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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날 풀코스를 뛰고 다음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6km, 10km를 다시 뛰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면, 달리기의 일상화 징표다. 지난 번에는 풀코스 뛴 후 목적의식 상실로 달리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풀코스 뛰는 동안에는 `내가 왜 이 짓을 했을까` 싶었지만, 끝난 후에는 다시 달리겠다는 의지가 솟았다. 1주일 만에 다시 뛰고 있는 것은 좋은 징조다. 달리기가 수단이 되지 않고,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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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서울마라톤대회에서 두번째로 풀코스 완주했다. 기록은 형편없는 4시간 36분, 그래도 완주는 포기보다 기쁘다. 마라톤의 벽으로 불리는 35km 쯤에서는 `내가 왜 또 이 짓을 했나, 이번에 달리고 나면 다시는 마라톤 안 해야지` 라면서 레이스 끝내고 집에 가서 뜨거운 물에 푹 씻을 생각만 했는데, 다 끝나고 집에 와서 씻고 정신을 차리니 그 새에 또 생각이 바뀌어서, `다음에 또 해야지, 기록 좀 내야지..`라고 생각한다.

3시간에 풀코스를 달리건 4시간 반에 달리건 달리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완주할 수 없으니까. 이것이 마라톤의 매력인 것 같다.

이번 대회는 특별히 그 운영과 준비가 아주 매끄러워 칭찬할 만했다. 한강가를 따라 달리는 코스라 너무 좁지 않을까, 자전거와 인라인 때문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만2천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음에도 코스 관리가 아주 잘 됐다.

또 5~7km마다 물 외에도 이온음료, 찹쌀떡, 연양갱(?), 건포도, 귤, 파인애플, 딸기 등을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고, 반환점에서는 종이컵에 뜨끈뜨끈한 순두부에 간장, 현장에서 막 말아주는 초밥 1.5배 크기의 김밥, 오뎅 등을 제공해 주었다. 테이프를 끊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테이프 끊는 모습을 사진 촬영해주기 위해 연신 테이프를 다시 들고 대기해 주고, 담요도 한 장 주고, 떡과 요구르트와 멘소래담, 우유, 드링크제도 줬다. 2년 전에 참가했던 대형 언론사 주최의 마라톤대회와 비교하면 이번이 훨씬 좋다. 불과 130여명 회원의 서울마라톤클럽이라는 마라톤동호회가 언론사 주최의 대회보다 매끄러운 일솜씨를 보여줬다.

다음에는 좀 더 잘 뛰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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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3-08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합니다:) 전 학교 다닐 때 1킬로 조차도 숨차했거든요.

배바위 2004-03-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는 생각처럼 대단한 건 아닙니다.. 우루루 다 몰려다니면서 뛰는 걸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직감하실 겁니다. 정말 `약간`의 노력만으로...

가을산 2004-03-0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리구요 ^^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 그렇게 먹을 것을 많이 주나요?

배바위 2004-03-0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많이 줍니다. 왜냐하면 아마튜어 마라토너들은 숨이 차서 못 뛰는 게 아니라 배가 고파서, 다리 힘이 빠져서 못 뛰거든요. 풀코스 한번 뛰고 나면 그 자리에서 3kg 이상 빠지니 허기질 수밖에요. 그런데 신문사 주최 마라톤대회에 나가면 이온음료, 물, 쵸코파이, 바나나만 줍니다. 이번 대회는 동호회에서 주회한 대회라 인심이 훠얼씬 후했습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말아준 즉석김밥과 뜨끈뜨끈한 순두부 맛이 왔다였습니다. 장거리 달리기의 또 하나의 부수적 매력은, 달리고 나면 몸이 수분과 음식을 쫙쫙 빨아들여서 뭐를 먹든 평소보다 수십배 맛있게 느껴진다는 거죠...

ceylontea 2004-03-1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2.195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대단한 성과를 이룩(이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하셨네요...

배바위 2004-03-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반갑구요.. 그런데 반환점을 통과한 러너의 85%가 결국 결승점까지 들어온답니다. 즉 20km를 뛸 수 있으면 대부분 42km도 뛴다는 얘기죠. 그리고 10km를 뛰는 사람은 누구든 20km를 뛸 수 있고, 또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10km는 뛸 수 있으니까.. 결국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결론입니다. 하핫.

바람종 2004-03-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정보 찾으러 들어왔다가 잠깐 들렀습니다. 우와~ 대단하네요.
근데.. 그 계산법 . 10km를 뛰면 20km는 뛸 수 있다는 계산법이요.
1km를 겨우 뛰는 제게도 해당이 될런지..ㅋㅋ
그렇게 따져도 몇제곱을 해야 되네요. 휴~ 언제나 달리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런지..

배바위 2004-03-1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뭐 꼭 뛰어야 맛입니까. 걸어도 됩니다. 음악을 귀에 꽂고 걷는 맛도 좋죠. 하루 한 시간 정도... 회사 앞 공원도 좋던대요...
 

20.8, 20.8, 10, 10km. 20km달리기의 묘미를 조금씩 느낀다. 10km 달리기까지는 조깅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20km를 달리면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우선 달리기를 끝내고 마시는 맥주 맛이 다르다. 10km 뛰고 나서 마시는 맥주는 큰 감흥이 없지만, 20km를 달리고 나면 내 몸이 맥주를 좍좍 빨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맥주 한 캔을 그대로 벌컥벌컥 마셔버릴 수도 있다. 10km를 달리면 몸에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20km를 달리면 몸의 변화를 확실히 느낀다. 힘들고 소진된다. 딱 알맞게 고통스럽다. 30km를 넘어서 느끼는 마라톤의 벽처럼 극한의 고통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이라... 두렵지 않고 오히려 기대된다. 20km에 다 적응되고 나면 30km는 달려야 이런 느낌을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20km가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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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위 2004-03-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정도 경지는 아닙니다. 다른 달리기는 달리기대로 다른 취미생활은 또 그대로 하니까요. 제 경우, 달리기의 재미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최고는 힘들여 도전하는 맛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달리기에 푹 빠지신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아직 왕초보급입니다. 허나 왕초보든 프로페셔널이든 달리는 그 자체에 재미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각 10km. 오랜만에 다시 뛰다. 밤 10시, 11시에 뛰니 50여분 뛰는 동안 거의 만나는 이가 없다. 9일에는 출출한 상태에서 뛰었더니 평소보다 몇 분 더 걸리고 배도 고프고... 밤 12시 넘어 달리기 끝낸 후, 엊그제 무의도에 갔다가 사온 굴 5천원 어치를 초장에 찍어 맥주와 함께 시원하게 먹었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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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 1시간 54분. 오랜만에 20km를 뛰었다. 거의 반년 만에 뛰었더니 마지막 5km에서는 근력이 모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두번째부터는 아무 문제없이 뛸 수 있음을 안다. 장거리달리기의 매력 중에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나가는 것과 그 모습을 관조하고 즐길 수 있음도 포함된다. 즉 어려움은 피해야 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필수적 과정이며 즐길 수 있으며 대개의 경우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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