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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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끝낼 전쟁' 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제 1차 세계 대전은 그 규모나 희생자의 숫자를 따져 본다면 정말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다. 산업 혁명의 기반 위에 만들어진 수 많은 근대 무기들은 기존의 활과 창 같은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파괴력과 살상력을 갖고 있었다. 이 전쟁이 가까스로 봉합이 되고 국제 연맹이 창설되면서 더 이상 이런 참혹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이 너무 순진했을까. 전쟁은 끝났지만 전후 처리 과정에서 수 많은 갈등 요소를 만들었기에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전쟁을 잉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승전국 위주의 인위적인 전리품 챙기기와 전범국에 대한 가혹한 처리, 그리고 전쟁의 결과로 태어난 수 많은 독립국들...세밀하고 조심스럽게 진행이 되었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편의 위주로 그냥 지도상, 문서상으로만 처리가 되어서 현실을 무시했기에 큰 갈등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승전국들은 더 이상 이런 큰 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타협을 중시했다. 일정 부분을 희생 해서 되도록 갈등을 봉합하려고 했다. 이들이 진짜 전쟁에 대한 공포심에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비겁했기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유화책이 결국 전쟁이 씨앗을 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히틀러의 말도 안되는 요구 사항에 영국과 프랑스가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전쟁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미적미적 거리는 사이에 나치의 급성장으로 결국 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2차 세계 대전을 주로 미국,영국,프랑스,소련의 연합군과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추축국의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 만으로 세계 대전이 될 수가 없다. 사실 그 나라들이 덩치가 커서 눈에 띌 뿐이지 수 많은 작은 나라들이 이 전쟁에 휘말렸다. 그리고 이들은 나름의 존재감도 있었고 자기들에게는 절박한 전쟁이었다. 이 책은 그런 상대적으로 약한, 책 제목인 '약소국'들이 이 전쟁에서 어떻게 침략을 받고 나라를 잃게 되는 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은 먼저 에티오피아의 이야기를 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오래된 독립국으로 한때 북아프리카와 중동까지 영역을 펼치는 제국이기도 했다. 주위의 이슬람 국가와는 다른 기독교 국가이기도 한 이 나라를 눈독 들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였다. 그는 과거 로마 제국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미친 생각으로 이미 식민지로 두고 있었던 에티오피아 인근 국가들 외에 또 하나의 영토를 넓히려고 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국민은 열심히 싸웠지만 근대 무기로 무장한 이탈리아군에게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탈리아에게 망하게 되지만 당시 황제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끊임없이 이탈리아를 괴롭혔고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의 지원을 받아서 끝내 이탈리아를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핀란드는 독립 국가이긴 했지만 이웃한 독일과 소련 때문에 늘 긴장하면서 살아야 했다. 지도부가 친독파였는데 핀란드가 독일과 함께 소련을 침공할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진 스탈린은 전격적으로 핀란드를 침공한다. 손쉽게 이길 것 같았던 전쟁은 핀란드의 격렬한 저항으로 소련이 물러나지만 곧 대규모 재침공으로 결국 소련이 이긴다. 하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핀란드는 영토와 돈을 잃게 되지만 대신 독립국의 지위는 지켜낸다. 이 전쟁의 여파로 독일이 나중에 소련을 침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소련 전투력을 다 보게 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제 1차 세계 대전의 패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해체가 된다. 그들이 지배하던 땅에 많은 국가들이 독립하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 합의 하에 일어난 것이 아니기에 많은 갈등 요인이 있었고 일이 생기면 그저 뜯어먹을 생각밖에 안하는 상황이 되었다.독일의 침략으로 오스트리아, 체코는 합병을 당하고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상황에 따라서 서로를 물고 뜯고 했다. 추축국과 연합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상대의 영토를 조금이라도 얻으려고 했다. 사실은 이들이 독일 편에 붙었다고는 하나 결국 히틀러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점령 당해 국가의 기능이 정지되기도 했다. 책에서는 이들 사이의 이전 투구와 그 와중에 이들을 진압하는 독일의 상황이 잘 설명되고 있다.


