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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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만에 스릴감 넘치는 추격전을 읽었다. 역시 쫓고 쫓기는 장면이 나와야 더 쫄깃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 마이클 코리타는 잘 짜여진 줄거리에 스릴과 긴장감을 적절하게 잘 배합하는 스타일인데 그 장기가 이번에 잘 드러났다는 생각이다. 현대식 추격전이 마냥 통하지 않는 대자연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쫓고 쫓기는데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는 책이었다.


주인공은 열 네살 소년 제이스 월슨. 그는 채석장에서 다이빙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물 속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죽은지 얼마되지 않는. 그 자체도 놀랄 일이었지만 더 이상 알아서는 안되는 것을 보고야 만다. 바로 살인하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졸지에 목격자가 된 제이스. 그러나 살인자들은 프로중의 프로였고 제이스는 엄청난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도 믿지 못하게 된 제이스는 범인들이 잡히기 전까지 신분을 속이고 어느 험준한 산속에 위장해사 살게 된다.


바로 몬테나의 그 험준한 산악 지대의 생존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여기는 군 출신 생존 전문가인 이선 서빈이 운영하는 말 그대로 생존 캠프다. 전국의 여러 문제아들이 와서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 훈련을 받은 곳인데 겨울의 눈이 여름까지도 잘 안 녹아서 길이 자주 통제되기도 하는 외딴 곳이다. 훈련하기에도 좋지만 제이스 같이 숨어야 할 사정이 있는 사람에게 딱 맞는 곳이다.


이름도 바꾸고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완벽에 가까운 은둔이었다고 여겼지만 악당은 보통이 아니었다. 잔인하고 냉혈한 형제 킬러들은 끝내 제이스의 위치를 알아내고 몬테나로 잠입한다. 그리고 이선을 제압하고 제이스는 숲 속으로 도망친다. 지역을 잘 아는 이선은 죽이지 않고 제이스를 찾으라고 위협을 당한다.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제이스는 잡히거나 숲 속에서 길을 잃다가 굶주림에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이스는 숲 속의 산림 화재 감시탐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 바로 배테랑 소방관인 해나다. 그녀는 큰 불이 났을때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을 괴로워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때 제이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제 해나에게 제이스는 다시는 죽게 놔 두지 않을 존재다. 해나의 도움으로 제이스는 한 줄기 희망을 안고 도주를 계속하게 된다. 그 뒤를 이선을 앞세운 킬러 형제가 바짝 뒤따른다. 이 긴박한 순간에 큰 불이 난다. 킬러들이 경찰의 눈을 따돌리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다. 바짝 마른 산림에 불이 나자 순식간에 큰 불로 번진다. 제이스는 킬러들의 추격도 받지만 거센 화마의 추격도 받는다. 어떻게 해야 살아나게 될까. 이야기는 갸날픈 열 네 살 소년과 킬러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빠른 전개로 스릴감있게 잘 전개시키고 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한 소년과 그를 죽이려는 사람. 그리고 소년을 보호하려는 사람. 우선 존 그리샴의 '의뢰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추격의 무대가 험준한 산악 지대다. 게다가 엄청난 산불이 도사리고 있다. 일반적인 추격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대자연의 모습 속에 작은 인간들의 죽음이 왔다 갔다 하는 추격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제목처럼 한 쪽은 죽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 쪽은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 중간에 자연 재해가 어느 편을 들지도 않고 인간 모두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더 이야기를 현실감이 있게 느끼게 한다.


영화로도 나왔는데 원작에 비해서 스릴감은 좀 약하다. 영화 자체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갈등 구조가 좀 단순하게 나와서 소설이 훨씬 재미있다. 마지막 부분은 영화가 흉내내지 못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꼭 소설을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그래도 몬테나의 산림 지대와 큰 불, 뇌우 등의 모습은 영상으로 잘 표현이 되어서 영화와 소설같이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책도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 못하게 되는 내용이다. 줄거리 자체가 아주 신선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것도 아니라서 좀 읽다가 내일 읽겠다고 한 것이 내리 읽게 된다. 늦은 시간 읽으면 안되는 책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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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공부 365 - 주린이를 위한 1일 1페이지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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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식 투자가 대세다. 금리가 낮은 탓에 은행 이자만으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데 주식은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잘만하면 몇 달안에 목돈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묻지마 투자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많이 오른다고 해서 막 사는데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주식도 엄연히 돈을 잃을 수 있는 투자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모르면 그냥 유망한 주식 사 놓고 장기적으로 관망하면 되는데 꼭 욕심을 부려서 탈인 것이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고 투자를 한다면 100전 100패다. 주식 박사라도 해도 꼭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주식인데 아무리 그래도 뭐라도 좀 알아야 한다. 거기에 맞게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인것 같다. 아주 기본적인 주식 거래 이런것 빼고 주식에 관한 여러가지 기본 개념을 알기 쉽게 짧은 내용으로 이해하게 하는 내용인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하루에 한장씩 읽으라고 하지만 몇장씩 읽어도 될 만큼 이해하기 좋게 적혀 있다.


