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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ㅣ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많은 스릴러 액션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 그중에서 재미있는 작품도 많이 있지만 책 내용에 비해서 우리의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주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마이클 코넬리다. 물론 그의 책도 대부분 창작이고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현실감을 주는 이유는 그가 전직 신문 기자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찰서 범죄 담당 기자. 수많은 범죄를 목격하면서 어떤 식으로 사건이 일어나는지를 현실성있게 그렸기 때문에 읽는 독자들은 실제로 일어났는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도 그런 것이 밑바탕이 되어서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이른바 시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 전작인 '시인'에서 연쇄살인마와의 혈투를 벌였던 주인공인 기자 잭 매커보이는 그뒤 중견 기자로 맹활약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수첩, 탐문, 펜 등은 구석기 시대 유물이 되고 이른바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어렵게 찾던 정보를 쉽게 찾는 것은 물론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진짜 정보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잭은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주저앉을 잭이 아니다.
잭은 평범하게 보이는 살인 사건에서 연쇄살인의 감을 잡게 된다. 사건을 차분히 추격하던 차에 몇가지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이내 집중적으로 파고 들고 그 저돌성에 진범인 '허수아비'는 역공을 취하기로 한다. 바로 인터넷을 이용해서 잭의 상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의 모든 사회적 신분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활동성을 제약하게 된다.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할줄 아는 범인 앞에 구시대 인물인 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잭은 그의 옛연인이자 FBI요원인 레이첼 월링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허수아비를 맹추격하게 된다. 작은 단서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찾아들어가는 잭. 결국 그는 얼굴도 모르는 허수아비의 실체 앞까지 다가서게 된다.
신문기자와 경찰 혹은 FBI라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구조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것은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라는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 인물들과 사건의 얼개가 조화롭게 잘 전개시켰다. 그래서 이야기에 빠져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배경은 인터넷 초창기때라서 지금 입장에서는 옛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오래전이 배경인 셜록 홈즈도 재미있게 읽는 마당에 초기 인터넷 시대가 어떠랴. 지금도 문제가 되는 개인 정보가 그때는 정말 무방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만한 이야기마냥 탄탄한 현실성을 바탕으로 사건이 전개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을 한다. 평면적인 범죄자나 주인공이 아니라 이런면도 보이고 저런면도 보이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개성있는 인물들에게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성장도 느끼게 해서 참 좋았다.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 났는데 새롭게 읽으니 그 맛이 더 좋은거 같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진득한 느낌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고 사건이나 등장 인물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역시 마이클 코넬리 답다란 생각이 든다. 이 작가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시리즈를 갖고 있는데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잭 매커보이 시리즈는 많이 나오지 않은거 같다. 사건을 헤집고 다니는 잭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