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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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시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든 느낌이다. 왠지 따뜻하다는 말보다 더 적합한 낱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고 산 지은이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 15년의 세월을 글로 쓴 작품인데 하나 같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대만에서 아주 유명한 아동 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하지만 왜 유명한 사람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 그 알 수 있게 된다.


지은이는 단칸방에서 신혼 사림을 시작했다. 비록 작고 얄팍한 종이 상자 같은 작은 집이었지만 두 사람은 행복했다. 그저 함께 있을 수 있기에 그랬던 것이다. 사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비 피할 지붕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 같이 있다는 그 자체가 좋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살면서 '태양' 이 다가왔다. 바로 부부의 첫 아이가 탄생한 것이다. 지은이는 이 아기를 '작은 태양'이라고 했다. 빛처럼 따뜻하고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작은 태양을 데리고 눅눅하고 비좁은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책은 지은이에게 이 아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소중한 존재인지 잘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아기는 힘겹게 짊어지고 가는 짐이 아니고 우리 인생길에서 처음 만난 가장 사랑스러운 벗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공감이 간다. 아이가 커가면서 주는 기쁨과 감동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책은 이 작은 태양이 집에 오게 된 이후로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단상들을 잘 그리고 있다. 사실 한 명만 키우면 어찌어찌 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두 명을 더 낳아서 총 3명의 아이를 키우게 된다. 그 와중에서 아이들에게서 삶의 고단함과 함께 기쁨도 느끼게 되고 이런 저런 일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 자체가 부부의 삶에 큰 축복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 자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마음속에 흐뭇함이 자리 잡게 한다.


지은이는 작가이기에 집에서 글을 쓰는데 문득 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오토바이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도 새롭게 들리지만 아내의 옷 자르는 소리, 첫째의 문법 교과서 읽는 소리, 둘째의 연필 쓰는 소리, 막내의 코 고는 소리 등이 참으로 좋게 들린다. 그래 이런 소리가 진정 행복한 소리가 아니겠는가. 지은이의 표현이 참 좋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저 행복한 소리들.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 가슴 충만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은 아이들과 여행 가던 일, 아빠의 흰머리 소동, 시험 준비, 분실 사건 등 아이들과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소한 일들을 정감 있게 잘 그리고 있다. 지은이가 대만 사람이라서 같은 동양권인 우리 나라에 대입해도 충분히 교감이 가는 내용이다. 회사에서 고되게 일해도 집에 와서 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만 들으면 피곤이 싹 달아나는 그런 기분 자녀 있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느껴봤을 것인데 이 책도 그런 아이들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잘 들려주고 있다.


마지막 글인 '작은 메뚜기' 편에서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늘 엄마에게 아빠는? 이라고 아이들이 묻던 것에서 이제는 지은이가 아이들은? 이라고 묻는다는 장면이 웃음이 나왔다. 이제 점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들것이다. 아이들은 또 다른 소중한 독립체로 발전해 나아가고 그런 모습을 부모는 흐뭇하게 지켜보게 되고. 그 시간 모두가 부모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인 린량은 타이완에서 국민적인 아동 문학 작가로 이름 있는데 글을 보니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다. 글이 쉽고 간결하면서도 진실되게 써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린량은 아동 문학을 평이한 말로 이루어진 예술이라고 말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통속적인 언어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쉽게 쓰다는 것은 그만큼의 실력이 쌓여 있어야 할 수 있기에 쉬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왜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들도 아이를 낳았을 때는 크게 기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아이가 이 책에 내용처럼 작은 태양으로 느끼지 않은 모양이다. 부모에게 아이는 평생을 가는 기쁨이나 다름 없는데 그것을 잊었나 보다. 이 책은아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데 많은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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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9 - 초선의 운명 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9
단꿈아이 지음, 스튜디오 담 그림 / 단꿈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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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방대한 양때문에 아이들이 읽기 어려운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만화로 접할 수 있어서 좋네요. 이번 책은 초선의 활약이 나오는군요. 역적 동탁을 잡기 위해서 여포의 마음을 움직이는 초선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네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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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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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내가 놓친게 있었나 하고 다시 앞으로 읽기도 했다. 문든 지은이를 떠올리니 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편의점 인간' 으로 아쿠타가와상을 탄 무라타 사야카는 독특한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작가다. 뭔가 평범한 사람은 아닌듯한 생각이 남다른 사람들이 주된 요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비정상인.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면서 그 이면에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남겨 둔다.


이번에 책의 등장 인물들도 예사롭지가 않다. 생각 자체가 흥미롭다. 자기 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나쓰키는 외계인인데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에서 왔다고 믿고 있다. 자신은 모종의 이유로 지구라는 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미친게 아닌가? 아니면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인가? 사실 나쓰키는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람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면서 살아 왔다. 그런 억눌린 상탱에서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서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 지구별에 사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하게 된 것이다.


