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과 치즈빵을 선물받았고 북클럽으로 인해 인연을 맺은 이들답게 북클럽 에코백을 단체로 구입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에 대해서 또 생각을 주고받고 그러는 동안에 아홉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빈 둥지 증후군에 대해서도.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을 했을 때 그 이후 과정들도. 갱년기가 이기나 사춘기가 이기나 해보자, 배틀을 뜨게 되면 항상 더 강한 미친년이 이길 수밖에 없음을. 내가 너보다 더 미친년, 언제나 그걸 강조하는 건 사춘기에게 이기고파 그런 게 아니라 실로 그렇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인정하면서. 타이어가 펑크가 나면서 산길을 가는데 다들 휙휙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이가 차를 멈추고 펑크난 타이어를 갈아 끼워주고 그 스쳐지나갈 뻔한 인연이 인연이 되어 밤마다 살을 비벼대고 함께 40년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러니까 어떻게든 만날 이들은 그런 식으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구나 싶었다. 나 재혼하는 날, 다들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샴페인을 퍼마실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 슬슬 아가들 대학교 가면 우리도 뭔가 일을 제대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도 했고 나는 막내 대학 보내면 환갑이 넘어. 그러니까 환갑이 넘기 전에 일을 시작할래, 라고 막둥이가 이야기를 꺼내는 걸 가만히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길을 오고갔다. 막둥이가 언니도 써봐, 라고 툭툭 어깨를 쳤는데 나는 이제 쓰는 욕심은 거의 다 버려서 그닥, 그냥 일기나 써야지, 했다. 다들 노안인지라 선글라스를 콧잔등에 걸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꼴이 우습고 우스워서 서로의 나이든 모습에 깔깔깔 웃었다. 여름이 시작되면 바로 모여 다시 책 이야기를 나누자고 다음 약속을 정하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귀가를 했다. 윌리엄 제임스와 붓다에 관련된 글을 새로 펼치며 5월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