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 섬앤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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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구체적인질문 (왜 태어났을까? 뭘 해야할까? 어떻게 행복할까?) 같은것들은 하루를 겨우 살아내거나 살아낼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없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난한 민족이나 전쟁중의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하게 된다. 그들에게 하루의 삶 보다 더 큰 일은 세상에 없으니까. 

아프리카 전 대륙에 걸쳐 행해지는 여성할례(여성성기절제:FGM)라는 끔찍한 행위가 아직도 하루에 6000명씩 연간 1억만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했다. 와리스 디리는 5살때 할례를 받았고 그 끔찍한 기억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소말리아에서 낙타를 몰고 염소에게 풀을먹이고 젖을 짜고 물을 구하러 아홉시간을 걷는다. 물론 내가 사는 우리나라에서 볼때 와리스의 삶은 제대로 입지도 제대로 먹지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는 삶이긴 하지만 그들은 그들 삶의 방식대로 하루 하루를 산다. 

와리스가 열세살되던해에 아버지는 낙타 다섯마리를 준다는 어떤 늙은 노인에게 와리스를 결혼시키려 하는데 결국 그 일때문에 와리스는 사막의 집을 떠나 소말리아의 도시 모가디슈로 도망을 친다 아무것도 못 먹은채로 이틀을 걷고 아버지가 쫓아온다는 공포감과 어디로 가게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쳐 잠든 사이 사자를 만나기도하고 도시로 가는길에 빌려탄 트럭에서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겨우 도착한 삼촌집과 언니집 이모집에서 식모노릇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런던 대사관에 있는 이모부를 따라 영국으로 향하게되고 4년여를 다시 가정부 생활을 한다 이후 와리스를 눈여겨본 패션사진작가의 도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와 영국왕실의 사진을 찍어주는 작가의 모델로 서게되면서 그녀의 모델일은 시작이 된다. 여권문제가 계속 그녀의 발목을 붙잡지만 도전하려는 그녀의 마음까진 붙잡을수 없었고 런던 파리 밀라노에 이어 뉴욕에서까지 런어웨이를 하게된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를 이세상에 있게한 신의 뜻은 모델로서 세상의 많은 제품을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세계에서 고통받은 몸을 이용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마리끌레르 잡지와 여성할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유명한 토크쇼에 출연해 아프리카의 이 끔찍한 전통에 관해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이야기를 한다 . 

어쩌면 '그 아픔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라는 큰 문제의 답은 정말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와리스의 신념은 아주 단단해 보였다. 유엔 특별 사절이 되어 아프리카 전 지역을 돌며 지금 행해지고 있는 야만적 행위들을 멈춰야 한다고 강연을 한다. 사람들은 그녀의 입을 통해 자신들이 갇혀있었다는걸 알게 될 것이고 행동할 것이다. 설령 FGM금지법이 생기는게 몇 십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 문제를 과감히 잘못됐다고 말한 와리스에게 박수를 칠 것이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이렇게 힘쎈 일을 해 낼 수 있게 한 용기가 어디에서 났을까 ? 그런 고통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눈을 어떻게 가지게 됐을까 ? ...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하고 하루를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평안한 환경에서 살아올 수 있음에 책장마다 감사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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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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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수종과 나비가 개봉되었는데 같이 일하고 있는 샘이 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빌려읽게 됐다. 사실 영화가 좀 더 궁금하긴 했는데 책도 잘 읽었다 싶은 책이다.

 엘르 편집장이던 작가는 어느날 뇌졸중으로 쓰러져 Locked in syndrom 이란 병에 걸리게 된다

잠수복과 나비란 제목이 무슨뜻인가 했는데 한쪽눈만 깜빡이는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몸을 두고 잠수복을 입은 듯이 답답한 상황이지만 나비같이 팔랑 팔랑 거리는 생각들이 머리속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었다

장애인으로 살았던 15개월의 일과들을 힘겨운 눈깜빡임으로 써내려갔는데 힘든 과정의 투병기겠거니라고 미리 짐작했던 생각과는 달리 갇힌 몸이 되어 바라보는 사물과 사람들과의 관계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슬프지만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굉장한 흡인력이 있었다

비록 힘든 글쓰기라 그리 많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느껴졌던건 보비는 갇혔있었지만 갇힌게 아니었구나. 깜빡임만으로도 누구보다 훌륭히 날개짓을 해냈구나 하는것이었다. 일요일이란 단락을 읽을땐 뭔가 가슴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 미적지근한 체념속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안은 적당한 양의 분노와 증오심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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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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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을 읽었다. 작가가 유명한 정신과 의사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이 사람의 책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도 작가의 다른 책 제목을 이 책에다 매번 갖다부쳐 남자 vs 남자로 바꿔 읽었다.  머리속에는 이표지그림이랑 사람vs사람 이라고 떠올려 놓고는 막상 말이 되어나올때는 남자vs남자 로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하곤 하는 현상을 계속 겪었다.  

