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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동아시아사 - 역사 선생님과 떠나는 시간 나들이
박중현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19년 3월
평점 :
한참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안그래도 북한 문제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일본까지 새로운 도발을 해왔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이 가만있는것도 아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계속해서 딴지를 걸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만 이렇게 여러 경우의 수를 다 헤아려야 했을까? 아니다. 우리는 역사상 계속해서 이웃 나라와 좋은 영향, 나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를 공부할때 우리나라의 역사도 물론 익혀야겠지만 시대적으로 우리와 얽힌 나라들까지 종으로 횡으로 함께 공부해야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만 떨어져서 역사가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에 대응하면서 이루어진것이 많기에 함께 봐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함께 봐야 할 나라가 우리 옆의 나라들인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우리와 국경을 맞댄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크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것은 아니기에 주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과 일본이 어떤 정책을 펼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운명이 달라진 점이 많았다. 대대로 자기중심적인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우리를 굴복시키기 위해서 침략을 했을때 우리는 그것을 때로는 굴복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강력하게 맞서 싸워서 이기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통일시키고 우리의 피에 강인함을 키우게 된 점도 있다.
그리고 일본.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선진 문물을 전수하는 입장에 있었기에 국력의 차이가 컸으나 그것이 역전된 것은 임진왜란이다. 그전에도 여러건의 왜란이 있었지만 우리가 적절하게 격퇴를 했으나 국가적으로 전면적인 침략을 해 온것은 임진왜란이 처음이다. 그렇게 침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력이 우리보다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우리의 저력이 있었기에 침략을 격퇴할수 있었지만 결국 400년뒤에 침공을 당해 나라를 잃게 되고 만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일본은 어떠한 내부적인 상황일때 우리를 침략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떠한 상황일때 평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전쟁이라는것은 상호적인 것이다. 상대가 약해보여야 공격할 마음이 생기지 상대가 더 강하거나 최소한 나랑 비슷하다고 여길때는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침략을 당했을때 상대 나라는 어떠했는가를 아는 것은 앞으로 또 있을지도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고 평화를 구축할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책은 처음에 동아시아의 개념에 대해서 다룬다. 엄격하게 하면 동아시아는 우리가 있는 동북아와 동남아를 말하지만 한자를 쓰는 문명권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일본, 중국, 베트남을 일컫는다. 책에서는 주로 한중일 즉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들 나라는 벼농사를 기본으로 쌀이 주된 산업이자 국가 기간이었다. 농경과 목축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쌀을 많이 생산할수록 국력이 커졌고 전쟁을 하더라도 그것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동북아는 중국의 문화를 중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인 나라들이 각자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른바 조공과 책봉이라는 전통적인 외교 관례를 통해서 질서가 짜여있었고 그것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중국의 유교는 봉건적인 체제에 잘 맞았기에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우리 나라에서 더 꽃을 피워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종교적으로는 불교가 오랫동안 각 나라에서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고 그 문화 유산이 아직까지 남아있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공통되면서도 각자의 방식에 맞춰서 짜여졌던 질서가 시대를 거듭할수록 바뀌어가기 시작했는데 우선 중국이 약해졌다. 명초기의 대외적인 활동성이 폐쇄적이 되면서 점점 국력이 약해졌고 조선은 수백년간의 평화로 인해서 국방력이 약해졌다. 반면 일본은 오랫동안의 전국 시대가 한 사람에 의해서 통일이 되어가고 있었고 제한적이지만 서양과의 교류를 통한 무기의 개량, 전쟁술의 발달 등으로 국력이 신장되어 가고 있었다.
그 결과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그 후유증으로 결국 명은 청에게 망하고 만다. 조선과 일본은 평화를 맺게 되지만 전쟁의 참화로 조선은 힘겨운 세월을 보내게 되었고 일본은 정권이 바뀌면서 도쿠가와에 의한 막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안정된 체제 아래에서 국력도 신장되어서 결국 훗날의 일본 제국주의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역사상 동양에게 국력이 미치지 못했던 서양은 르네상스에 이은 산업혁명으로 단시간에 동양을 압도할 힘을 갖게 되었다. 이른바 근대가 시작되었는데 특히 각종 무기의 발달로 침략성이 커지게 되었다.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는 그때까지도 전근대적인 상황에 놓여있었고 서양세력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수천년의 문화적인 힘을 갖고 있었던 중국은 때때로 저항에 성공했으나 이미 청왕조는 망해가고 있었기에 압도적 무력을 갖고 있는 서양에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일본도 서양 그중에서도 미국의 압력에 굴곡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서서히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청의 멸망과 함께 일본의 급부상으로 인해서 결국 조선은 일본의 침략에 별다른 힘도 못써보고 망하고 말핬다. 수천년을 이어온 한반도의 독립성이 이때 끊어진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동아시아 세 나라의 물고 물리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에게 망한 것은 우리 내부의 힘도 약했지만 그만큼 중국과 일본의 상황이 거기에 맞게 딱 떨어져서 그렇게 된 점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으면 일본이 쉽사리 우리를 침략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이미 일본은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전쟁에 이겼었고 미국과는 서로의 이익을 나누면서 조선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것이었다.
사람도 욕심이 많으면 망하는데 일본 제국주의는 더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독일과 함께 2차 세계 대전, 여기서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초반의 승전과는 달리 갈수록 힘이 딸려서 결국 패망하고 만다. 우리는 해방이 되었지만 엉뚱하게도 한반도가 분단이 되고 이념에 의한 전쟁으로 나라가 두조각이 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책은 우리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이 어떠한 상황일때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했는가를 알려주면서 전체적으로 상황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한다.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나 혼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교환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여러가지 도표나 그림, 지도 등을 통해서 더 이해하기 쉽게 하고 있고 동시대에 세 나라가 어떠했는가를 가로로 세로로 달려가면서 잘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함께 보는 것은 결국 무엇을 말하는가. 중국도 우리를 침략했고 일본도 우리를 침략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침략한 적은 없다. 결국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을 잘 길러야 하는것이 기본이겠지만 상대를 잘 알아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아직도 서로간에 살아있는 갈등과 반목을 넘어서 어떻게 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는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바로 서로를 함께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역사를 함께 보면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수있게 하는 책이었다.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책같아서 괜찮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