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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나오미 울프 지음, 최가영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7월
평점 :
책의 부제가 '신성한 구멍' 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라고 한다. 다소 도발적인 문구인데 제목이 무엇을 말할려고 하는지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버자이너는 우리말로 질이라고 할수있는데 이것이 남녀를 구분짓는 막중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많이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거기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많은 부분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책의 부제는 어떻게보면 딱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완전 별로다. 성교육이란것의 핵심은 결국 남녀의 생식기와 관련되어있는데 오래된 유교적인 관습은 이쪽을 터부시해서 언급하는거 자체를 꺼려왔다. 그런탓에 수박겉핥기식의 성교육이 난무했고 그것은 여자라고 해서 크게 다를바없다. 제대로된 성윤리와함께 인체의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그것을 모르니 남자도 여자도 어떤 사고가 나면 허둥지둥 어쩌지를 못하는것이다.
이 책은 버자이너 즉 여성의 질이 어떠한 역할을 하며 그동안 어떻게 억압되어 왔고 그것이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는건가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많은 부분 잘 듣지 못했던 부분이고 여성에게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이 많이 있는 내용이다.
우선 이 책은 지은이가 느낀 감정의 변화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생활에 만족하고 오르가즘도 충분히 느꼈던 지은이가 어느날 감각도 무뎌지고 뭔가 우울증비슷한것이 오면서 삶의 의미가 떨어지는 상태가 된다. 사귀던 남자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그냥 잘 사귀고 있었다. 행복했고 삶이 최고조에 달했는데도 그런 느낌이 온것이다. 대체 뭐때문에 이런일이 일어난것일까. 몇번의 병원 방문과 여러 검사를 통해서 이것이 여성 골반의 한 부분이 잘못되어서 그런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말하자면 골반 신경통에 의해서 그것이 근육이 눌려서 그런 현상이 온것이다라는것인데 골반의 신경망 구조가 얼마나 세밀하고 얼마나 여성의 질에 중대한 관련성이 있는가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의 신경이 물론 중요한것이긴 한데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의 손상이 그렇게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물론 모든 여성은 신경구조가 달라서 성적 반응이 다 제각각이긴 하다. 그것은 골반 신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사람마다 다 다른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해가 가려나. 남성의 등 쪽 음경 신경은 훨씬 단조롭지만 여성은 상당히 복잡하고 개성적이라서 각기 다르게 신경망이 조직이 되고 또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냥 넘어가는것을 지은이는 갑자기 다른 감각을 가지게 된것이라고 한다.
이런 여성의 섬세한 감각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여성의 억압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뒤에 이어서 설명한다. 강간이나 성폭력이 얼마나 여성의 자율신경계를 파괴하는가에 대해서 여러 자료와 실증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과거의 그런 경험이 많이 치유가 된다고 하더라고 그 손상된 신경은 완전히 복구되기 힘들다는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강간의 후폭풍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면서 과거의 역사속에서 여성의 성이 어떻게 억압되고 무시되어왔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버자이너가 외부적인 것이라면 포르노는 내부적으로 버자이너를 무너지게 한다. 사랑의 쾌감을 얻기 위한 정상적인 전희의 과정은 생략한채 그저 강압적 삽입을 강조하는 그것은 단순한 남성에게 더 자극적이 되게 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몸에 안 좋은 결과를 일으키게 되는데 더 큰 문제는 포르노에 여성 자체가 노출된다는것이다. 그러면 정상적인 애무같은 단계를 거쳐도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것인데 이것 모두는 성적 감각을 전체적으로 둔화시키게 되는 상태가 된다. 결국 신경망이 손상되고 이것을 복구하는데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 큰 값을 치루어야 한다는 점을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인 버자이너로 상징되는 여성의 성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남자도 모르는 여성의 깊숙한 이야기를 여러 사례를 들어가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적인 의미와 함께 의학적인 결과도 함께 제시해서 이야기의 신뢰를 높이는데 글 자체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방대한 내용이라서 한번에 읽지 않으면 앞의 내용을 잊어먹는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봤을때 중간 부분부터 읽어도 그 뜻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책이 여성의 성에 대해서 100% 다 설명하는건 아니다. 이 책은 여성의 버자이너를 이야기하면서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확인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 어떤 존재인가를 여성 스스로도 잘 몰랐고 남성은 더 몰랐기에 좀더 알아가자는 의미다. 서로 알아간다면 더 좋게 사랑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1차적으로는 여성이 읽으면 좋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녀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남자는 화성에 여성은 금성에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