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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달전 간단한 리뷰글을 쓰고 한~참 잊고 있었다. 이 책이 문학상 본선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명 좋은 리뷰가 나왔으리라 기대하였으나 한마디로 실망이다. 작가가 옛날 문체를 잘 다룬 것은 인정한다.(사실 잘 모르겠다. 내 고문 실력으로는 진위판단이 어려우니) 대부분의 리뷰가 작가의 옛 문체 구사 능력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해설서가 아니고 소설이다. 소설에 대한 리뷰는 당연 등장인물의 묘사나 서사구조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 책은 참 이상하다. 아무리 작가마음이라지만 귀신이 나와서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건 뭔가. 남량특집 공포소설이냐? 귀신이 자궁을 렌탈해 줬다는 대목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Oh, my god. 이런 책을 돈을 주고 사다니.. 이건 공포다. 귀신이랑 대화하고 난 주인공을 보고나니, 모든 미스테리가 사라지고 말았다. 순진한 대학생이 우연히 발굴된 고문서에서 과거의 진실에 다가간다는.. 뭔가 있을 것같은 긴장감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발굴된 편지도, 정실의 임신도 모두 귀신의 장난이었다.
대단원, 클라이막스라하는 부분을 보자. 이런이런, 이 할아버지가 왜 불을 내고 난리인가? 할아버지가 이런 캐릭터였나? 어떤 역경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성격이였던 것 같은데, 선조에 대한 의혹제기에 집에 불을 지를 정도로 망가지다니.. 이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할아버지는 험한 세상에 자수성가한 인물이고, 소설 내내 강한 성격이었으며 자멸의 맹아라고는 눈꼽만큼도 표현된 적이 없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성격파탄은 '작가마음대로 대충대충'이라는 이 소설의 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 같다. 뭐 다른 등장인물은 분석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대충대충 설정되어 있으니, 할아버지를 언급한 것 뿐...
액자소설로 나온 옛날 이야기도 곰곰히 생각하면 웃긴다. 시아버지가 '열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열녀만들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사돈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할 수 있는 일일까? 작가의 생각대로 주도면밀한 시아버지가 어찌어찌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주도면밀한 시아버지가 그의 범죄행각이 묘사되어 있는 '그 편지묶음'을 왜 그대로 두었을까?
이 소설의 장르는 '여자가 발로 쓴 편견일기'정도. 추리소설을 쓰기에는 머리가 안되고, 연애소설을 쓰기엔 제대로 된 경험이 부족한 이가 발로 수집한 멋진 자료를 한 번 펼쳐보인 공포소설 정도...
"그대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미하리니~" 용두사미가 따로 없는 소설.
p.s 예언 하나.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영화화 될 것 같다. (최소한 TV용 드라마정도) 발로 모은 자료가 매력적이고, 이야기가 은근히 386 운동권 경험이 있는 여자들 입맛에 맞는 편이니 말이다. 덤으로, 끝내기가 3류 스럽지 않은가. 세트장을 불태우는 스펙타클한 장면. 주요 등장인물 전멸.
단언 하나. 여기 리뷰에서 종가집 문화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사람 중에 종가집 며느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