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골렛토 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가 너무 잘 하여서 그의 노래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하였다.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리골렛토`라는 공연팜플렛의 선전문구조차 그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했다.

리골렛토의 딸 질다 역의 조수미도 잘 했지만 레오 누치가 너무나 잘 하여 관중석의 박수가 홈그라운드의 조수미보다 레오 누치에게 크게 쏠렸을 정도다. 레오 누치와 조수미의 이중창들도 빼어났다.

200년 전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오늘의 우리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고 노래 하나 동작 하나마다 몰입케 만드는 힘은, 이 공연에선 대부분 레오 누치의 노래와 연기에서 나왔다.

찾아보니 이 바리톤 가수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 아래 베르디와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작품들도 다수 녹음을 하였다. 기회 되면 한번 들어볼 일이다. 그러나 노래와 연기가 결합하여 지극한 부정과 인간의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그처럼 절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현장이 아니고선 또 어디서 접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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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없는 공연이라는 얘기를 점잖게 각색하여 써놓은 공연평을 읽었을 때 취소했어야 했다. 그때 과감한 결단을 하지 못한 죄로 평생 처음 공연보다가 중간휴식시간에 집으로 가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노래와 춤도 인상적이지 않고 연극인지 뮤지컬인지 헷갈릴 정도로 대사가 많고 다른 브로드웨이뮤지컬과의 차별성으로 내세운 `사회성 짙은 메시지`도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이런 공연을 왜 수입했을까. 우리 정서에도 안 맞고 재미도 없고...... 수입기획사를 원망해보다가, 브로드웨이뮤지컬 직수입이라는 fact 하나에 현혹된 내 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영화와 음악과 연극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뮤지컬을 `직수입`이라는 포장 하나에 홀려서 보러 가다니. 크.. 내 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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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7-0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저도 이 공연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순간 관심 꺼야겠네요.

ceylontea 2004-07-0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미없는 공연이라는 얘기를 점잖게 각색하여 써놓은 공연평을 읽었을 때 취소했어야 했다.
이 첫문장 큭큭거리고 웃었어요... 죄송해요...
그러게... 뮤지컬의 경우 외국에서는 유명해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아서 아주 재미없는 공연이 있긴 하더군요... 저는 "렌트" 볼때 그랬어요... 그래도 그 공연은 우리나라에서도 칭찬을 했던 공연이었는데... 저는 공연내내 아름다운 노래 외에는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답니다.

배바위 2004-07-0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렌트` 봤었는데.. 그래도 `렌트`는 `캬바레`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sunnyside님. 제 덕분에 입장료 굳었으니까 후사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6월12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바르샤바필과 협연하는 백건우의 쇼팽을 듣다. 깊고도 맑은 피아노 소리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레코드처럼 풀려나오고, 오케스트라와 주거니 받거니 마치 대화하듯 얽키고 설킨다.

바르샤바필은 할아버지 단원, 할머니 단원들이 적잖이 눈의 띄어 이채로웠다. 폴로네즈 40번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연주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솔리스트는 행복하리라.  연주 속에서 느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솔리스트들의 몫이 아닐까 싶었다. 백건우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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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의 공연을 보다. 브라이트만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들어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에 부부가 모두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마리아 칼라스 이래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라고 마음속으로 격찬하다보니 생각이 마리아 칼라스에게 미쳐,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지 못한 것이 눈물나게 아쉽다.

특이한 음색과 메가톤급 성량만 해도 발군인데, 무대미술과 볼거리에서도 인상적인 무대였다. 와이어에 몸을 묶고 허공에 매달린 채 공중제비를 돌며 아무렇지도 않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DVD로 봤던 남아프리카공연과 비교해 보면, 50% 정도밖에 무대 준비를 하지 않아... 변방에 사는 서러움을 느꼈다. 남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맨끝에 붙어있지만.. 영국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사니 변방이 아니었다,  물론 무대준비를 100% 하지 못한 것은, `입장료*입장객수`가 대형무대와 오케스트라 동원에 부족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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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1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서상(書商)님 다우신 정확한 통찰력이시네요...... 말이 좋아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지 그곳은 변방이 아니지요. 국제적인 관심도로 보나, 그 잘난 인종적 구분으로 보나 말이죠. 결국은 여기가 변방이지요...... 정신없이 사는 저는 이렇게 말은 해도 결국 그 남아공 공연의 DVD를 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