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골렛토 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가 너무 잘 하여서 그의 노래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하였다.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리골렛토`라는 공연팜플렛의 선전문구조차 그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했다.
리골렛토의 딸 질다 역의 조수미도 잘 했지만 레오 누치가 너무나 잘 하여 관중석의 박수가 홈그라운드의 조수미보다 레오 누치에게 크게 쏠렸을 정도다. 레오 누치와 조수미의 이중창들도 빼어났다.
200년 전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오늘의 우리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고 노래 하나 동작 하나마다 몰입케 만드는 힘은, 이 공연에선 대부분 레오 누치의 노래와 연기에서 나왔다.
찾아보니 이 바리톤 가수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 아래 베르디와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작품들도 다수 녹음을 하였다. 기회 되면 한번 들어볼 일이다. 그러나 노래와 연기가 결합하여 지극한 부정과 인간의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그처럼 절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현장이 아니고선 또 어디서 접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