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문제와 관련하여 저도 서울에 자주 다녀야 하는 입장이라 매우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KTX와 연관되어 있는 서울 중심성을 생각할 때 어쩌면 지금 우리(광주)가 가지지 못한 KTX가 오히려 지방 경제와 의식을 더욱 지켜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대구는 KTX가 생기면서 병원이나 상점, 서비스업 등이 모두 서울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아플 때도, 놀 때도, 쇼핑할 때도, 공부할 때도 모두 서울로 올라가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구 시민은 서울의 풍요한 문화와 경제를 누리는 것 같지만 실상 대구의 경제와 문화는 낙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비대한 서울이 블랙홀이 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데 KTX가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KTX를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광주나 전라도는 서울에 가고는 싶지만 가기가 힘들어서 아직은 지방의 병원, 상점 등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미국이 쿠바에 모든 비료, 원조를 끊었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쿠바가 유기농법을 택하고 성공한 것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KTX를 제발 좀 늘려 달라고, 즉 서울 좀 빨리 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저항이 아니라 우리는 안 가도 된다고, 서울에 안 가는 대신 우리도 서울과 같은 문화를 누리겠다고 할 때 진정한 서울 중심성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패배적인 지역 사회의 자기 합리화인지 아니면 정말 이것이 진정한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