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드보일드 소설은 1930~4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범죄 소설 유형의 하나로 거칠고 비정하면서 사실주의적 이면서도 세속적이고 감정상 으로는 몰인정하면서 우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말한다. 어찌 보면 좀 건조한 느낌의 이야기 스타일이다. 탐정은 상세하면서도 세밀하게 조사해가지만 위트나 유머는 그리 나오지 않고 상대 악당도 무자비하면서 조금의 헛점도 보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이 책을 쓴 '하라 료'이다. 일본 장르 소설을 좀 읽은 사람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하드 보일드 소설이 생각날 정도다.


이번에 나온 이 작품, 정통적인 하드보일드라는 생각이 팍 들면서 작가 특유의 은근히 배여있는 잔잔한 정을 잘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전작과 꽤 기간이 길다. 주인공 탐정이 그 동안에 좀 더 달라졌으려나 모르겠다. 탐정 사무소 이름은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란다. 아마 전작에는 와타나베가 있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같이 일했던 사와자키만 있다. 와타나베 없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니. 역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 탐정에게 유명 저축은행의 신주쿠 지점장이 찾아와서 한 가지 의뢰를 한다. 회사에서 대출을 해주려는 한 여인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유명 요정의 주인이었는데 사생활과 대출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뒷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신사적으로 요청을 하고 사례금도 나름 괜찮았기에 탐정은 응하기로 한다.


다음 번 만남이 있을때까지 연락을 할 수 없었지만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 연락을 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연락 두절. 할 수 없이 지점장이 근무하는 저축은행으로 만나러 간다. 사전에 연락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만나려는 지점장은 못 만나고 대신 은행 강도를 만난다. 다행히 미수에 그치고 말았지만 주범은 도망치고 없다. 거기서 한 젊은 청년 가이즈와, 함께 오래 알고 지낸 니시고리 경부를 만나게 된다. 니시고리 경부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불친절한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그래도 서로를 아주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친구아닌 친구랄까.


가이즈는 지점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친구다. 탐정과 여러차례 만나면서 사건의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지점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은행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의뢰한 사람은 행방을 감추었고 은행 강도가 나타났으나 이상하게 미수에 그쳤고. 게다가 훔친 것은 없는데 은행 금고에는 원래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은행 강도가 돈을 훔친게 아니라 돈을 넣으러 왔을리는 없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더 복잡하게 연결이 된다. 탐정은 지점장을 만나진 못해도 의뢰받은 조사를 계속한다. 의뢰인이 없다고 자기가 할 일을 넘어가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는 도중 유명한 조폭이 찾아오고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살인도 일어나고 여러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능력 있는 탐정이란 그 많은 난관을 하나씩 뚫고 가야 하는 법. 탐정 사와자키는 느리지만 철저하게 사건의 진실로 나아간다. 하나 하나 끈기 있고 노련 하게 사건의 조사해 가는데 책은 그 과정을 아주 세밀하면서 차분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시리즈인데 바로 앞의 작품으로부터 꽤 오랫만에 나온 책인데 역시! 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탐정 사와자키 특유의 무덤덤 하면서도 철저한 모습은 더 짙어지게 느낌이 오는데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다들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원칙이 있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운 사이던 불편한 사이던. 탐정일을 하면서 그가 보인 행동에서 느끼는 묘한 믿음이겠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날로그적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대에 없다는 것이나 여러가지 신문물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시리즈가 나온 텀이 긴 만큼의 세월을 그런 표현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아마 다음 시리즈에서는 사와자키도 어쩔 수 없이 신문물을 쓰지 않을까. 이미 시대가 그렇게 변화했으니까. 하지만 까칠하면서도 정감없어 보이는 그도 사실 감정이 있어 보이는 것을 가이즈와의 사이에서 느껴진다. 탐정일을 위해서 친구를 안 만드는 것일 뿐. 남을 배려하고 은근 신경 써 주는 면도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재미있었다.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아닌 일본식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작법이 흥미롭게 잘 조화가 되고 있다. 역시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매력이 잘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사건 조사 도중에 만난 가이즈는 가볍지 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인데 사와자키의 일을 잘 도와주기도 했고 딱히 사와자키가 밀어낼려고 하지는 않는다. 혹시 다음호에 주요한 조력자로 또 등장하는건 아닌지. 물론 그때도 여전히 무심한 듯 대하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인류사에 드문 세계적 감염병의 대유행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회와 기존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전부터 제 4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단순 노동은 사라지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물 인터넷이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비대면이 많이 도입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코로나 때문에 그것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배달 산업이 특히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의 한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앞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이 산업이 어떻게 될지 제 4의 물결로 넘어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세상이 비대면과 배달, 택배의 시대가 되었는데 이 책은 그 배경이 실제적인 것과 어울리는 내용이다.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해 준다는 어느 기업의 이야기가 주된 배경이다. 이 시대는 여러가지 사건으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격리하고 있는 지금과 비슷하다. 그런데 배달도 사람이 해야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송해 준다는 것인가?


