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나 인천에 사는 분이라면 일요일 아침 하늘 맑은 날 무의도에 가보십시오. 흐린 날은 소용 없습니다. 가봤자 아무 것도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의도에 가는 이유는 산에 올라 다도해 같은 풍광을 조망하기 위함입니다. 

무의도에는 해발 200미터 정도 되는 작은 산봉우리 두 개가 있는데 능선에 오르면 바로 옆의 실미도와 멀리 이름 모를 섬 하나, 그리고 햇빛에 반짝이는 서해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장담컨대 서울과 인천에서 1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산 중에 그처럼 멋진 조망을 가진 산은 없을 겁니다. 부둣가에서 회 한 접시 떠서 소주 한 병 옆구리에 차고 올라가 전망 좋은 능선바위를 차지하고 앉아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애인과 술잔을 기울이면 노랫가락이 절로 터져나올 겁니다. 하늘과 섬과 바다와 햇빛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조화가 참 대단합니다.

일단 무의도행 선착장은 영종도국제공항에서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공항까지 버스타고 가서 택시(거리는 코앞인데 요금은 엄청나게 많이 받습니다) 타고 가도 되고 편하기는 자동차로 바로 가는 게 편하겠죠. 휴일에는 차 대기가 어려우니까 무의도선착장으로 꺾어지는 큰길 옆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편합니다. 선착장에서는 5~10분 간격마다 배가 다닙니다. 차도 실어주지만 차 타고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썰물 때는 배가 끊어집니다. 미리 전화로 배 안 다니는 시간을 확인하고 가면 기다릴 필요없어 편합니다.(032-751-3354).

배 타는 시간은 5분 미만. 무의도에 도착하면 바로 걸어서 등산로 입구를 찾으십시오. 능선따라 난 등산로를 찾아야 합니다.  등산보다 풍광에 관심있는 분은 능선을 한 10~15분 정도만 타도 됩니다. 가다 보면 커다란 바위가 나오고 그 바위에 올라서면 멋진 풍광이 펼쳐집니다. 계속 등산하실 분은 능선따라 계속 가면 정상이 나오고 또 가다 보면 다시 내려와서 찻길을 만납니다. 찻길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면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모래도 좋고 예쁘고 아담합니다. 일몰에 맞춰 내려오면 여기 석양도 아주 멋집니다. 등산소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입니다.

2주 전 일요일에 다시 찾았더니 영화 <실미도> 때문에 섬이 복작복작댔습니다. 한 다섯번쯤 가본 것 같은데 가본 중에 그렇게 사람이 복작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산에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한적합디다.

휴일 오전에, 어딘가 떠나고 싶은데 차는 막히고 마땅히 갈 곳 없을 때, 무의도만큼 가까이 편하게 아무 준비없이 다녀올 수 있으면서 차도 안 막히고 절경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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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2-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보면.. 난 언제쯤 그곳에 가 볼 수 있을까... 부러워하기만 했었는데, 어제 우연찮게 사무실 하루 휴가받고 관광을 댕겨서 그런지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한라산 천백고지를 넘으며 눈꽃을 보며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보고, 산을 반넘어 지나가니 다시 햇살 넘치는 서귀포에서 이른 봄을 느끼고, 바람부는 산방산엘 가니 조금 이른듯한 유채가 활짝피어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고..협재 바다를 보며 막바지에 이른 겨울바다를 보았거든요.
겨울과 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은 역시 큰 축복이겠지요? ^^;;

배바위 2004-02-2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주도에 사시는군요. 저도 chika님을 따라 천백고지도 거닐고 서귀포와 산방산을 다녀온 듯한 기분입니다. 겨울과 봄의 공존이라... 참 멋있습니다. 부럽습니다.

paviana 2004-02-2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의도 입구에서 조개구이만 먹고 왔는데, 그러면 안 되는거였네요..진작 알았으면 좋았을텐데..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날 시도해보겠습니다.제차는 경차라서 고속도로 요금도 별로 부담이 안 되니까...

배바위 2004-03-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무의도 입구의 조개구이와 조개칼국수 얘기를 빼먹었군요. 참 맛있죠. 그 앞에 갯뻘에서 조개 파먹는 재미도 잊었네요. 조개를 잔뜩 파다가 집에 가서 모래 뺀 후 마늘만 넣고 그대로 국 끓여먹으면 천하일미입니다. 물론 조개 캐는 재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수련 2004-03-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도...갈매기...저도 추억이 서린 곳이죠...
오래전 일이네요~~
아이들과 갯뻘에서 뛰며 조개잡던 일이 떠오르네요.
그곳의 굴밥맛이 끝내줬었는데...

배바위 2004-03-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도 굴밥... 침이 넘어갑니다. 저는 먹지는 못했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보기만 보고... 대신 동네 아주머니들이 직접 캐서 파는 자연산굴을 만원 어치 사와서 부모님도 드리고 우리 부부도 초장 찍어서 먹었는데 정말정말 맛있었습니다... 굴에 굴껍데기까지 여기저기 붙은 채로 와인 한 잔 꼴깍. 다시 침이 넘어가네요.
 

