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메르: 집으로 돌아와 다시 우리 둘만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우리 단 둘이 있는 거 말이야.
아, 당신은 정말 매력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야.
노라: 토르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요!
헬메르: 나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말인가? 나의 것, 온통 나만의 것인 이 아름다움을? - P100

아, 노라, 당신은 남자의 마음을 몰라.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 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 다시 낳아 준 거야. 아내는 어떻게 보면 그의 아내이면서 그의 아이이기도 하지. 힘없고 무력한 존재인 당신은 앞으로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야. - P113

토르발, 나는 당신에게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먹고살았던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원했던 거죠. 당신과 아버지는 내게 큰 잘못을 했어요. 당신들은 내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이 있어요. - P116

헬메르: 저런, 기가 막히는군. 그렇게 당신의 거룩한 의무를 저버릴 수 있다니.
노라: 나의 거룩한 의무가 뭔가요?
헬메르: 그걸 내가 말해야 아나?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아닌가!
노라: 내게는 다른 그만큼이나 거룩한 의무도 있어요.
헬메르: 아니, 없어. 대체 무슨 의무지?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에요.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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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가못 에센스는 과일의 성숙도에 따라 향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녹색 열매에서 얻은 에센스는 상큼하면서 강렬한 향을 내지만, 노란색 열매에서 얻은 에센스는 풍부한 꽃 향을 낸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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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향사라서 오히려 말로 꺼내기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그 냄새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작곡가가 된 것 같아 즐겁기 때문이다. - P83

꽃도 패션처럼 유행을 탄다. 미모사 또한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네이션처럼 한물간 꽃이 된 것이다. 1950~1960년대에 파리 부르주아들의 집을 장식했던 카네이션은 ‘묘지에 놓는 꽃‘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 - P86

수선화 추출물은 아주 소량이어도 짙은 자연의 향을 풍긴다. 꽃향기뿐만 아니라 푸르른 초원에 같이 자라던 풀들의 씁쓸한 향도 난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향을 맡으면 암소 떼의 냄새도 풍기는 것 같다. 향기 하나에도 지형처럼 여러 특징이 있다. - P95

장미라는 테마를 생각하면서 나는 책상 위 종이를 쓱 훑어보았다. 종이에는 원료의 이름과 배합이 적혀 있다. 처참한 결과를 만들어낸 배합 공식이었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의욕이 너무 지나칠 때는 잠시 그 일을 멈추고, 열정이 적당히 식은 다음에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곡가처럼 새로운 멜로디를 창조하려면 감정을 어느 정도 가라앉혀야 하는 것이다. - P110

199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에 장미를 태워 우주로 보냈다. 장미가 지구에서 풍기는 향기와 우주 공간에서 풍기는 향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확인을 해야만 안심하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려는 실험인 셈이다. "장미는 장미다." 미국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쓴 시구절이다. 장미는 고도 57만 4,000킬로미터 상공에 있어도 여전히 장미 향을 풍겼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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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라... 그러게... 우린 왜 서양식 결혼을 흉내 내게 된 걸까...

봄이 되면 라반딘 밭을 물들인 보라색이 바다처럼 넘실거린다. 6월은 특히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달이다. 라반딘 밭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있다. 가끔 붉은색 차림의 중국인 신부가 보이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양식 결혼을 귀엽게 흉내 내는 일본인 신부도 보인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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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레‘라는 표현은 코티의 향수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쓰였는데,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이 1890년에 <르 피가로>의 비평가 모리스 드 플뢰리와 주고받은 편지에 ‘시프레‘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모파상은 시프레를 언급하며 "조향사 우비강이 시프레를 사람처럼 다룬다"라고 했다. - P62

콜로뉴 계열 향수처럼 시프레 계열 향수도 있을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향수의 종류 중에서 시프레 계열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향수의 종류를 분류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프레 계열을 잇는 향수를 만들 때 파촐리는 랍다넘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재료지만, 실제로는 매우 많이 사용된다. - P63

물론 조향사들은 흰색 꽃일수록 향이 강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아마도 색이 없는 꽃일수록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강한 향을 풍기는 것 같다. 투베로즈, 재스민, 오렌지꽃, 수선화가 향수 재료로 사용되는 이유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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