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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 - 국제관계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에 대한 연구
F. 힐러리 콘로이 지음, 김범 옮김 / 테오리아 / 2025년 12월
평점 :

우리 역사에서 외국에게 침략 당해서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우리 국권이 완전히 외국에 넘어가서 수 십 년에 걸쳐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일본의 조선 침략이다. 비교적 가까운 시대인 근대에 일어났고 그것이 현대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인 이 침략은 수 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여러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다시는 이런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당시 상황과 더불어 침략한 일본의 당시 상황도 알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서 그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게 되었는지 아는 것은 또 비슷하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태를 미리 방지한다는 뜻에서 나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입장이 아닌, 당시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을 침략하는 과정을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제국주의 물결에 있었던 당시의 국제적 ,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본이 조선을 합병 한 것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어떻게 보면 일제의 선택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주장이 들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을 지은 지은이는 일제를 변호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 일제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다만 당시의 상황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일 양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 봤을 때의 분석이긴 하지만 지은이 자신이 말하고 있듯이 전적으로 일본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주장이기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책은 우선 '정한론' 부터 이야기 한다. 정한론은 말 그대로 한을 정벌한다 즉 조선을 정벌한다 그런 뜻이다. 아니 뜬금없이 왜 정한론일까.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해체된 무사 계급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유신을 단행했지만 정정은 불안했다. 이럴 때는 외부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임진왜란처럼 말이다. 그리고 300년 전 조선의 침략에서 거의 성공할 뻔한 기억으로 만만해진 조선이 눈에 보인다. 마침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음을 알리는 일본의 외교 문서가 전례에 따르지 않았다고 조선에 의해 거부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일본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한론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이 정한론이 일어나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하는 과격파와 온건파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온건파도 나중에 하자는 것이지 정한론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것이다. 이 과정이 잘 설명되고 있지만 그 정한론 자체가 제국주의적인 사고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 논쟁 속에서 내재된 함의가 중요한데 책은 일단 있었던 일을 서술하는 데 그친다.
이후 정한론은 결국 강화도 조약으로 이어진다. 책은 강화도 조약 이후 여러 사건들 속에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변화해 가는 가를 시대 순으로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지은이는 처음부터 병합을 목적으로 조선에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비록 불평등하게 조약을 맺기는 했지만 조선을 개화 시키는데 나름의 목적이 있었고 그래서 조선의 개화파들을 적극 후원했고 조선이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주국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점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국제 정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청일 전쟁이나 러일 전쟁을 겪으면서 제국주의적 침략을 하게 되고 끝내 조선을 병합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그 과정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보고 있는데 당시 일본의 입장이 어땠는지 아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그가 조선을 끝내 합병하기 보다는 좀 더 온화한 방식으로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했다고 여긴다. 조선 황실을 존속하도록 하고 나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두고 그렇게 말한다. 이토의 정책은 당시 일본의 대략적인 대 조선 정책이었다고 말한다. 계몽주의 적이고 이상주의 적으로 조선을 개화 시킨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토가 암살되고 시대 상황이 변화하면서 조선 병합은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토와 같은 온건론자도 있는데 끝내 강제 합병의 길로 가게 되었는가. 그것은 일본의 안보 불안에 있다고 여긴다. 서구 세력의 침략에 어느 정도 방어를 해낸 일본이지만 청과 러시아를 제압하지 않으면 결국 조선이 서구 세력에게 먹히게 되고 그렇다면 그 위협은 일본을 향하게 된다는 그런 논리다. 힌반도를 '일본을 겨누고 있는 단검' 이라는 인식을 가졌기에 내키지 않지만 결국 식민 지배를 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일제를 옹호하고 그 시대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려고 책을 쓴 것은 아니다. 분명히 비판적이지만 어쨌든 그 시대에 일본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 정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쪽 면 만을 보고 쓴 한계가 드러나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59년~1960년 사이니까 60년 전의 내용이다. 당시 한국은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 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무엇보다 한국 전쟁을 치르고 정신이 없을 때다. 지은이가 일본 배경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와서 그쪽의 자료만 가지고 글을 썼기에 그 자료의 이면에 보이는 진실을 잡아내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만일 균형 잡힌 자료가 있었다면 이런 식의 주장이 나왔을까 싶기도 하다.
손바닥을 봐도 한쪽 면만 보면 전체를 알 수 없다. 지은이의 의도와는 달리 이 책이 일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고 자연 재해 같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기에 일본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에 이용 당할 수 있다. 미국 학자가 본 객관적인 주장이라고 할 것이 뻔하지 않는가. 지은이는 조선을 개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일본이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침략의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제국 주의 시절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자체가 악인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시절이 그랬기에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행동에 대한 해석은 결과를 보면 명확해진다. 일제가 조선을 멸망 시키고 식민 지배를 하면서 한민족에게 어떠한 짓을 했는지 보면 그들이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행동을 했는지 시절에 휩쓸려서 어쩔 수 없이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일제의 악독한 탄압으로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자체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느낌이 든다. 감정보다는 냉정한 시선에서 여러 문서들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 어쨌든 실제 있었던 여러 외교 문서나 자료가 있고 그것이 허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의 일본 정책이 사안에 따라서 어떻게 바뀌고 또 담당하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말, 행동을 알아가는데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당시 일본의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중간 중간 잘 안 읽히는 부분도 있는데 원저가 어렵게 쓰인 건지 번역이 어렵게 된 것인지 술술 넘어가는 편은 아니다. 학술서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일본 입장에서 조선 강점의 과정을 여러 문서를 통해 알 수 있기도 하고 그런 많은 자료를 통해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을 알아가는 면도 있는 책이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236108 에 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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