20.8, 20.8, 10, 10km. 20km달리기의 묘미를 조금씩 느낀다. 10km 달리기까지는 조깅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20km를 달리면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우선 달리기를 끝내고 마시는 맥주 맛이 다르다. 10km 뛰고 나서 마시는 맥주는 큰 감흥이 없지만, 20km를 달리고 나면 내 몸이 맥주를 좍좍 빨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맥주 한 캔을 그대로 벌컥벌컥 마셔버릴 수도 있다. 10km를 달리면 몸에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20km를 달리면 몸의 변화를 확실히 느낀다. 힘들고 소진된다. 딱 알맞게 고통스럽다. 30km를 넘어서 느끼는 마라톤의 벽처럼 극한의 고통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이라... 두렵지 않고 오히려 기대된다. 20km에 다 적응되고 나면 30km는 달려야 이런 느낌을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20km가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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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위 2004-03-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정도 경지는 아닙니다. 다른 달리기는 달리기대로 다른 취미생활은 또 그대로 하니까요. 제 경우, 달리기의 재미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최고는 힘들여 도전하는 맛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달리기에 푹 빠지신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아직 왕초보급입니다. 허나 왕초보든 프로페셔널이든 달리는 그 자체에 재미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노우 쇼의 중간에 한번 앵콜무대에서 한번 나오는 아름답고 구슬픈 이중창... 이게 무슨 노랜지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 저는 최근에 처음 이 무언극을 봤는데 미술이며 표정이며 구성이며 다 좋았지만 특히 이 노래와 노래부르던 배우들의 표정,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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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위 2004-03-1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알고 보니 우리 사이트에서 스노우쇼 공연 DVD를 팔고 있더군요. 이거 사다가 들어야지.
 

각 10km. 오랜만에 다시 뛰다. 밤 10시, 11시에 뛰니 50여분 뛰는 동안 거의 만나는 이가 없다. 9일에는 출출한 상태에서 뛰었더니 평소보다 몇 분 더 걸리고 배도 고프고... 밤 12시 넘어 달리기 끝낸 후, 엊그제 무의도에 갔다가 사온 굴 5천원 어치를 초장에 찍어 맥주와 함께 시원하게 먹었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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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독교방송의 `행복한 책읽기`라는 프로그램에 나간다. 나처럼 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나갈 수 있느냐고 버티다가, `책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들었고, 이제 책과 관계되는 사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니까 부담없이 나오라`는 말에 넘어가버렸다. 그러나 나가보니 책 한 권씩은 소개해야 된단다.  2월 한달 동안 나가기로 되어 있는데 벌써 두 번 녹음했다. 다음에는 로맨스 소설을 소개해 달라는데 그야말로 나의 약하디 약한 고리다. 그래도 설마 내가 연애소설 한 편 안 읽었을까 싶어서 `오케이` 했는데,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고등학교 졸업한 후 연애소설로 분류할 만한 책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토마스 하디, 스탕달, 괴테... 이런 것 말고 거의 기억나는 책이 없다. 이럴수가. 럴수가... 요즘 사람들은 무슨 연애소설을 읽을까.. 아이고. 알라딘에서 뒤져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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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연애소설 거의 없습니다. 거의 불륜소설이거나 연애파탄소설일 듯... 로맨스는 여전히 만화에 남았거나 영화로 넘어갔을 겁니다. 제가 가장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로맨스는 H2입니다. 소설중에 억지로 찾자면 신경숙의 단편, 부석사 정돈가 싶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귀여니가 있군요. 좋은 로맨스 발굴하시거든 꼭 알려주십시오.

배바위 2004-02-1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2와 부석사라... 둘다 아주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즘 연애소설이 없긴 없나 보네요. 알라딘에서 `연애소설` 키워드 검색해봐도 그리 눈에 띄는 책이 없는 걸 보니... 스탕달 책이 10위인가에 올라와 있고... 일단 급한대로 부석사를 시도해 본 후 다음주에 H2도 봐야지... 감사.

진/우맘 2004-02-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2...34권 독파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도 최근에 다시 읽고 여직껏 헤매고 있는걸요.

배바위 2004-02-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으로 헤맬정도까지... 야. 기대되네요. 필히 읽어봐야겠습니다

starla 2004-02-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장님, 알라딘이 드러내놓고 추종하는 작가 산도르 마라이 모르시나요? <열정> 한번 시도해보십시오. 사랑과 열정을 그대에게... 가 아니고;;; 아무튼 로맨스라기엔 좀 그렇지만 멋집니다.

엊그제 나온 <콜레라 시대의 사랑>도 좋습니다. 마르케스 책인데 오래동안 품절이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마르케스의 로맨스라. 1, 2권이라 급박한 일정이면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 말고는 좋습니다. 그나저나 문학 담당자님도 산도르 마라이에 한 표신데요.

배바위 2004-02-1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러면 부석사 이미 주문했지만, 급선회해서 `열정`으로... 푸하핫! 아. 이 책 제 자리 옆의 장 속에서 방금 발견했습니다. 작년말에 출판사 영업담당자 분이 주시고 간 책인데 서럽게 장 속에 쳐박아 둔 것이.. 지금 생각났습니다. 산도르 마라이에게 죄송하지만... 대신 다음주 한국의 한 라디오방송 전파를 탈 수 있도록 해드릴 터이니... 제가 읽다가 실망할리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