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뜸하지만 해마다 봄이면 나는 구룡산 솔밭을 찾아 책도 보고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한 잔 하고 늘어지게 낮잠도 잤다. 구룡산 솔밭에 가면 아무도 없다. 나만의 공간이라 좋다. 수십미터씩 되는 소나무가 죽죽 뻗어 있으니 산림욕장이 바로 여기다.
생각해 보라. 한적한 숲, 그것도 소나무 쫙쫙 뻗은 멋진 숲이 어디 흔한가. 안면도 소나무 숲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솔밭인데.. 아무도 없다. 왜?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애인과 두분이 가시면 마음놓고 뽀뽀해도 된다...
나는 이곳에 갈 때, 항상 책과 야외용간이의자와 누워잘 깔개와 고기와 버너, 등산용프라이팬, 밥, 술 등을 바리바리 싸서 간다. 승용차가 솔밭 50미터 전방까지, 버스가 500미터 전방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짐이 많아도 상관없다. 원래 산에서 고기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지만 못 구워먹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는 고기냄새 피워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피해줄 사람도 신경쓸 사람도 없어서.. 극히 일부 법률을 제외하고는 준법정신이 비교적 투철한 나도 양심의 가책 없이 구워먹곤 했다.
위치는 염곡동. 양재역 사거리에서 성남방향으로 가는 버스 타고 서너 정거장쯤 가면 우측에 대형 농협하나로농수산물시장이 보이고 지나자마자 육교 밑에 버스정류장이다. 내려서 육교 건너면 바로 염곡동이고 마을길을 따라 죽 가면 바로 구룡산 등산로 입구다. 보통 구룡산 등산은 산너머 능인선원 쪽에서 올라가고 이쪽 등산로는 마을사람들밖에 이용하지 않아 원래 한적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50미터 들어가면 우측에.. 뭐랄까... 좌우간 사람 사는 집이 있고, 개 서너마리가 호기롭게 짖어댄다. 구룡산 솔밭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등산로 좌측으로 3미터 정도되는 언덕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그 위에 한 5백평? 1천평? 쯤 되는 소나무밭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봄날 햇살 따사로운 휴일에 이곳에 가면 좋다. 오후 세시만 되도 좀 썰렁해질 정도의 날씨가 좋다. 여기서 조금만 더워지면 모기 깔따구들 때문에 견딜 수 없다. 모기 없을 때 가야 한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