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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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7.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곽아람


그녀는 기자다. 내가 젤 싫어하는 조선일보. 그 보수일번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의 글에 알게모르게 물들게 되는걸 경계하지만(딱히 나도 그 경계라는것이 모호해질때도 있긴하지만)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인문학도가

아련한 느낌의 표지와 몽글몽글한 제목 으로 그림과 책을 연결했으니 들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12시간을 일하며 제대로 여행 한번 못 갔던 몇년전 나이지만 일을 마친 늦은 시간에 들른 카페에 책한권을 펴고 커피 한잔 시켜놓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책은 그 빡빡한 하루하루 중에도 그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줬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오롯한 나의 시간이자 단하나의 취미이다.

그 여유로움 속에서 그림에 관심을 갖게되고 온갖 화집을 들추고 화가들의 생애를 알아보고 곧잘 들르던 인터넷 동호회에 아무것 몰랐지만 그저 내가 좋은 그림에 어울릴만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엮어 올리는 작업을 해 봤었다. 샤갈 고흐 고갱 김환기 이수동 김점선 장욱진 변종하등등 곁을 스친 수많은 오래전 지금의 화가들의 이야기.

사람들이 내가 올린 그림과 노래에 호응 해주고 나와는 다른 느낌들을 주고 받으며 그림이 이렇구나 참 좋구나 했었다.

그런 식의 자극점이 없는 요즘의 하루하루 중에 이런식의 그때와 이어지는 책을 만나게 됐으니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옛날이지만 그때의 감흥들이 그리움이 되어 다가왔다.

하물며 작가는 나와 나이가 같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다. 내가 봤을때 지독한 책벌레였음이 당연한 책목록과 그림들을 아귀맞추듯 딱 들여놓은 페이지마다 감탄과 부러움이 절로 나왔다.

인생에 만약은 없지만 혹 내가 진주로 고등학교를 가게됐다면 어쩌면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작가였다. 내 친구 중에 이렇게 그림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스무살 언저리가 더 풍요롭고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어린시절의 그녀가 읽은 책은 주로 고전이 많았다. 아버지의 서재와 대학을 지나오며 박경리 박완서 윤동주 김승옥등의 한국작가를 비롯 제인에어 주홍글씨 산시로 사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또 작품 작품마다에 같이 엮어진 화가의 인생과 함께 보는 딱 맞춘 그림들은 못 읽어본 책에선 궁금증을 배로 더했고 읽어본 책들에선 그림들을 더 요모저모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했다.

옛 그림의 사연들이 어쩜 그리 책속의 인물들을 잘 담아 내던지. 그림 한장에 그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데에는 작가의 공부가 한몫했겠지만 어릴때부터 앤처럼 안드레센처럼 마플부인처럼 마치 자신이 책속인물이 되었던듯 찬찬히 상상속으로 스며들었던 내공이 더 큰 혁할을 했던듯하다.

언뜻 사회문제등을 표현한 책과 그림은 찾을 수가 없던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내 취향의 작가이니 다른 책을 기다려 볼 만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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