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가 되면서 재일 외국인 중 중국 국적자의 수가 재일 한국인 · 조선인을 웃돌게 되었다. 재일 외국인의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자이니치가 재일 한국인 · 조선인을 가리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 P196

일본은 나태, 불령, 시기, 의심, 빈곤, 무지, 몽매, 열등, 범죄, 불결 등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속성을 자이니치 1세에게 덮어씌웠다. 그들을 뿌리로 하면서도 민족의 언어와 문화, 전통, 풍습을 물려받지 못한 자이니치 2세에게 부모는 이율배반적 존재였다. 부정과 긍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이 자이니치 2세의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정체성‘을 남겼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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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이래 일본의 근대화는 전근대적인 것을 근대적인 것으로 바꾸었다기보다는 근대화를 추진하면 할수록 혈연과 지연 같은 전근대적 연대가 더욱 강조되었다. 이것이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의 발판이 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키메라 같은 재벌의 역사가 근대화 그 자체이자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 P182

그들은 정치에 달라붙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았다. 총력전 상황에서도 미쓰이나 야스다와 달리 미쓰비시는 그들의 사람을 정치권에 앉히지 않았다. - P184

"국가 수급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큰 사업을 하라" 라는 미쓰비시의 사훈은 이 회사가 ‘정치 불관여‘의 원칙을 관철하면서도 철저하게 국가와 발을 맞춰온 역사를 웅변한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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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막 끝났을 때 미군 해병대는 본토에 주재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본토의 반기지 감정이 고조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군을 오키나와로 이동시켰을 뿐이다. 오키나와에 폭력을 집적시키고 격리한 이유는 군사 전략이나 억지력 때문이 아니다. 이는 오키나와가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오키나와는 결코 폐쇄된 땅이 아니다. 본토의 관광객이 쉴 새 없이 이곳을 찾아온다. 그러나 관광객은 격리된 폭력을 보지 않는다. 무관심 때문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오키나와가 폭력의 섬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 P173

본토는 오키나와는 문화 수준이 낮고 고루하며 습속과 생활양식이 여타 부현과 다르다고 봤다. 오키나와 사람은 "충성, 용맹하여 나라를 사랑하고 공을 위하여 따라 죽는"(『제국헌법」 반포 칙어) 충성심이 부족한 반인분의 일본인으로 간주되었다. 오키나와를 향한 차별의 시선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전력으로 삼을 것" (우시지마 미쓰루 제32군 사령관)을 명령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총동원된 주민을 적에게 쉽게 항복할지 모를 위험 분자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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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은 어떤 차별을 만들어왔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건강(신체)과 질병(특히 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의 사회사를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도 우리의 차별 의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센병과 지적장애는 현대까지 이어진 사회적 차별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며 심각한 유형을 잉태했다.
질병이 의학과 병리학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 도덕주의적 징벌성이 부여된다. 질병은 타락, 퇴폐, 무질서, 나약함 등과 동일시되며, 그 자체로 은유가 되어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침투한다(수전 손택). - P157

근세 후기에서 근대를 거치며 일본은 유행병을 환경 오염의 결과인 동시에 "도덕적 퇴폐와 악덕" (히로타 마사키)의 발현으로 여겼다. 한센병은 악덕이 살고 있는 육체이자 인격의 폐허로 간주되고 부정과 불결, 빈곤과 연결되면서 은유가 되었으며 ‘추함‘ 그 자체를 가리키는 형용사가 되었다. - P158

일본은 나환자를 도리를 모르고 미개한 우민, 토인, 더 나아가 광인으로 몰아붙였다. 빈곤, 불결, 부덕, 그리고 질병으로 가득 찬 야만을 근절하고 일등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은 "국가에 유용한지 아닌지로 인간을 선별하는 시선"을 최신 과학과 공중위생의 척도로 삼아 널리 퍼뜨렸다. - P159

우생 사상에 경도된 나치 독일은 안락사 정책(T4 작전)을 펼쳐 지적장애인과 유전질환자, 동성애자와 노숙자 등 그들이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이라고 판단한 이들을 살해했다. 나치의 우생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국민우생법」(1940)은 국민의 체력 관리를 주창한 「국민체력법」(1940)과 짝을 지어 열등한 생명을 배제하고, 우수한 생명을 육성하려 했다.
우생 사상은 전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생보호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전질환자와 장애인 등에 대한 임의 혹은 강제낙태를 합법화했다.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하는 동시에, 건강한 아이를 낳은 모성은 보호했다. - P163

양식良識이라는 이름의 권위가 잉태한 광기가 사회를 좀먹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뒤, 인터넷상에는 범인의 생각에 동조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며 어찌 두렵지 않을 수있으랴. 이 미친 현상이야말로 ‘차별이라는 병‘의 정체가 아닐까?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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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촉진하는 기폭제인 동시에 자본주의의 엔진이기도 했다. - P120

‘독물을 바다와 강에, 그리고 대기에 버려라. 자연이 희석해줄 것이다. 인간에게는 무해할 것이다.‘ 자연의 유한성을 무시하는 태도, 자연의 힘을 과신하고 마음대로 행동한 결과가 미나마타병이다. - P135

사람 목숨이 가장 가볍게, 함부로 다뤄지는 순간은 바로 전쟁이다. 메이지 시대 이후 패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 세계대전, 시베리아 출병,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이어지는 70년을 보냈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전쟁의 시대를 반성하며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차별을 철폐하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간이 인간을 살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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