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정도전의 건국철학 - 도올문집 4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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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김용옥을 좋아한다. 그의 퍼스낼러티에 대한 시비에도 불구하고 그의 학문세계를 철저히 존경한다. 옛날에 <동양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감탄 감동한 이래, <도올논어>도 완전한 공감 속에 읽었고, 이 책에서도 그의 천재성을 재확인했다. 정도전에 관한 역사적 평가로는 한영우 교수가 이미 4반세기 전에 <정도전의 생애와 사상>으로 충분히 조명했지만, 그의 철학적 기여와 공헌에 대해서, 특히나 그 현대적 의의에 대해서 깨우쳐 준 것은 도올이 처음이다. 정도전 사상의 현대적 의의에 대해서는... 어쩌면 나도 쓸 수 있었을 얘기인데... 왜 그때 이 포인트를 부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뒷북도 쳐본다. 그 막연한 문제의식에 날을 세우고 벼려서 일필휘지로 글을 생산해낸 것은 도올이다. 그는 훌륭하다.

나는 원래 정도전도 좋아한다. 그래서 7년 전에는 정도전 전기까지 썼다. 요즘 도올선생 텔레비전강의 덕에 정도전이 재조명 받는 바람에 내 책도 새로운 쇄를 찍었다. 7년씩이나 팔아먹기는 부끄러운 책이없지만...

도올의 이 책을 보면, 정도전이 얼마나 명징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필력을 갖춘 천재였는지 정확히 묘사되어 있다. 명청 교체기의 무주공산, 만주 정벌을 추진하는 황망중에 조선 건국의 철학적 사상적 밑바탕을 반석처럼 다져나갔던 철인정치가로서의 가치도 잘 드러난다. 아쉬운 점은, 주석을 하다 말았다는 것이다. 조선경국전과 불씨잡변 일부만 주석하고, 그 뒤로는 정도전 저서의 한문 원문만 올려 놓았다. 이 점은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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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尋牛) 2007-08-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된다며 꼭 삼봉의 전기를 한번 보고 싶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중3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읽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1 때는 위대한 소설가가 되기 위해 가출까지 했다.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훌륭한 소설을 쓸텐데 학교나 다니며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였다.. 돌이켜 보면 그간의 내 삶에 그리고 내 인생관에 최초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책은 단연코, 이 책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다. 25년 전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동서문화문고 판의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판형이었다. 당시의 나는 알료사보다는 이반에게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알료샤 형 인간의 극치라 할 `조시마 장로의 형 이야기`편보다는 `대심문관`에 매료되었다. 신에게까지 반항하면서 인간정신의 궁극을 추구하는 모습이 사춘기의 나에게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간이 그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그 어떤 두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이 세상을 책임지고 나간다는 생각이 딱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시마 장로의 형이나 알료샤 이야기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지극한 선함이나 지극한 인자함이 더욱 가슴에 닿는다. 살아있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낄 줄 알고 사람과 대자연에 사랑과 감사를 느낄 줄 안다는 것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다시 읽어도 이 책은 소설 중의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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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날 풀코스를 뛰고 다음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6km, 10km를 다시 뛰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면, 달리기의 일상화 징표다. 지난 번에는 풀코스 뛴 후 목적의식 상실로 달리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풀코스 뛰는 동안에는 `내가 왜 이 짓을 했을까` 싶었지만, 끝난 후에는 다시 달리겠다는 의지가 솟았다. 1주일 만에 다시 뛰고 있는 것은 좋은 징조다. 달리기가 수단이 되지 않고,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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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쎈연필 > 알라딘이 경제를 망친다?

 

 

 

 

 

* 아침에 샤워하다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픽션이구요, 이걸로 인해 상처받으시는 분이 제발 없으시기를! (탄핵 가결로 전 이미 상처받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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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씨(가명. 3x세)는 직장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맨먼저 알라딘에 접속한다 (최근에는 아예 초기화면으로 깔았다). 전날 자신이 올린 글에 어떤 코멘트가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코멘트들에 답글을 달고나면 남들이 쓴 글에 코멘트를 달러다닐 차례, 24시간 내에 작성된 글들을 클릭하며 코멘트를 달다보니 한시간여가 훌쩍 지나간다. 시상이 떠올라 글이라도 한편 쓰고나면 또다시 몇십분이 흐르고, 그 글에 누가 코멘트를 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서재를 수없이 왔다갔다한다. 서민씨가 그날 오전에 한 건 논문 두줄이 전부. 서씨의 말이다. "남들이 제 글에 코멘트를 썼는데, 제가 답글을 안달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꾸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서민 씨는 1분 간격으로 코멘트와 답글이 이어지는, 소위 '실시간 코멘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씨의 서재에서 발췌한 코멘트 내용이다.