나쓰키에게 인간 세상은 그저 공장일뿐이었다. 아이를 나아서 정해진 틀대로 커서 공부하고 직장 잡고 아이를 또 낳고. 그저 아이 낳은 공장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이런 보통 사람과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나쓰키가 세상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사촌 유우만이 그 생각을 이해하고 그 자신도 외계인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그들 둘만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둘은 떨어지게 된다. 나쓰키는 인간 세상에 살아 남기 위해서 인간들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른바 인간들에게 세뇌를 당한 것이다.


시간을 흘러 세상에 적응해서 살던 나쓰키는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게 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내용을 보면 계약 결혼이나 마찬가지다. 그냥 공동 공간을 같이 쓰는 동거인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다. 밖에서는 부부지만 집 안에서는 그냥 남이나 다름없다. 남편인 도모오미도 독특한 사람이긴 하다. 도모오미 또한 폭력적인 부모에게서 벗어날려고 결혼을 했는데 여러 가지로 나쓰키와 조건이 맞아서 결혼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구인들의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번식 공장이라서 자신은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정도 지구별에 적응하는 나쓰키에 비해서 지구인에게 세뇌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유우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서 함께 살면서 기존 관념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산다. 그러다가 서서히 밝혀지는 사실들. 나쓰키는 외계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결국 지구별에 정착 할 것인다. 후반부는 좀 더 빠른 전개로 결말에 치닫는다.


주요 등장 인물 3명은 공통적으로 오랜 기간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나쓰키는 정서적 학대와 육체적 폭력을 강하게 받았다. 나쓰키가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고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해도 다행일 지경이다. 지구별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자신이 마법 소녀이고 외계인이라면서 그래도 지구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 그녀에게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평범한 삶을 살았을 지구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폭력이 치유되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 아니겠는가. 정상과 비정상이 뒤틀려 버린 이야기 같다.


내용은 상당히 특이하면서 도발적이다. 느긋하게 읽다가 고쳐 앉아 읽게 한다.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여운이 길게 간다. 두 번은 읽어야 그 느낌이 밀려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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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로드 1 - 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한국사로드 1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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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에 다시 닥칠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실 역사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그런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배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수 천년 동안 켜켜이 쌓인 역사는 너무나 방대하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읽어야 하고 봐야 한다. 그래서 자칫 글자로만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 학창 시절 역사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역사를 그냥 암기만 해야 하는 재미 없는 과목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보고 외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이해를 해야 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 등을 이해한다면 암기는 저절로 따라온다. 과거에 역사 교과서는 그냥 암기용 책이었다. 요즘에는 그림이나 설명을 많이 넣어서 이해도를 높인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역사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더 이해도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그것의 모범이 아닌가 싶다.


일단 지은이는 정규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기자다. 한능검, 즉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을 준비하면서 좀 더 시험을 잘 대비하고 좀 더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답사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책으로 펴냈다. 어떻게 보면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인데 이 과정이 아주 훌륭해서 내용이 충실한 책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한능검은 단순 암기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시험 형식을 보면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를 해야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험을 잘 치는데 도움도 주지만 그 자체가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느끼게 해준다.


책은 총 3권이고 이번에 나온 1권은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각 시대별 역사는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직접 현장 답사를 해서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 시키는데 역사적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되니까 암기도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기록이 있거나 유물, 유적이 있는 역사는 찾아가거나 사진 등을 통해서 보기가 어렵지 않지만 간단하게 지나치는 선사 시대의 이야기는 단순 암기가 되기 쉽다. 이 책은 첫 장부터 우리 나라의 구석기 시대를 조명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 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수준 낮은 구석기 문화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한 미군으로 있던 그렉 보웬이 한탄강 부근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깨진 항아리를 발견하고 그 후로도 주위를 관찰하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준 낮은 문화가 존재 한다던 기존 학설을 깨고 '고급'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귀중한 유물이었다.


책은 연천 전곡리를 직접 가서 한탄강도 보여주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보충해서 선사 시대의 특징을 한탄강의 지리적 특성과 함께 설명하는데 이해가 쉽게 된다. 마무리로 연천에서 볼 곳, 먹을 곳을 소개하고 서울 기준으로 탐방 코스까지 안내해준다. 기존의 책들에서 볼 수 없었던 기동성과 현장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전곡리의 구석기 시대 역사가 머리에 잘 들어왔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여러 중요한 장소를 직접 탐방을 해서 실제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왜'라는 의문에 친절하게 답해 준다. 지은이가 고생한 만큼 우리는 편하게 보면 되는 것이다. 책을 보면 지은이가 마냥 좋은 평가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역사책 에서는 대단하게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있었고 주위 정비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것도 가감 없이 기술 하고 있다. 역사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실제의 모습이 기대와 다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느끼는 것이 다를텐데 지은이가 그런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더 사실적인 것 같다.


