '럭셔리 블러~~드'...고렇게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웃자고 해 본 소리다...저런 단어 없다고 죽자고 덤비지 말지니...)

남자들에게 종종 있다는 족보 컴플렉스가 저렇게 둔갑을 하고 내 의식의 기저에 음흉하게 웅크리고 있는 건가...

조금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게 생각해보면 저런 물건 가진다는 거...'럭셔리 블러드' 칭호를 얻고 싶어한다는거...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일인데 말이다...

가락지가 지닌 기에 눌려 지내야하고...가락지에서 뿜어나오는 품격에 맞게 살아야하고..(그런게 있다면 말이다..)..가락지 잃어버리기 않게 아주 조심조심 해야하고...더욱이 내 새끼 역시 저렇게 살게 가락지의 가위에 눌러 놓아야하고...(컥..쓰고 보니..절대 가락지냐????)

게다가 물건도 너무 오래되면 '영' 이 깃들지도 모른다고 엔티크는 물론이려니와 세컨핸즈도 잘 쓰지 않으려는 내가...저런 뜬금 없는 생각을 해대다니...(이건 오~래전 요괴인간 에 세뇌되고...백귀야행과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등등으로 지속적인 약효를 유지해 온 탓일게다..)

(모든게 내..드라마와 만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이미지 과잉이군...)

가문과 족보...는 저렇듯 내 상상속의 가락지같은...야누스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거기서 시작하고 싶기도 하고..또한 그만 끝이기도 싶고...분노를 혹은 야수성과 자신에게 종속되기를 의무지어주는 얼굴을 드러내기전엔 한없이 온화하고 따뜻할것 만 같은 내게있어 누려도 되는 권위나 권리만 베푸는 듯한 얼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역시 그닥 새로울 것 없는 overused story 이다..가문과 여인 잔혹사...다큐프로그램에서 가끔 다루던 영남지역의 '종가와 종손' 이야기...그 중 야누스의 분노한 얼굴만 보고 있는 종손...(상룡을 보며 퇴계 종가의 종손이 떠올랐다..서울서 공부하고 있다는 그..제사때문에 오자마자 할배가 언능 종부를 들여야 되는데...무거운 납덩이로 절하고 있는 그의 어깨를 눌러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더라...그는 인터뷰 중 웃으며 한숨 짓는다..이런 거 알면 요즘 아가씨 어느 누가 자기랑 사귀려 조차 들겠냐며...)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무덤에서 나온 언간'...더하기..영화 '쵸컬릿'의 신비한 여주인과 에로틱 쵸컬릿...성공한 종손 이야기는...얼핏 '삼보' 사장의 실화가 연상되기도 하고...(그는 실제 종가를 오픈하고 관광상품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한 공유의 개념으로 나아갈수 있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인물이다..)

물론 여러 이야기들의 조합이라서 이작품을 폄하한다..라고 말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완전 창작(???요즘은 엽기 말고는 이런게 있을까..싶다..)과 들어봄직한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은 후자가 훨씬 진행하기 어렵다..는 쪽이다..들어봄직한 이야기가 그래도 다시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창조적 엽기(?)' 보다 더한 노력이 들어가야 할지...공식으로 나와있을거란 결말이 그 수없는 공식들을 피해 작가의 역량이라는 이름으로 평가되어질 무언가로 연착륙하려면 또 얼마나 창의적이여야 하는지..(아..아..불싸지름은...좀 심하지 않나???)

단지...재미는있데 남들에게 찌릿 혹은 울컥 왔다는 감동이나..뭐..그런건 별로 없다....소산 할매 메일(..)로 진행되는 이야기 중에 맨 마지막은 좀 안타깝고...기분이 드럽긴 했다..사실 상룡이 이야기 보다 난 이게 더 흥미로웠다...메일이 남겨질수 있었냐는 현실성의 의문과는 별개로.

뭐..감동이 안왔다는 것도 남들과 내가 다르게 느끼는 거니..더욱이 난 감동이나 그런거 잘 안받을 뿐더러 재미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인지라..둘 다 만족시키는 작품을 고집하는 욕심쟁이도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작가의 전작에 비해 문장이 많이 다듬어지고 꺾이는 관절 부분들이  훨씬 유연해 졌다는 느낌이다...인물들도 훨씬 입체적이고.

'나의 아름다운...'은 뭐랄까...아직 대패질이 덜 된 꺼슬꺼슬한 부분이 많이 느껴지는 느낌이였던 것 같다...

두편의 작품을 보면 적잖이 발전하는 작가인것 같다..

젤루 궁금한건...담번에도 트렌스 젠더 화자(?)를 택할 건가...이다..

그냥....괜히 궁금하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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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jeon 2004-11-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훌륭한 리뷰입니다. 이런 리뷰가 진정 독자와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별 점수가 후한 것이 맘에 걸리지만, 좋은 글 감상했습니다.

주근깨 2004-11-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점은..(일케 원초적으로 점수 매기는 거 싫어합니다...)일단 전작(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비해 훨씬 매끄러운 문장과 스토리 진행에 대한 점수인 셈입니다...아..글코 별로 훌륭한 리뷰는...아니지요..(부끄...)알라딘의 장점은 대략 알라디너들이 점잖고...익명이 보장이 된다는 점이겠지요...^^;;..그래서 많이 까부는 글도 쓰윽~올려놓고 모른척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