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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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프레드릭 배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었다. 
 
얇은 산문같은, 동화같은, 그림이 있는 이야기 책.
읽다보면 시같다가 노래같다가 흥얼흥얼 콧노래같다 하며
고개를 갸유뚱 거리다 어느새 눈가가 자꾸 흐려지게 되는 책. 
 
짧은 책이지만 여운은 길고 사이 사이 손자의 손을 꼭 잡은 뒷모습을 그린 그림과 아름다운 자연들 그리고 할머니의 히야신스 그리고 빠질지도 모르는 우주가 잠시잠시 숨을 내쉬게 하고 
 
할아버지의 기억이 조금씩 머리 안에서조차 좁아지는 그림들에 더 슬퍼지지만 손자 노아노아의 따뜻한 아이마음이 할아버지의 아픈기억을 잘 도닥이기도 다듬기도 하고 채워주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 작들에서도 꼭꼭 노인들에 대한 집착같은 애착을 보게 되는데 어쩌면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표현이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짐작 해보게 된다. ㅅㅅ 
 
치매라는 아무도 모르는 병을 헤쳐나가는 노인과 그 노인을 따르며 하루하루의 추억을 쌓는 소년, 

생의 이면과 연결된 꿈이란 소재가 죽음이후에도 소년과 연결되는 할아버지의 고리가 되는건 아닐까 하고 떠올려본다. 


소재때문이겠지만 자연스레 죽음이 떠올려지게되고 삶의 이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런 처지의 사람들또한 생각나게 했다. 얼마전 봤었던 스틸앨리스의 영화를 떠올리지 않아도 말년에 오는 기억의 잠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내가 나일 수 없을때 나를 지켜주는 건 무엇일까?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나의 가족들, 내가 입었던 옷, 신발, 장신구, 내가 쓴 일기장, 책 같은것들이 나를 지탱해주는 것일꺼다. 치매의 끝은 결국 죽음이 닿아 있지만 그 길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고 쉽게 적을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고통을 짐작으로도 알 수 없지만 이 책의 끝을 읽어냈을때의 아름다움은 누구보다 손주를 아낀 할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통해서가 아닐까? 속속들이 파헤쳐진 할아버지일테지만 소설이 끝날 즈음까지도 헤어짐이 왠지 꿈같이 느껴지며 슬픔속에서도 마음의 미소가 지어진건 할아버지의 애틋함때문이 아닐까? 



짧은 글이었지만 독특하게 풍기는 소설의 분위기가 신비롭고 몽롱했지만 그러면서도 슬픔이 깔려있어 마음이 아픈 책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또다른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건 나만이 아닐꺼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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