2005년에 나온 이 책이 지금 나온다면 또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가 생각됐다. 몇몇 정치인들편에서 특히. 물론 적확하다 할 정도의 분석이라고 생각되지만 왠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하는 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_정신분석학으로서의 사람보는 눈을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냐마는.  지금 똑같은 형태의 글을 똑같이 쓴다면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말할때 약간 어투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게 내 느낌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편에서 상대가 되던 문성근이나   김근태나 이창동 같은 사람들 읽기는 그렇게 썩 즐겁지는 않았다. 

반면 김민기나 손석희 김훈등은 그런 시류와는 상관없이 읽기에

그렇게 무리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사람vs사람 이라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분석으로 느껴지는 제목은 알고보면 정시사회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뷰를 하지 않고 여러 기사들과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각각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어떠한 사람이라고 결론같은 걸 내리는데 한면을 보는 다른 눈이 있듯 단지 조금 학문적으로 깊은 사람분석기를 읽었다고 할까? 글이 대부분 객관적이긴 했지만 또 무작정 주관적이 되는 널뛰기도 분명 존재했다. 어느정도 보폭을 띄어 놓고 이 분석들이 100% 가 맞든 50%가 맞든 내가 사람을 보는 어눌한 관점이 어떤식으로 달라지는지를 보는게 관건이었는데 그런 비교 자체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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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강 배 한 척 외 - 2007년 제8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해토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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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강 배한척 때문에 리뷰를 쓰게 된다. 

몇일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꺽꺽 할 울음을 참는 아버지 표정이 자꾸 생각나서였겠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라 왠지 요즘 아버지가 안스러울때가 많았다. 

물론 엄마같이 살갑지도 않고 잔정이 없는 분이라 솔직히 자식들을 이해할때보다 이해못할때가 더 많으셨긴 하지만 아버지로선 아버지의 상황에서 제일 힘든 그 어린 시절에도 가족을 놓치 않으신건 확실했고 열심히 살으셨는데 그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가족들은 이해하면서도 쉬 알아 주질 않는다.

박민규 아버지 같은 댄디보이 아버지의 모습이 우리 아버지에게도 있나 싶지만 잘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윽박지르고 고함치고 고집부리고. 그 성정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정말 대들기도 많이 하고 싫을때도 많았는데 인제는 어쩔 수 없고 어쩌지 못하는다는 걸 알게됐다.

강이 자연스레 아래로 흘러가듯 아버지의 그런 강하던 모습도 이젠 약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 고집이 어디 가겠냐만 그런 고집스런 성격때문에 그저 혼자 떠 있는 배같이 지내시는게 안타깝고 아래로 흘러가게 하는 잔물결이 돼드리지 못함이 아쉽고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바람이 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우리 아버지에게 딸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존재. _-;;;;

희고
희고
눈부신 구절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덜컥 눈물이 났다
그냥 담배재가 떨어지는 상황을 표현한거 뿐이었는데 그 상황속에 있는 노인은 전혀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냥 갑자기 덜컥 아버지가 생각나서 안쓰러운 마음이 온 감정을 지배하는 상태가 되버렸다. 놀랐고 당황했지만 오랜만에 오롯이 아버지를 온몸으로 생각하게 되던 순간이기도 했다. 

침이 고인다와 분실물의 단편도 특히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장편에서도 김애란은 엉뚱하고 재밌지만 역시 단편에서 힘이 확 실리는 기분이다. 그녀의 이번 소설집 사도 되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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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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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읽고나서 바로 안녕했어야 했는데..
별로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정확하게 어떤식인지도 확실치 않아서 이런식으로 막 대하는게 좀 미안하기는 한데 그래도 아 이건 아니야 싶더라. 

수많은 책들이 있고 그 많은 책들중 참 많은 비중으로 사랑이야기가 주가 되는 책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이런 사랑이야기의 책을 읽을때는 조심해야 될 필요가 있는데 이번처럼 시간이 아깝고 돈도 아까운 경우를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의 관점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나와 달라서 그런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서라면 오히려 읽어볼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작가는 작가 아닌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영화와 책들로 단련된 사람들에겐)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혹자는 세련된 영상미를 책에서 느낄 수가 있다고도 하고 지나간 음악들을 들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영화를 보는게 훨씬 감각적이고 문학적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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