책은 직간접적으로 세계 대전에 휘말리게 된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제목처럼 다들 약소국이다. 우유부단하고 타협적이던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이들 중에는 자주적인 생각을 가지고 추축국에 저항한 나라도 많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약한 나라였다. 배신이 난무하던 당시의 정세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힘이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영국이나 프랑스의 뒤통수에, 독일의 침공에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끈질긴 저항으로 끝내 이기기는 했지만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난 뒤였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일어난다고 해도 최소한의 희생만으로 끝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위협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러시아,일본으로 둘러싸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나를 건드리면 같이 죽는다는 정도의 전력을 갖고 있어야 약소국의 비애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일제에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책은 재미있다. 전쟁사 전문인 지은이가 쉽게 읽히게 잘 썼다. 전쟁에 참여한 주요한 국가들 외에 타의에 의해 전쟁에 끌려간 여러 나라들의 사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제 2차 세계 대전을 좀 더 넓고 입체감 있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전쟁사나 2차 세계 대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강추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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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 테오리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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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외국에게 침략 당해서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우리 국권이 완전히 외국에 넘어가서 수 십 년에 걸쳐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일본의 조선 침략이다. 비교적 가까운 시대인 근대에 일어났고 그것이 현대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인 이 침략은 수 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여러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다시는 이런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당시 상황과 더불어 침략한 일본의 당시 상황도 알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서 그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게 되었는지 아는 것은 또 비슷하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태를 미리 방지한다는 뜻에서 나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입장이 아닌, 당시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을 침략하는 과정을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제국주의 물결에 있었던 당시의 국제적 ,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본이 조선을 합병 한 것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어떻게 보면 일제의 선택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주장이 들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을 지은 지은이는 일제를 변호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 일제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다만 당시의 상황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일 양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봤을 때의 분석이긴 하지만 지은이 자신이 말하고 있듯이 전적으로 일본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주장이기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책은 우선 '정한론' 부터 이야기 한다. 정한론은 말 그대로 한을 정벌한다 즉 조선을 정벌한다 그런 뜻이다. 아니 뜬금없이 왜 정한론일까.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해체된 무사 계급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유신을 단행했지만 정정은 불안했다. 이럴 때는 외부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임진왜란처럼 말이다. 그리고 300년 전 조선의 침략에서 거의 성공할 뻔한 기억으로 만만해진 조선이 눈에 보인다. 마침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음을 알리는 일본의 외교 문서가 전례에 따르지 않았다고 조선에 의해 거부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일본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한론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이 정한론이 일어나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하는 과격파와 온건파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온건파도 나중에 하자는 것이지 정한론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것이다. 이 과정이 잘 설명되고 있지만 그 정한론 자체가 제국주의적인 사고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 논쟁 속에서 내재된 함의가 중요한데 책은 일단 있었던 일을 서술하는 데 그친다.


이후 정한론은 결국 강화도 조약으로 이어진다. 책은 강화도 조약 이후 여러 사건들 속에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변화해 가는 가를 시대 순으로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지은이는 처음부터 병합을 목적으로 조선에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비록 불평등하게 조약을 맺기는 했지만 조선을 개화 시키는데 나름의 목적이 있었고 그래서 조선의 개화파들을 적극 후원했고 조선이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주국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점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국제 정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청일 전쟁이나 러일 전쟁을 겪으면서 제국주의적 침략을 하게 되고 끝내 조선을 병합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그 과정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보고 있는데 당시 일본의 입장이 어땠는지 아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그가 조선을 끝내 합병하기 보다는 좀 더 온화한 방식으로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했다고 여긴다. 조선 황실을 존속하도록 하고 나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두고 그렇게 말한다. 이토의 정책은 당시 일본의 대략적인 대 조선 정책이었다고 말한다. 계몽주의 적이고 이상주의 적으로 조선을 개화 시킨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토가 암살되고 시대 상황이 변화하면서 조선 병합은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토와 같은 온건론자도 있는데 끝내 강제 합병의 길로 가게 되었는가. 그것은 일본의 안보 불안에 있다고 여긴다. 서구 세력의 침략에 어느 정도 방어를 해낸 일본이지만 청과 러시아를 제압하지 않으면 결국 조선이 서구 세력에게 먹히게 되고 그렇다면 그 위협은 일본을 향하게 된다는 그런 논리다. 힌반도를 '일본을 겨누고 있는 단검' 이라는 인식을 가졌기에 내키지 않지만 결국 식민 지배를 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일제를 옹호하고 그 시대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려고 책을 쓴 것은 아니다. 분명히 비판적이지만 어쨌든 그 시대에 일본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 정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쪽 면 만을 보고 쓴 한계가 드러나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59년~1960년 사이니까 60년 전의 내용이다. 당시 한국은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 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무엇보다 한국 전쟁을 치르고 정신이 없을 때다. 지은이가 일본 배경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와서 그쪽의 자료만 가지고 글을 썼기에 그 자료의 이면에 보이는 진실을 잡아내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만일 균형 잡힌 자료가 있었다면 이런 식의 주장이 나왔을까 싶기도 하다.


