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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이유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 추리 스릴러쪽 장르문학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이름은 알만한 시리즈가 존 리버스 시리즈다.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국민작가이면서 출간즉시 무섭도록 팔리는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언 랜킨이 만든 형사 존 리버스가 주인공인 형사물인데 범죄 문학의 역사가 깊은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국민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이야기의 배경이 수도인 런던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라는 점이다. 우리로 치면 대구나 부산 광주가 무대랄까. 분리 독립 주장이 있을 정도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는 잘 못느끼지만 아마 영어 원작을 볼수있다면 그 묘한 뉘앙스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아무튼 같은 영국안이라고 해도 여러 지역이 무슨 딴나라같은 느낌이 들수있는곳이 이 나라인데 그런 상황을 잘 드러낸것이 이번에 나온 이야기다.
한창 페스티벌로 시끄러운 에든버러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것도 고문받고 총맞은 채로. 현장에 출동한 리버스는 이것이 그냥 단순할 범죄가 아니라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해라는 것을 알게된다. 바로 아일랜드공화국군이라고 불리는 테러단체 IRA. 이 단체가 개입했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들은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각종 테러와 소요를 일으키는 영국의 골치덩이였다. 사실 최근에는 이것이 평화롭게 해결이 되었지만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엄연하게 당면한 문제였던 것이다.
아무튼 단순 사건이 아니었던터라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스코틀랜드경찰국의 테러 전담 부서로 파견된다. 혼자만 달랑 간거기때문에 뭔가 굴러들어온 돌 같은 리버스는 그 부서에서 환영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던중 피해자의 밝혀진 신원이 더 놀랍다. 바로 리버스가 잡아넣은 강력한 악당 캐퍼티의 아들이란다. 감옥에 갖혀있는 캐퍼티는 어서 범인을 잡으라고 리버스를 닥달하게 되고 물론 그 범인을 자기가 죽이겠다는것이겠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살인 사건. 여러방면에서 다른 압력을 받게 되는 존 리버스였다. 머리가 산란해지는 그때 애정 전선에도 균열이 생기고 그야말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여러가지를 신경써야했던 리버스였다.
이번 책은 이때까지의 존 리버스 시리즈중에서 뭐랄까 제일 규모도 크고 긴장감도 더 있고 압박감도 있었던 사건이 아닐까 싶다. 앞시리즈에서는 어찌보면 개인의 사건이고 정치적인 면이 있는 사건이라서 아기자기했다면 이번 사건은 테러와 마주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희대의 악당의 사적 복수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 그래서 더 긴박한 분위기의 이야기여서 다른 시리즈와 차별되는 면이 있는 시리즈였다.
존 리버스는 집요하면서도 치열한 형사다. 그리고 상황을 종합적이면서도 넓게 보는 스타일이다. 다른 형사들은 하나하나의 단서를 쫓고 검증하고 모으기에 급급하지만 리버스는 그것을 다 이어서 전체적인 그림이 되게 한다. 균형적이고 입체적으로 사건을 바라 보는것이다. 그래서 그는 팀플레이를 중시했고 이번책에서 다른 부서로 파견나갔을때 그것이 안되어서 답답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그의 통찰력있는 수사 능력이 경찰서내에서 그의 위치를 증명해주는것이다.
하지만 리버스가 아주 강직하고 뻣뻣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할때가 있다. 그러나 상관에게 나름 좋게좋게 말할줄도 알고 분위기를 그때그때 맞게 잘 맞춰간다. 어떨때는 약하게 어떨때는 강하게. 그래서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이 시리즈의 인기를 이끌게 하는 요인이 되는게 아닌가싶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볼수있는 편안함. 그러면서도 의리있고 다정하고. 이런점들이 영국여성들에게 먹혔나. 우리의 리버스형사는 여복이 많다. 이미 매력적인 의사와 잘 사귀고 있는데 잊는듯하면 매력적인 또다른 여성이 나타나서 리버스를 흔들리게 한다. 보통은 불굴의 의지로 잘 찾는 리버스가 이번책에서는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 오는데 읽다보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번 책은 영국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라서 조금 복잡할수도 있다. 북아일랜드와 영국과의 관계와 함께 그것이 신교와 구교간의 종교적인 문제와 결부가 되어서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수도 있는것이었다. 관련된 여러 단체들이 나와서 좀 헷갈릴수도 있는데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는 부분이라서 이것이 잘 이해되면 전체적인 사건 맥락을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전작들에 비해서 리버스의 활약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이것은 곧 그와 단짝이 되어서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다른 조연들과의 티격태격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번책에서는 많이 줄어들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좀더 큰 규모의 사건에서도 멋지게 활약하는 리버스의 모습을 볼수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