지은이가 안타깝게 여긴 것은 경주의 능 관리였다. 신라의 중요한 왕 중에 하나인 법흥왕과 진흥왕의 왕릉이 꼼꼼하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경주는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유물 유적이 많아서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이런 유적들은 정말 잘 관리를 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책이 많이 팔려서 관련 당국이 각성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좋다. 역사를 하나 하나 다 외울 필요는 없는데 이렇게 전체적인 역사 흐름을 이해하면서 중요 부분을 사진이나 지도, 영상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역사 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한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능검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알아가기 위해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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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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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의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청교도 혁명'은 익숙한 역사다. 이른바 청교도들에 의해서 나라의 국체가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뀐 사건. 이것을 이끈 것은 크롬웰이라는 사람이고 그렇게 바뀌었던 나라가 크롬웰이 죽자 다시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돌아갔다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서 당시 왕이었던 찰스 1세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크롬웰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청교도 혁명이라고 하기 보다는 '잉글랜드 내전' 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명칭이 좀 더 맞다 생각한다.


잉글랜드 내전이 영국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이때 도입된 여러 제도들이 결국 왕권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인 근대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는 왕이 신과 다름없다는 '왕권신수설'이 강력할 때여서 영국 내전의 결과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왕권을 견제하는 의회가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잉글랜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처음에 청교도 혁명이라고 불렸듯이 본질적인 문제는 '종교' 이었다. 개신교가 장악한 의회와 친가톨릭 성향의 왕과의 대립이었는데 이 둘 사이에서 유연하게 줄타기를 했어야 하는 왕이 의회를 무시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당시 왕인 찰스 1세의 아버지인 제임스 1세는 비교적 이 상황을 잘 통제했지만 찰스 1세는 그런 처세 능력이 부족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혼자서 통치를 했지만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으로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의회에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회가 그 요구를 순순히 들어 줄 수는 없는 법.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들고 나온 것이 왕의 종교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가톨릭교를 믿는 왕비에 대한 불만이었다. 왕은 비록 개신교였지만 왕비때문에 가톨릭에 관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왕비의 이름이 바로 헨리에타 마리아 이다.


헨리에타는 낭트 칙령으로 종교 내란을 잠재운 프랑스의 위대한 왕 앙리 4세의 딸이었다. 정략적인 이유로 찰스 1세와 결혼했고 초기에는 왕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점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여러 아이도 낳아서 행복하게 지내나 했다. 그러나 문제는 왕비의 종교를 문제 삼은 의회였다. 가톨릭을 믿는 왕비가 왕을 움직여서 영국의 개신교도들을 탄압할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 '공산당' 하면 논리와 이성이 마비된 세상에 살았던 우리 나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당시는 종교가 모든 것인 세상이었다. 종교때문에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헨리에타의 모국인 프랑스도 오랜 종교 내전을 겪다가 아버지 앙리 4세가 겨우 잠재웠고 유럽 각국이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서 엄청난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당연하게도 가톨릭을 믿는 왕비때문에 개신교가 다수인 의회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시 왕인 찰스 1세였다. 왕이 다스리던 나라에서 최고 권력가이자 최종 결정권자는 왕비가 아니라 왕이었다. 비록 왕비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었어도 결국 왕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헨리에타는 영국인이 아니었기에 영국에서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단지 가톨릭을 믿는 것 뿐이었다. 의회는 그것을 물고 늘어졌는데 그 사이에서 찰스 1세가 처세를 잘 했어야 했다. 왕과 의회의 대립은 이런 것이 누적이 되어서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의회는 헨리에타의 종교를 빌미삼아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고 이것이 훗날 그녀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책은 악녀로 불렸다는 헨리에타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낯선 잉글랜드로 와서 잉글랜드 왕비가 되고 전쟁에 휘말리고 남편을 잃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상 악녀로 불리는 사람이 몇 사람 있는데 사실 헨리에타 마리가가 악녀로 불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악녀로 불린다는 것은 그 만큼의 힘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그녀가 그럴 힘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일 그녀가 그토록 악랄하게 당대를 지배했다면 내전 중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어야 했을 것이다. 


청교도 혁명라고 불렸던 잉글랜드 내전은 그 의미에 비해서 우리 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잘 설명하고 있다. 헨리에타 마리아라는 인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듯 한데 잉글랜드 내전이 일어나게 되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그녀 자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내전과 그 배경이 되는 헨리에타 마리아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여서 관련된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책 같다. 다만 문단 나누기가 별로 없어서 읽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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