손바닥을 봐도 한쪽 면만 보면 전체를 알 수 없다. 지은이의 의도와는 달리 이 책이 일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고 자연 재해 같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기에 일본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에 이용 당할 수 있다. 미국 학자가 본 객관적인 주장이라고 할 것이 뻔하지 않는가. 지은이는 조선을 개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일본이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침략의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제국 주의 시절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자체가 악인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시절이 그랬기에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행동에 대한 해석은 결과를 보면 명확해진다. 일제가 조선을 멸망 시키고 식민 지배를 하면서 한민족에게 어떠한 짓을 했는지 보면 그들이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행동을 했는지 시절에 휩쓸려서 어쩔 수 없이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일제의 악독한 탄압으로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자체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느낌이 든다. 감정보다는 냉정한 시선에서 여러 문서들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 어쨌든 실제 있었던 여러 외교 문서나 자료가 있고 그것이 허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의 일본 정책이 사안에 따라서 어떻게 바뀌고 또 담당하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말, 행동을 알아가는데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당시 일본의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중간 중간 잘 안 읽히는 부분도 있는데 원저가 어렵게 쓰인 건지 번역이 어렵게 된 것인지 술술 넘어가는 편은 아니다. 학술서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일본 입장에서 조선 강점의 과정을 여러 문서를 통해 알 수 있기도 하고 그런 많은 자료를 통해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을 알아가는 면도 있는 책이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236108 에 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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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거인들 - 우리는 아직도 그들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다
마이클 만델바움 지음, 홍석윤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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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질서는 대부분 20세기에 규정된 것이다. 그런데 그냥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전쟁과 갈등을 통해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재의 질서를 만든 여러 인물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내용은 잘 몰라도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선 미국의 윌슨 대통령. 우리 역사를 좀 아는 사람에게는 '민족 자결 주의' 를 주장한 미국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순진했던 당시 조선 사람들은 이 주장으로 우리가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민족 자결 주의는 강대국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고 식민지 사람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윌슨은 오늘날의 팽창적인 미국의 단초를 마련한 사람이었다. 원래 고립주의가 강했던 미국이 1차 세계 대전에 참여하면서 세계 정세에 한발 더 뛰어들게 만들었고 느슨한 연방국가 미국을 좀 더 강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민족 자결 주의와 국제 연맹 창설 등을 통해 좀 더 제도화된 평화를 주장한 것은 오늘날에도 미국 정치에 살아 있게 된다.


제 2차 세계 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게 한 최악의 전쟁이었고 지금은 그 전쟁의 유산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엄청난 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히틀러다. 그저 선동하는 데만 능력이 있었고 어떤 전략이나 전술도 없는 그런 사람이 히틀러인데 그가 일으킨 2차 세계 대전은 수 많은 나라들에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책에서는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독일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는 지를 잘 이야기 하고 있다.


히틀러가 나오면 거기에 대항하는 지도자가 있기 마련인데 대표적인 것이 처칠과 루즈벨트다. 처칠은 그 특유의 자신감과 끝을 모르는 끈기로 혼자서 버티고 있던 영국을 잘 이끈 인물이다. 사실 처칠 자체는 여러가지 편견이나 욕심으로 크게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영국 제국 주의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이기에 그의 말을 들어보면 미쳤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서 영국을 결집 시키고 독일에 대항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노벨 문학상을 탔을까도 싶다.


