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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들고 다니기 딱 적당한 크기와 딱 좋아할 만큼의 두께의 겉모습에 맞춰 '밤의 피크닉'이란 감성어린 제목. 드문드문한 문장, 널럴한 여백. 첫인상이 좋다;
힘든 야행길에서 주인공들은 탈진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는데도 어쩐지 읽는동안 도란거리는 이야기속으로 드문드문 빈 공간을 계속 만들었고 초여름 한밤에 맞는 시원한 바람과 밤과 아침을 잇는 서늘한 새벽의 공간같은것들 검은바탕보다 별이 더 많은 배경들 속으로만 나를 집어 넣었다
이복남매인 도오루와 다카코는 그동안 어색했던 관계때문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냈는데 친구들과 80km를 걷는 같은 학년 마지막 보행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자연스레 얘기 하는 기회를 만들면서 오해가 없어진다. 그러면서 같이 했던 친구들과의 우정도 자신의 미래도 부모님을 비롯한 사람과 자연에 대한 생각들도 따뜻하고 재밌게 말해진다.
이 학교의 보행제라는 행사는 우리의 소풍과 수학여행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보행제 속의 그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특별한 것 없는 걷기가 그렇게 특별해지는 이유를 책을 다 읽을즘엔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다리에 감각이 없어질때까지 오래동안 걷는 고생 아닌 고생을 같이 할 기회는 진짜 만들기 어렵다. 그들은 그런 고생을 하고 있고 그러면서 또 즐거운 기억까지 만드니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덕분에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좋았던 여행의 기억은 물론 힘들었던 등산기억, 투덜거렸던 소풍길도 모조리 다 기억나는 바람에 그때의 친구들이 너무나 궁금하고 너무 그리워져 버렸다.
** 다카코는 반짝거리는 수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차가 없고 경치가 먼 곳을 한가로이 걷는 것은 기분 좋다. 머릿속이 텅 비어지고, 여러가지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붙들어 두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더니 마음이 해방되어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