그 비결은 '드론'에 있다. 드론은 요즘에서 많은 부분에서 상용화가 되어있고 물건 배달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익숙한 기계다. 책에서는 배달이 이 '드론'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싸다! 대규모의 생산을 통해서 가격을 낮출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클라우드'라는 회사다. 실직한 사람들을 무려 3천만명이나 고용하고 녹색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정도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에 의지하게 되고 그만큼 모든 권력이 이 일개 기업에게로 모여들게 된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마냥 선인것만은 아니다. 모든 물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생산 업체에게 값을 내리기를 강요한다. 그 여파로 많은 회사들이 망하게 되었고 주인공 팩스턴도 자신이 일군 회사를 접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클라우드의 직원이 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였기도 했지만 클라우드 회장을 만나서 그 상황에 항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조직에 인정을 받으면서 점점 이 체제에 익숙해져간다. 팩스턴의 목적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가는듯 했다.


그리고 또 한명 지니아. 전직 교사였던 그녀는 표면적으로는 평범하게 클라우드에 들어온 직원이었지만 사실은 클라우드의 불법 에너지 자원을 찾아내기 위한 산업 스파이였다. 그녀는 보안요원이던 팩스턴을 이용해 중요 시절에 접근하려는 의도로 그와 가까와진다. 과연 이 거대 기업에 숨겨진 흑막이 있을 것인지.


