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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태평양이란것은 그저 낱말로 인식되기가 쉽다. 일본이라는 섬에 가로막혀서 저 광대한 바다를 바로 접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강대국으로 둘러쌓여있고 북한이라는 실존하는 현실적 위협때문에 위만 바라보고 있지 아래를 볼 여유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닐까도 싶다.
태평양. 지구상의 어떤 대륙보다도 더 넓은 그 곳. 그 엄청난 바다는 어떤곳일까. 그저 바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곳인데 단순히 큰 바다이기만 한곳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큰 바다를 차지하고 이 큰 바다를 이용해서 국익을 쟁취하려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것이다.
사실 우리의 국력으로 태평양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기란게 쉽지가 않다. 이 무주공산의 바다도 결국은 힘있는 나라의 차지일것인데 통일된 한국이라면 모를까 분단되고 전쟁위험성이 있는 우리에게는 머나먼 꿈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대국의 논리에 무조건 맞장구만 치고 있을수는 없지않겠는가. 저들의 논리를 알고 거기에 대처하기위해서라도 이 드넓은 바다를 알아야 할것인데 거기에 딱 좋은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태평양은 바다중에서도 제일 크고 또 제일 깊은 곳이기에 사람 사는곳이 별로 없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나 크고 넓어서 눈에 잘 안보였을뿐이지 여기의 수많은 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백 수천년동안 살아왔음을 이제는 알것이다. 책은 그런 문화와 함께 태평양에서 일어난 일들중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친 10대 사건을 중심으로 태평양이란 공간을 조명하고 있다.
우선 태평양을 가장 많이 접하면서 또 가장 많은 실효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그 미국의 이야기중에서도 핵의 이야기. 핵폭탄은 2차 세계 대전의 끝을 보게한 무기이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하게되었는지 잘 모를때가 많다. 책에서는 주로 핵실험때문에 태평양의 문화와 사람들이 어떻게 망가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핵실험을 위해서 나름 신중하게 고른 섬의 원주민을 다른 섬으로 이동시키는건 정말이지 그 시대에나 해당되었을 일이겠다. 오늘날에는 있을수가 없는데 그당시는 적당한 구슬림과 위협으로 수세기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을 이주시켰던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하는데도 그냥 이주시킨것만으로만 끝내버린 미국정부는 마땅히 비난받아야한다. 그들의 문화를 파괴했는것도 문제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망해가는걸 방치한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비키니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단순한 여성 수영복을 뜻했던 비키니가 핵실험의 주요한 장소였던 비키니섬에서 유래한것이란것을 알았는데 그런 아름다운 섬이 이제는 한갖 여성 수영복의 이름으로만 남겨졌다는게 서글픈 느낌이 들게 했다.
책 중간에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반도도 일본에 가로막혀있긴 해도 직접적인 태평양 바다와 연관된 땅이니까 이야기될수 있는 곳이다. 북한은 뭐 과거에 무수히 많은 만행을 저질렀는데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사건이 미국에 끼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미국 첩보선이 외국에 나포된것이 거의 없었는데 북한에 강제 나포되었고 그들을 송환시키기 위해서 저자세로 임했다는것인데 미국이 얼마나 굴욕감을 느꼈을지 상상이 된다.
그리고 그 뒤에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에서는 사건 처리를 위해서 미루나무를 베러갈때는 그 치욕을 만회라도 하듯 그야말로 온 미국의 전력을 동원해서 북한을 위협한다. 북한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는듯 그냥 넘어갔다. 사실 이때가 한반도에 전쟁 위협이 아주 컸던때인데 당시 한국 정부는 그 상황을 어떻게 대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전쟁이 일어날수 없다는게 대략적인 중론이긴 하지만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의 동의따윈 구하지 않는다는것을 우리의 위정자들은 잘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은 태평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은 일찌기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왔는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영해를 주장하면서 여러 가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것을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작전으로 맞서고 있는데 사실 중국은 현재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의 당사자이면서 그 지역에 접해있어서 바로 대응이 가능한데 미국은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저 멀리 태평양 너머에 있다. 그래서 인근 국가들을 동원하려고 하는게 그게 쉽지 않다.
중국과 직접적인 분쟁 당사국들은 일단 국력에서 차이가 나서 대응력에 한계가 있는데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지렛대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이야 늘 미국말만 잘 들었으니까 그것에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우리는 참 쉽지 않다. 안보상으로는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입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쳐해있다. 최근의 사드문제만 해도 그것이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함이 아니란것은 국제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략적으로 알수있다.
더구나 북한의 핵위협이 나날이 증대하고 있는데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장이 참 난감하기만 하다. 미중의 싸움에 우리가 등터지는 꼴일까. 그래도 다행이 정상적이 사고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서 아주 이상한 결정을 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쉽지않는 어려운 문제다.
그밖에 일본의 여러 전자 개발품들이 태평양을 넘어서 미국과 전세계를 뒤흔들었다는 이야기나 호주의 영국 왕실로부터의 독립등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잘 읽혀던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술술 잘 넘어간다. 책 두께가 꽤 두꺼움에도 진도가 빨랐던것은 그만큼 지은이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지은이는 탐사전문가라고 하는데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바탕 위에서 글을 써서 내용이 실제적이고 생생하면서 설득력있게 쉽게 잘 읽힌다. 딱딱한 소개서나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그런 글이어서 재미있게 잘 읽었다. 어떤 주제든 글은 재미있게 써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그 생각에 딱 부합하는 책이었다.
태평양은 먼듯 하지만 조금 비켜나면 바로 보이는 우리에게도 가까운 바다이기도 하다.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이 우리의 경제적 안보적인 이익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하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태평양이란 광대한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수 있을꺼 같아서 좋았던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