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청교도 혁명'은 익숙한 역사다. 이른바 청교도들에 의해서 나라의 국체가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뀐 사건. 이것을 이끈 것은 크롬웰이라는 사람이고 그렇게 바뀌었던 나라가 크롬웰이 죽자 다시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돌아갔다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서 당시 왕이었던 찰스 1세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크롬웰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청교도 혁명이라고 하기 보다는 '잉글랜드 내전' 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명칭이 좀 더 맞다 생각한다.


잉글랜드 내전이 영국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이때 도입된 여러 제도들이 결국 왕권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인 근대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는 왕이 신과 다름없다는 '왕권신수설'이 강력할 때여서 영국 내전의 결과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왕권을 견제하는 의회가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잉글랜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처음에 청교도 혁명이라고 불렸듯이 본질적인 문제는 '종교' 이었다. 개신교가 장악한 의회와 친가톨릭 성향의 왕과의 대립이었는데 이 둘 사이에서 유연하게 줄타기를 했어야 하는 왕이 의회를 무시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당시 왕인 찰스 1세의 아버지인 제임스 1세는 비교적 이 상황을 잘 통제했지만 찰스 1세는 그런 처세 능력이 부족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혼자서 통치를 했지만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으로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의회에 도움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회가 그 요구를 순순히 들어 줄 수는 없는 법.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들고 나온 것이 왕의 종교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가톨릭교를 믿는 왕비에 대한 불만이었다. 왕은 비록 개신교였지만 왕비때문에 가톨릭에 관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왕비의 이름이 바로 헨리에타 마리아 이다.


헨리에타는 낭트 칙령으로 종교 내란을 잠재운 프랑스의 위대한 왕 앙리 4세의 딸이었다. 정략적인 이유로 찰스 1세와 결혼했고 초기에는 왕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점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여러 아이도 낳아서 행복하게 지내나 했다. 그러나 문제는 왕비의 종교를 문제 삼은 의회였다. 가톨릭을 믿는 왕비가 왕을 움직여서 영국의 개신교도들을 탄압할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 '공산당' 하면 논리와 이성이 마비된 세상에 살았던 우리 나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당시는 종교가 모든 것인 세상이었다. 종교때문에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헨리에타의 모국인 프랑스도 오랜 종교 내전을 겪다가 아버지 앙리 4세가 겨우 잠재웠고 유럽 각국이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서 엄청난 전쟁을 하던 시기였다. 당연하게도 가톨릭을 믿는 왕비때문에 개신교가 다수인 의회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시 왕인 찰스 1세였다. 왕이 다스리던 나라에서 최고 권력가이자 최종 결정권자는 왕비가 아니라 왕이었다. 비록 왕비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었어도 결국 왕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헨리에타는 영국인이 아니었기에 영국에서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고 그녀 자신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단지 가톨릭을 믿는 것 뿐이었다. 의회는 그것을 물고 늘어졌는데 그 사이에서 찰스 1세가 처세를 잘 했어야 했다. 왕과 의회의 대립은 이런 것이 누적이 되어서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인데 의회는 헨리에타의 종교를 빌미삼아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고 이것이 훗날 그녀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책은 악녀로 불렸다는 헨리에타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낯선 잉글랜드로 와서 잉글랜드 왕비가 되고 전쟁에 휘말리고 남편을 잃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상 악녀로 불리는 사람이 몇 사람 있는데 사실 헨리에타 마리가가 악녀로 불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악녀로 불린다는 것은 그 만큼의 힘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그녀가 그럴 힘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일 그녀가 그토록 악랄하게 당대를 지배했다면 내전 중에 죽었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어야 했을 것이다. 


청교도 혁명라고 불렸던 잉글랜드 내전은 그 의미에 비해서 우리 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잘 설명하고 있다. 헨리에타 마리아라는 인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듯 한데 잉글랜드 내전이 일어나게 되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그녀 자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내전과 그 배경이 되는 헨리에타 마리아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여서 관련된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책 같다. 다만 문단 나누기가 별로 없어서 읽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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