책의 내용을 보면 클라우드라는 초거대기업이 나온다. 고용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녹색 환경으로 정부의 인정도 받고 이 기업에 입사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에서 싸게 파는 물건은 그만큼 다른 작은 기업을 짜내서 만든 것이고 클라우드의 직원이라는 것도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다. 개개인이 감시를 당하고 생산성의 요소로밖에 대우받지 못한다. 그저 회사의 종속된 존재 즉 고용된 하인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의 뜻대로 굴러가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절대선이란 것은 없다. 책에 나오는 클라우드는 황폐해가는 환경속에서 주목받는 대안이었지만 대안 자체가 되면서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선출되지 않는 집중된 권력은 결국 억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재미있다. 여러 상황이 코로나로 고생하는 지금 시점과도 비슷한 점이 있고 독점이라는 것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상태라서 클라우드의 방향이 어떠할 것인가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서 더 몰입감이 있었다. 결말로 이어가는 과정이 힘이 있고 스릴감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미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조지 포크'의 조선 탐사 일기
조지 클레이튼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엮음, 조법종 외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해악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데 그중에 하나는 조선 시대가 어떻게 흘러갔고 수 많은 조선의 모습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알기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지만 실제 백성들이 사는 모습이나 각양각색의 직업 등은 일제의 침략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에 그것을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광복 후 대한민국과 이어지는 바로 윗 조선 후기의 생활사나 미시사를 알기가 어려웠는데 여기 생생한 기록물이 이번에 나왔다. 한 미국 외교관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쓴 최초 조선 보고서. 개인의 단독 여행이 아니라 공무중으로 나라의 허가를 받아서 '가마'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주로 남부 지방을 순행하면서 많은 기록과 사진을 남겼다. 그 당시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여행이었고 그것도 외국인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어서 100년 후의 우리가 봐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지은이는 '조지 클레이튼 포크'. 미국 공사관의 해군 무관으로 조선의 사정을 파악하려는 미정부의 의도로 주로 조선 남부 지방을 여행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기를 쓰듯이 자세하게 쓰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좀 더 정확한 기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조'라고 불리는 일종의 '정식 여행 허가증'을 소지했고 그 허가증은 여러 고을의 관청에서 여행의 편의를 봐주게 했기에 큰 훼방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행의 때는 1884년 11월에서 12월의 44일간. 조선과 미국이 국교를 튼 '조미수호통상조약' 이 체결된 것은 1882년이었고 1883년에 미국 공사관이 생긴 이래로 미국 외교관의 최초 조선 관찰기라고 할 수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대체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선 조정의 도움을 받아서 외교관을 파견 한 것인데 이것이 조선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1884년이라면 갑신정변이 일어난 해이다. 정변이 일어난 그 해에 포크가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신정변은 포크가 여행하는 도중에 일어났고 그 사실은 당연하게도 늦게 알게 되었다. 당시 정변에 희생된 민씨측 인물인 '민영익'과 가까운 사이였던 포크는 여러가지 곤란을 겪다가 결국 미국 공사관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치는 조선이 일본에게 침략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세밀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하는 것이다. 포크는 우리말을 할 수 있었기에 기록이 더 풍부했고 단순히 다른 나라의 외교관의 입장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기록하고 있기에 당시 서구인들이 조선에 가지는 여러가지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책은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있었던 일을 일기형식으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몇가지 특색이 있다. 우선 이 여행을 기획하면서 전체 여정을 짜는 과정에 '대동여지도'가 기본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제 시대에 대동여지도가 당시 조선 조정에서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진실인냥 전해졌는데 이것만 봐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대동여지도는 발간이 된 이후로 필요에 따라서 더 들어가고 빼고 하는 등의 첨삭을 통해서 여러 판본으로 사용되었는데 포크의 여행기는 왕실 어람용 대동여지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더 정교하고 사실적인 지도를 사용한 셈이다. 왕이 직접 보는 지도를 제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조선이 미국을 믿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조선 정부의 협조가 있었다는 다른 증거로는 통행 허가증이라고 할 '호조'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여행을 해도 된다는 허가증이 아니라 각 지역의 책임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증서였다. 이 호조를 갖고 있으면 각 여행지에서 여행의 편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각 지역 책임자의 서명이 있다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포크가 자신이 방문한 지역들의 온도와 기압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수도인 한성도 근대식 온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때인데 기압계를 이용해서 해발 고도를 측정하는 등의 과학적 측정 기록을 남기고 있어서 과학사에서도 중요한 자료다.


포크의 직위가 해군 무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시 조선의 수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을 것인데 역시나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순신이 얼마나 대단한 장수였는지는 조선인들에게서도 들었겠지만 최초의 철갑선이라고 불리던 거북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제영이 있던 통영에 가려다가 불발 됐는데 그가 보고 기록을 했다면 거북선의 최후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으리라. 그가 거북선의 실존을 직접 목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거북선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내용을 써 놨다고 한다. 


포크의 남부 여행은 갑신정변으로 더 이어지지 못한다. 정변이 없었더라면 북부 지방도 여행을 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정도의 기록만 해도 일제로 인해 소실되었던 조선말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책은 재미있었다. 당시를 바라보는 눈은 지금 현대인이 봐도 흥미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다. 비록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조선에 대한 솔직한 모습으로 통찰력있게 당시를 기록하고 있어서 후대의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기록물이 더 많이 분석되고 연구되어서 당대를 복원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페이스 러시 - 우주여행이 자살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과학 기사 중에서 흥미로운 것들이 있는데 몇 년 이내에 우주 여행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기도 하고 화성으로 우주왕복선을 보낼 수 있다는 등의 장미빛 미래가 펼쳐 지고 있다. 실제 가능하다는 말도 있고 아니다는 말도 있는데 일단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은 한 것 같다.