루즈벨트는 미국 최초의 3선과 4선 대통령이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이 재선까지만 하고 물렀기에 그런 전통을 이은 것이 미 대통령들인데 루즈벨트는 무려 4번이나 했다. 그가 일부러 한 것은 아니다. 아마 재선까지만 하고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고 무난하게 당선이 된다. 그 전까지 고립 주의의 세력이 크던 미국을 전 세계 경찰 국가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사람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갖은 공세에도 직접적인 참전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미 미국은 1차 대전에서부터 초강대죽의 싹을 틔우고 있었는데 2차 대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초강력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책은 20세기에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여러 인물들의 간략한 전기와 함께 그들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역사에 남기게 되는지 잘 이야기하고 있다. 간디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우리 민족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들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또 달라졌을까. 개인은 역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어날 일이 더 크게 되거나 더 작게 만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이 든다.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서 별다른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간단하게 소개를 잘 했고 그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설명하고 있어서 각 인물을 알아가는데 괜찮은 평전 같다. 책에 실린 여러 인물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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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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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흑해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바다다. 어디라고 하면 딱 꼬집어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어디 어디쯤 이라고 하면 대충 알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흑해는 오늘날의 튀르키예 위에 있는 바다다. 구 소련권인 우크라이나, 조지아와 함께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튀르키예로 둘러 쌓인 타원형의 호수 같이 보이는 바다다. 바다인 이유가 튀르키예의 이스탐불을 통해 에게해로 나갈 수 있고 에게해는 다시 지중해로 나아간다. 


아무튼 많은 나라와 연관이 된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여기에 얽힌 역사가 참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흑해를 중심에 놓고 주변을 살피는 이런 내용의 책은 잘 없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흑해와 관련된 오래된 역사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흑해는 뜻이 말 그대로 검은 바다를 말하는데 왜 이렇게 불렀는지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들어서고 흑해라는 이름이 대체로 정착이 된 것으로 볼 때 이 때의 이유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지리적으로 흑해는 튀르키예의 북쪽에 있다고 했는데 전통적인 투르크 문화에서 검은색이 북쪽을 뜻하는데 거기에서 명칭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기는 염도가 낮아서 물고기가 잘 살지 못한다고 하고 환경 자체는 그다지 좋지 못한데 그래도 이 흑해를 통해서 여러 나라들의 이익이 충돌하는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책은 지역, 변경, 민족이라는 개념 아래에서 흑배의 기원과 함께 역사상 어떤 사람들이 왕래를 했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전쟁을 했는지 등등 흑해와 관련된 2700년의 역사를 적절한 내용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 이 흑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아무래도 러시아와 튀르키예다. 이 바다는 한때 러시아의 바다처럼 사용되기도 했고 나중에 오스만 투르크가 번성하면서 러시아와의 대립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속성이 그렇듯 이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과 야만의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이분법으로 이 세계를 딱 잘라서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면을 넘어서 이 흑해의 실체를 알려주고 있다.


책의 각 장은 흑해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나라에서 부른 이름이다. 당연히 바다를 지배한 나라들이 자신들이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불렀지만 오늘날에는 단순히 검은 색깔의 바다라는 편의주의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흑해는 지리적으로 그리스에서 가깝기에 고대 그리인들이 개척을 했다. 검은 바다로 불리는 만큼 옛날 사람들에게는 이 바다가 무섭고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그것이 점점 흑해를 알게 되면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갔는데 이것은 이름의 의미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흑해가 전략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된 것은 러시아의 남진 이후이다. 작은 공화국에서 오늘날의 큰 땅을 가진 큰 나라로 성장하던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서 여러 나라와 이어졌다. 여러 수출품을 흑해를 접한 연안 항구에서 교역이 이루어졌는데 그런 것 뿐만 아니라 흑해를 통해 군사력의 표출도 이루어졌다. 그 유명한 '흑해 함대'는 러시아 군사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런 러시아 앞에 오스만 투르크와의 대립은 바다의 긴장을 더 크게 했다.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을 지원함으로써 더 국제적인 면을 가지게 되었고 흑해는 더 복잡한 양상을 끼게 된다. 접해 있는 나라들 뿐만 아니라 흑해와 관련된 이익에 이어져 있는 나라들도 분쟁에 참여하게 되어서 이 바다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책은 2000년 전후의 상황까지만 이야기 하고 있어서 그 뒤에 이어진 중요한 사건이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데 바로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이다. 소련에서 독립해서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를 세웠지만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 나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돌입해서 언제 휴전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책은 흑해라는 지역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 주위 지역이나 나라의 여러 역사를 압축해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주 세세히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흑해라는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할 수 있을 정도다. 흑해를 주된 소재로 다룬 것으로는 이 책의 최초라고 하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내용 자체는 쉽게 잘 읽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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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명화 수록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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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인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잘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여러 자료와 명화 등을 통해 전쟁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 이 전쟁으로 그리스 전역이 힘을 잃고 그 틈에 마케도니아가 힘을 축적해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묘하다. 이때 이후로 비슷하게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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