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겁나 맛없어서 놀라웠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 커피 맛집으로 착각하고 들어왔는데. 커피빈에 갈 것을. 물론 돌봄노동이 수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거의 필연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돌봄노동에 지극 정성인 남성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겹쳐지기도. 물론 전업으로 가사 업무와 육아만을 하는 게 아닌지라 일도 하고 (셋 다 전문직) 밖에서 자유롭게 (?!)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하면서 말 그대로 즐기며 부르주아 삶에 만족스러워한다. 셋 모두에게 행복하니? 물어보니 당연하지! 라는 대답이 나오더라는. 세 남성의 아내분들도 그러한가? 물어보니 당연하지! 라고.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서울대에 입학하면 행복도가 더 올라갈 테고 이제 막 돌에 접어들 아들이 밤에 잠만 잘 자준다면 더 행복지수가 올라갈 테고 주식이 이대로 쭉쭉 올라가준다면 더할나위 없을 거라고. 운동도 고강도로 정기적으로 하고. 돌봄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 돌봄의 가장 크나큰 제공자들이 되면서 사슬을 엮어나가는 과정. 물론 이게 성별이 달라지고 계급이 달라지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일단 그 지점들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겁나 맛없는 커피 마시면서 계속.

재생산을 바라보는 급진적 시각이란 노동자계급을 재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내부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람이 생존하고 품위 있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 구성원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착취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 더 많은 돈, 더 여유로운 시간, 더 나은 재생산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노동에 대해 부적절한 보상을 끝내고 재생산 노동의 비가시성과 평가절하에 기초한 임금 관계wage relations (단지 임금만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모든 것을 말한다. 사회보장제도나 노동시장 규제 같은 간접적인 사항들도 포함된다. 옮긴이)를 끝내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공동 재생산 자원을 조직할 때 이런 요구가 임금 영역과 무임금 영역에서 다양한 노동관계로 제한된우리의 사회적 세계를 넓힐 수 있다. 오늘날 재생산 노동 구조가 사랑을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지만, 사랑자체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하는 재생산 노동의 일부 - P131
다. 재생산 노동자는 자본주의적 노동으로 손상된 삶을 보상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우리는 이 하찮은 보상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욕구를 확장하고, 집단적 형태의 재생산을 창출하고, 자본가들이 치러야 할 재생산 비용을 늘려서 이를 수행해야 한다. 가사노동임금 운동의회원들이 말하듯, "이제까지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랑을위해서 이 일을 했다. 하지만 사랑의 비용이 커지고다. " - P132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끼려면 누군가는 좋은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다정한 느낌이야말로 부르주아 가족의 핵심 기능이다. 갈등을 피해야 하는 가족의 식사와 휴일에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많은 일이 따른다. 이렇게 갈등을 완화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편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여성의 일이다. 여성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친구와 지인들 사이에서 이런 일을 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다정함은 여성이 가사 노동과 감정노동을 통해 만들도록 강요받는 부르주아 가족의 가치다. 이런 식으로감정의 젠더화는 균열된 주체성을 재생산해 여성이 관계성과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책임을 떠맡는 반면, 남성은 독립적인 개인으로 행동할 권리를 갖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시킨다. - P135
사회주의 정치학자 C. B. 맥퍼슨C. B. Macpherson이 만든 소유적 개인주의라는 말은 자본주의하에서 성립되는 패권적 주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의 소유적 성질은, 개인이 본질적으로 그 자신이나 역량의 소유주이며 이것들에 대해 사회에 아무 빚도 없다는 개념에서 발견된다. 개인은 도덕적 전체가 아니고 더 큰 사회적 전체의 부분도 아닌, 자기 자신의 소유주로 여겨졌다. ... 개인은 자신의 인격과 역량의 소유주인 한 자유롭다고 생각되었다.
이것이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아래 주체에 대한 패권적 이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등한 수준으로 소유적 개인주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패권적 지위를 차지하는 주체가 다른 유형의 주체성에 의존하면서도 그 주체성을 가린다. - P149
신자유주의 정치는 개인주의를 찬양하면서도 전통적인 가족 가치에 의존한다. 쿠퍼는 신자유주의가 "자유시장 체제의 역학에서 저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가족가치의 자발적 질서와 내재적인 덕의 윤리‘를 사실로 상정한다면서 ‘가족 이타주의의 본질은 어떤 의미에서 자유시장의 내부적 예외, 즉 계약의 세계가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한 비계약적 의무와 양도할 수 없는 서비스의 내재적 질서를 나타낸다"고 덧붙인다. 그러므로 가족 가치의 전통적인 세계라고 하는 것은, 자유주의가 의존하는 자주적 주체성 형태의 생산, 그리고 계약적 의무 모델을 통한 자유의 장소로서 시장이라는 개념을 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개인주의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은 취약하고, 돌봄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주체성 형태를 패권적 형태와 그 패권이 지속되는 데 꼭 필요한 형태로 나눈다. 돌봄의 생산은 여성들만의 책임이 아니고, 여성화된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장된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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