앤티슈: 우아, 서민님. 허접한 글 잘읽었어요 (AM 10:43)
서민: 헤헤, 제 글이 허접한 거 어떻게 아셨어요? (AM 10: 43)
앤티슈: 하하, 보면 몰라요? 전체적으로 허접하잖아요. (AM 10: 44)
진/우밥: 내가 봐도 허접하구만! (AM 10: 45)
서민: 어, 진우밥님, 안녕하세요? 글쿠나. 허접하구나 (AM 10: 45)

이런 실시간 코멘트는 다른 서재에서도 흔히 발견된다는 게 서씨의 말이다. 서씨가 직장에서 알라딘에 접속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다섯시간. 너무 많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막상 접속을 하고나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최고인기 서재를 보유하고 있는 블라시보(가명)님의 서재에는 하루평균 100개의 코멘트가 달리는데, 거기에 일일이 답을 하면 두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블라시보님의 말이다. "가끔은 힘들 때가 있지만, 인기란 어쨌든 좋은 거 아니겠어요?" 진우밥, 검은빗, 갈채, 순이나라(이상 가명) 등 인기서재의 주인공들은 "알라딘 때문에 일에 전념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현재 격리치료중인 연분홍빛우주님의 고백이다. "공부를 하려 했는데 알라딘 초기화면이 눈에 어른거려 집중이 안됐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튀세르' '알레고리'처럼 '알'자가 눈에 들어오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연분홍빛우주님처럼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고통을 겪고있는 사람은 줄잡아 500여명, 경제활동 인구 전체로 보아 얼마 안되는 숫자 같지만, '생산력 있는 상위 5%가 총생산의 95%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감안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알라딘 서재에 마이페이퍼 기능이 추가되면서부터 급격한 생산성 위축이 관찰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알라딘 폐인의 숫자가 두배로 늘어난다면 연간 GDP 성장률이 1%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인터넷교보 측은 알라딘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리자 희색이 만면. 익명을 요구한 최병렬 인터넷교보 대표는 "알라딘 서재를 따라서 북로그를 만들었는데, 호응이 없어 괴로웠다"면서 "일이 이렇게 되니 인기가 없는 게 오히려 잘된 일 같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참회연대>와 <경질련>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위기의 주범 알라딘은 서재를 당장 폐쇄하라!"며 서소문 앞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고, '알라딘을 사랑하는 모임(대표: 자몽상자님)' 회원 20여명은 '서재사수'를 외치며 농성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서재 하나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며 알라딘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나친 접속으로 인해 폐인이 되는 것은 개인적, 국가적 손실이니 적당히 접속하는 게 좋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부록: 혹시 나도 알라딘 폐인?
국제 알라딘협회에서는 알라딘 폐인의 진단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중 세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진단된다.

-하루 4시간 이상 알라딘에 가있다.
-글을 하루라도 안쓰면 못견딘다.
-코멘트가 달렸을까봐 글을 올린 지 10분 이내에 다시 가본다.
-'알'자만 봐도 흥분한다.
-친구, 친지보다 다른 알라디너가 더 좋다.
-알라 신으로 개종했다.

(정리=마태우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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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3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3-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 글을 퍼담으면서 신밧드님이 지었을 표정이 궁금하군요. 즐거운 표정? 뿌듯한 표정? 책임을 통감하는 애통한 표정? ^^

마태우스 2004-03-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퍼가주시니 영광이옵니다^^

가을산 2004-03-1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오랜만에 교보북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여기로 이사온지 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수회원'으로 뜨네요.
개편으로 인해 오히려 낯설고 산만해진 '마이룸'도, 등록해 놓았던 즐겨찾는 분야가 다 지워진 서재의 기능도, 내가 소장한 책, 사고싶은 책 두개 밖에 없는 보관함도, 그리고 서재인 간의 교류가 쉽지 않게 되어 있는 시스템도... 기획자의 관점의 차이가 이런 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실은 이정도가 알라딘 개편 전까지만 해도 저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수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지요. ^^ )
어쨌든... 소비자의 기대를 한발 앞서 충족해주는 알라딘에 감사합니다.

