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알았어야 할 일
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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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진 하프 코렐리츠의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을 읽었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변호사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를 중풍으로 갑자기 잃고 살아가던 뉴욕의 심리학자이다. 그녀가 환자들을 상대하며 느꼈던 생각과 걱정들을 정리한 책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싶은 말을 소설제목과 같은 "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이란 이름으로  가제본이 나와있는 중이다.  
 
아들 헨리는 리어든이라는 뉴욕의 명문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바이올린을 과외로 수업받는등 비싼 수업료를 감당하면서도 아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학교의 갖가지 경매행사에 참여하며 기부로 학교를 다니는 미겔이란 아이의 엄마가 젖을 내놓고 수유하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녀의 남편 조너선이 있다. 하버드 의대를 나와 소아종양학이란 이름만 들어도 암울해지는 분야에서 타임지 최고의 의사에 소개되는 전문의이다. 그를 만난 순간 그녀는 엄마를 잃은 슬픔이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를 그와 맺어왔고 행복하게 18년을 살아왔는데 다만 헨리를 낳은 후 갖가지 노력과 비용을 들임에도 다시 임신이 되지 않던 걱정이 있긴 했다. 
 
엄청난 사건으로 이전의 평화로운 가정에 갑자기 균열이 생겨나고 한번 금그어진 유리창은 쉴틈 없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갖고 오는데 18년을 살아낸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남편이 치떨릴만큼 미워지는 상황의 반전이 오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쉽게 결론을 먼저 말해 버리지만 그때부터 치열하게 그레이스를 파고 들고 18년을 되새김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을 읽는 묘미가 여기부터이기도 했는데 
 
한꺼풀씩 벗겨지는 남편의 과거의 거짓말에 속절없이 속을 수 밖에 없던 교묘한 상황과 그 거짓말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긴 그레이스가 있는 반면 아들 헨리부터 친구 비타 조너선의 가족들 병원의 동료들 모두 한순간 알아차린 그의 본색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등을 서늘 하게 했다. 
 
인간의 사랑이란 감정이 그런 지독한 소시오패스에게 얼마나  기능적으로 이용당하느냐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 오랜 세월의 추억과 아이와 자신에 대한 진한 감정들 조차 아무 쓸모없는 것이 돼버린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레이스같이 똑똑한 학자도 당할 수 있는 일인것처럼 점점 현대 사회의 이상한 감정괴물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돼야할까? 
 
힘든일을 겪어낸 가족이 서로를 보듬는 과정은 또 그것대로 감동이긴 했는데 그러한 가족들이 어떻게 소시오패스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가 궁금해지는 부분이긴 하다. 어쩌면 모든 스릴러들의 근원적인 문제인 것도 같고 . 
 
좀 소설 중반까지 어떤 스릴러인지 감이 오지 않긴했는데 사람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시간들이 오히려 독특한 스릴러로 몰아가 주긴했다. 특이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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