1969년 인류 최초로 인간이 지구 외의 다른 행성에 발을 내딛었다. 바로 최초의 달 탐사였다. 그 이후로 반세기 넘게 흘렀지만 다른 행성에 인간이 가는 일은 없었다. 많은 탐사선이 우주로 날아갔지만 정작 인간의 우주 여행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 십 년 전에 달에 갔다면 그때보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달 뿐만 아니라 화성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화성에 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화성은 태양계에서 그나마 지구 환경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인간이 직접 갈 수 있는 행성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성과 관련된 문학 작품이나 영화가 많은데 영화 '마션'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직접 감자를 심으면서 살아남는다는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내용이 실제 우주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고 해도 영화 내용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것도 어렵거니와 거기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화성의 토양은 과염소산이 과량으로 들어있어서 독성을 가진다. 그런 상태에서 식물이 클 수는 없다. 


알려지고 인식되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들이 사실은 과장되거나 희망이 섞인 분석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잘 알려주고 있다. 그야말로 우주 여행은 엄청난 난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의 달 탐사 이후로 인간이 외계로 가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에 있다. 사실 그 당시 달 탐사도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수차례 실패를 봤고 실제 1969년의 그 시도도 실패할 뻔 하다가 운 좋게 성공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에 인간이 우주로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고 그만큼 관련되는 기술은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은 우주 여행에 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믿음을 깨고 실제적인 상황을 인식하게 해준다. 문학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우주에는 어떠한 문제점들이 있는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우주 방사선을 말하고 있다. 우주에는 다양한 방사선이 있고 인체에 무해한 것도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것들도 있다. 태양 방사선도 인간에겐 치명적이다. 지구에서는 태양 방사선이 와도 유해한 것들은 대기권에서 없어져서 우리는 그냥 태양의 따뜻한 것만 느끼지만 실제로 엄청나게 위험한 방사선인 것이다.


우주 여행에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아무래도 '돈'이다. 정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거기에 우선적으로 돈이 쓰여야 하는 현실에서 티도 안 나는 우주 개발에 쏟을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지난 시절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때는 서로 상대 진영에 앞서기 위해서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미 당시에도 순수한 열망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냉전이 끝나면서 우주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렇게 흘러오던 상황에 반전이 생겼다. 바로 민간 기업에서 우주 여행을 현실화 시킨 것이다.발사 추진 로켓을 재사용하는 등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우주 여행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이제는 달까지 탐험 할 수 있는 고지에 이르게 되었다. 실제로 전세계 부자들을 상대로 지구 근처의 우주 공간을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고 달로 우주 여행을 가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니 다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과거 미소 냉전 시절처럼 미국과 중국의 우주 개발에 경쟁이 붙을지도 모르겠다.


과학 소설에 나오듯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게 될런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몇 백 년이 흐른 후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주 개발은 그 자체로 일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 우주 탐험을 위해서 개발된 많은 기술들이 현실 생활에 쓰이는 것으로 봤을 때 우주 개발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닌 것이다.


