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자동차가 사람 위에 군림한다. 편리함과 시간의 소중함을 안겨주는 문명의 이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동차가 사람을 무시할 때는 화가 난다.

인도와 차도가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작은 골목길.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나왔다. 뒤에서 스르르 차가 따라오더니 갑자기 '빵빵' 거린다. 화들짝!! 어련히 알아서 비켜주겠냐? 내가 그 긴 골목길 유유히 갈테니 골목길 끝날 때까지 자동차 천천히 따라오라고 할 줄 알았나?

그럴 땐 운전자를 쫙 째려본다. 어떨 땐 쌩하니 달리는 그 차 뒤에 대고 아무도 모르게 침 퉤 뱉는다. 그 큰 덩치에서 나오는 갑작스런 경적 소리에는 나도 깜짝 놀라고 마는데, 하물며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곤 하는 아기들이야 말할 필요가 있나? 자동차 회사에서는 어찌나 그 경적 소리를 크게 만들어내는지.

이럴 때마다 나는 또 다른 공상 발명가가 된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경적 소리가 한 가지만 있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속도에 따라서 경적 소리가 달라지면 어떨까? 고속도로 150km 달릴 때 급한 상황에서는 큰 소리가 나고, 골목길 천천히 달릴 때는 아무리 세게 눌러도 작은 소리밖에 나지 않는 발명품은 어떤가? 그리고, 멋진 성우 목소리로 '잠시만 실례합니다'라는 소리가 차에서 나오는 것은 어떨지. 없어 보인다고? 그렇긴 하다.

내 후배 녀석은 자기가 운전자일 때와 보행자일 때 태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운전할 때 횡단보도가 나오면 사람이 건너고 있어도 휑하니 먼저 지나치기 일쑤지만, 도로를 건널 때 그런 상황을 만나면 쌍욕을 한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는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내가 그 녀석 안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것 하나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인다고나 할까?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오래되서 주차장이 좁아 터졌다. 그래서 보이는 틈이 있으면 자동차를 마구마구 주차한다. 그런 자동차 천국에서 다행히 보행자 전용길이 있어 사람들, 특히 초등학생들은 그 길을 등교길로 이용한다. 그런데 하도 주차할 곳이 없다보니 보행자 전용길 끝에 자동차를 대는 경우가 있다. 그건 이해한다. 그러나 사람이나 자전거, 유모차가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한쪽으로 바짝 대야 하지 않나? 자기가 운전석에서 나오기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 놈이 길 가운데를 떡하니 버티고 대고 있다. 흰색 sm3!  어떤 놈인지 보고 싶어 출입증을 보는데, 허걱! 조선일보 출입증이 있다. 안그래도 편견있는데 조선일보 너 잘 걸렸다. 너네 하는게 겨우 이런 짓이냐? 사람들 눈을 피해 본네트에 퉤 하니 또 침을 뱉는다.

아무튼 운전대만 잡으면 엄청 바빠지고 과격해지는 우리 운전자들. 아무대나 떡하니 주차해놓는 자들. 여유를 배워야 할 때다. 사람 생각해야 한다. 제발 유모차 앞에서만이라도 빵빵거리지 말자. 인격 보인다.

쓰고 보니 교통안전 캠페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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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0-0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조선일보 출입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