배바위 2004-03-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표정을 지었느냐 하면.. 혼자 푸하하하 웃으면서 한편으론 가슴이 좀 찡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에게는 감동이었습니다.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나, 특히 `우리`로 인하여 타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때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많이 모자라는 서비스를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껴주시는 님들께 오히려 제가 마음으로 감사드려요.

박가분아저씨 2004-03-17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알라딘'이 경제를 망치듯 날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잠시 섬찟했습니다.
그러나 저같은 사람은 워낙 느긋하고 여유있어서 님께서 알라딘 폐인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을 적어 놓은 글이 재미는 있었지만 도저희 그렇게 까지야...하는 마음 이었답니다.
그러나 살아가며 더러는 들르고....페이퍼나 리뷰도 올리고 싶은 맘이 드는 것이 님께서 얘기하며 내심(?)으론 혹 바라실 조짐이나 아닌지..어허 이거 쯥쯔ㅉ...

. 2004-04-0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이거 이제 봤는데 참 재미있네요...^^

하루(春) 2004-12-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다. --;
 

요즘은 뜸하지만 해마다 봄이면 나는 구룡산 솔밭을 찾아 책도 보고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한 잔 하고 늘어지게 낮잠도 잤다. 구룡산 솔밭에 가면 아무도 없다. 나만의 공간이라 좋다. 수십미터씩 되는 소나무가 죽죽 뻗어 있으니 산림욕장이 바로 여기다.

생각해 보라. 한적한 숲, 그것도 소나무 쫙쫙 뻗은 멋진 숲이 어디 흔한가. 안면도 소나무 숲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솔밭인데.. 아무도 없다. 왜?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애인과 두분이 가시면 마음놓고 뽀뽀해도 된다...

나는 이곳에 갈 때, 항상 책과 야외용간이의자와 누워잘 깔개와 고기와 버너, 등산용프라이팬, 밥, 술 등을 바리바리 싸서 간다. 승용차가 솔밭 50미터 전방까지, 버스가 500미터 전방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짐이 많아도 상관없다. 원래 산에서 고기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지만 못 구워먹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는 고기냄새 피워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피해줄 사람도 신경쓸 사람도 없어서.. 극히 일부 법률을 제외하고는 준법정신이 비교적 투철한 나도 양심의 가책 없이 구워먹곤 했다.

위치는 염곡동. 양재역 사거리에서 성남방향으로 가는 버스 타고 서너 정거장쯤 가면 우측에 대형 농협하나로농수산물시장이 보이고 지나자마자 육교 밑에 버스정류장이다. 내려서 육교 건너면 바로 염곡동이고 마을길을 따라 죽 가면 바로 구룡산 등산로 입구다. 보통 구룡산 등산은 산너머 능인선원 쪽에서 올라가고 이쪽 등산로는 마을사람들밖에 이용하지 않아 원래 한적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50미터 들어가면 우측에.. 뭐랄까... 좌우간 사람 사는 집이 있고, 개 서너마리가 호기롭게 짖어댄다. 구룡산 솔밭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등산로 좌측으로 3미터 정도되는 언덕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그 위에 한 5백평? 1천평? 쯤 되는 소나무밭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봄날 햇살 따사로운 휴일에 이곳에 가면 좋다. 오후 세시만 되도 좀 썰렁해질 정도의 날씨가 좋다. 여기서 조금만 더워지면 모기 깔따구들 때문에 견딜 수 없다. 모기 없을 때 가야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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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4-03-11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로 가족들과 그곳에 있는 청계산장에 가서 고기를 사먹고 오는데, 저랑 다니시는 곳이 많이 비슷하시네여..올 봄에는 청계산장에 가서 고기 먹고 그쪽으로 올라가봐야겟네여..전 산보다는 숲을 좋아하는 쪽이라, 숲에 가서 암 생각없이 멍하니 하늘 보는 것을 넘 좋아해서...

배바위 2004-03-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비슷하군요.. 그런데 청계산장은 어딘가요? 청계산 입구쪽에 있겠죠? 여기 구룡산 솔밭도 한번 들려보세요. 그런데 여기는 잠시 머무르기보다는 날잡아서 몇시간씩 머물러서 책보고 낮잠자고... 뭐 그런 일들에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paviana 2004-03-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분당 중앙공원에 가서두 만화책보면서 몇시간을 놀 수 있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에 소나무숲이라면 더없이 좋지요...

배바위 2004-03-1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원에 가서 책 보는 것도 비슷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