책은 우주 여행의 역사와 함께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도 말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현 시점에서의 우주 여행 가능성과 이미 행해지고 있는 우주 여행에 관한 여러가지 현실들을 말해주고 있는데 상당히 유익하고 재미 있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늘 새로운 것을 탐험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무엇이 있는 가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탐험이 있었다. 이제 지구에 대한 탐험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기에 더 큰 상대인 우주로의 탐험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내가 죽기 전에 태양계로 인간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 제 2차 대전은 1차 대전과는 달리 전 대륙의 나라들이 참여한 그야말로 전 지구적인 전쟁이었다. 그때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 2차 대전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고 참혹하며 많은 사상자가 난 것은 바로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었다.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여러 나라와 대결을 했지만 소련은 그야말로 처절한 전쟁을 벌였다. 그래서 독프 전쟁, 독미 전쟁, 독영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따로 독소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독일과 소련은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전쟁 하지 않으면서 폴란드나 발트 3국 등 인접 국가를 분할해서 합병하고 만다. 그야말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법이다. 배후의 소련에게 안심한 독일은 서쪽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을 일으킨다.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초기 전투에서 독일은 압도적인 전과를 이룩하게 된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프랑스를 무찌르고 그 주위의 작은 나라들도 성공적으로 침공해서 거의 모든 유럽을 석권하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는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할 영국이 있었다. 영국은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끈질기게 저항했다. 사실 독일은 영국이 어느 정도 버티다가 항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국에는 처칠이 있었다. 전임 총리에 비해서 처칠은 투쟁심이 대단했다. 국가를 전시 체체로 전환하고 전 국민에게 나치 독일에 대항하기를 촉구했다. 그리고 미국이 참전하도록 계속해서 설득했다. 영국을 패퇴 시키지 못하면서 전장은 초기의 대성과에 비해서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소련으로의 전격적인 침공을 시작한 것이다. 책에서는 독일 게르만 민족이 열등한 슬라브 민족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 하는 세계관 전쟁을 주장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겠지만 주된 요인은 전쟁을 수행할 전력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소련 남부의 공업 지대와 유전은 독일에게 큰 힘이 될 터였다. 사실 독소 전쟁이 왜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가는 한 두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고 거기에 소련을 이길 수 있다는 오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전쟁은 시작되었고 유럽으로 진군 할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소련을 밀어붙였다. 진짜 소련이 곧 망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련은 소련이었다. 역사상 러시아를 침공해서 성공한 나라가 없었다. 소련은 계속 패배했지만 계속해서 후퇴했다. 소련의 땅이 엄청 넓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계속 후퇴하면서 후방에서 새로운 군대를 계속해서 보충했다. 그에 비해 독일은 유럽도 방비 해야 했기에 군대를 보충 할 수가 없었다.


가장 큰 군대는 시베리아의 찬바람이었다. 바로 추운 겨울. 소련이 춥긴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던 해는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었다고 한다. 독일로서는 추위라는 강력한 적에 전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소련은 이제 더 후퇴하지 않고 증강된 병력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유럽 각 국에서 저항도 일어나고 무엇보다 미국이 참전하기 시작하면서 대세는 기울 수 밖에 없었다. 미군이 참전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막대한 물량이 영국과 소련에 전해지면서 그들의 대항력은 초기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었고 그 만큼 독일은 전력이 떨어지게 된다.


책은 독소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전개 되는가를 상세히 설명한다. 몇 개의 군단이 참여했는지 각 군단은 어떤 방식으로 전진을 했는지 거기에 대항하는 소련군의 모습과 함께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련의 스탈린은 독일이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첩보가 독일이 침공한다고 하는데도 끝내 믿지 않았다. 아마 스스로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는 그냥 독일이 너 침략한다라고 하는 수준이었는데도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냥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스탈린의 권력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 군부에 대한 대숙청을 단행한 상태였다. 병사가 아닌 실질적인 군사 능력을 가진 장교와 장군들을 대거 숙청을 해서 전쟁이 일어 났을때는 싸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소련의 피해는 엄청났다. 수 백 만명이 죽고 다쳤다. 어찌 보면 그들의 희생 덕택에 전쟁을 이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소련이 적절하게 전쟁에 대비를 해서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독일이 유럽을 언제까지나 지배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좀 더 적은 희생을 치루고 전쟁을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 큰 전쟁이던 작은 전쟁이던 전쟁은 힘없고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이기에 정말 있어서는 안된다. 북한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전쟁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보기가 될 것 같고, 만일 전쟁이 벌어진다면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주는 책이라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