일주일 단위로 설명하는데 월요일은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 등 투자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해설하고 있다. 주식차트 읽는 법도 정리하고 있어서 관련된 지식을 알고 싶으면 월요일만 읽어도 된다.

화요일은 국내외 경제 이슈를 알려준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주식 투자에도 밝아지는 법이다. 양적완화나 돈의 흐름등을 설명해주고 실물 경기와 주가와의 관계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요일은 국내 거의 모든 업종의 분석 및 전망을 하고 있다. 업종별로 뭐가 유망하고 체크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목요일은 회계와 공시에 대해서 설명한다. 공시와 제무제표를 통해서 기업 경영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상장이나 분할등을 통해서 주가 상승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금요일은 52개 업종을 대표하는 대장주를 선별해서 분석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같은 회사의 주식을 분석하는 것이다. 유명한 주식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고 이름을 몰라도 유망한 회상의 주식이니까 알아두는게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말에도 공부해야 한다. 토요일에는 언택트 바이오쪽을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산업이 더 활발해지고 있어서 이쪽 산업에 대해서 눈여겨 둘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이커머스, 마이데이터, 핀테크 등 최근 부상하는 업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진단키트나 백신 등의 바이오 업체에 대해서도 공부해두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일요일에는 미래 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수소경제나 배터리, 탄소중립 등 앞으로 발전할 산업에 대해서 익숙해지도록 한다.


각 개념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재무제표 하나만 제대로 설명할려면 책 한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재무제표를 잘 본다고 해서 주식 투자를 잘 한다고 볼 수도 없다. 전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회사가 탄탄하고 실적이 좋아도 코로나 같이 전 지구적인 큰 사건이 일어나면 당연히 주가는 떨어진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상황도 잘 파악해야 하고 그것으로 투자 전략도 잘 세워야 하는 것이다. 여러 개념에 대해서 상세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알아야 할 것은 알게 해준다. 전반적인 주식 투자에 대한 개념을 알게 하는 내용이라서 초보자들에게 좋다.


주식은 흐름을 잘 알아야 한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흐름을 잘 알고 투자를 해야 성공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식의 기본과 함께 흐름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 한 권으로 주식 공부가 완전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 책를 기본으로 더 확장해서 다른 상세한 책들까지 읽는다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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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스마르크 - 전환의 시대 리더의 발견
에버하르트 콜브 지음, 김희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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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일컬을때 흔히 쓰는 수사다. 피도 눈물도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을 쓴 사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말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추구한 정책이 무엇을 할려고 했던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이 모른다. 비스마르크는 힘을 비축했지만 힘 자체를 위해서 정책을 폈던 것이 아니다. 비스마르크가 팽창주의로 주위 나라를 침략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주위 나라에 침략을 안 당할려고 한 것이다.


그럼 비스마르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평화였다. 평화? 군국주의자 비스마르크가 평화주의라니. 그렇다 비스마르크는 평화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왜 훗날 철혈재상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까. 그것은 그가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힘을 키웠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힘이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독일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가질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힘만 가진다고 평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힘을 써야 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럴러면 외교를 해야 한다. 외교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끝없는 협의를 해야 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 밑바탕이 되는 게 힘이니 외교와 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독일의 상황을 이해해야 비스마르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독일은 하나의 강력한 나라지만 당시 독일은 많은 작은 나라들로 나누어져 있었고 겨우 조금씩 통일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주위는 강대국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라는 강대국들을 상대로 독일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국력을 키운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상대로 이길수는 없는 법. 기본적으로는 강한 군사력을 가져야 했지만 가급적 피를 흘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스마르크가 전쟁을 불사하긴 했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었을 뿐 전쟁부터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책은 비스마르크가 젊은 나이에 의회에 진출했을때부터 그가 프로이센의 수상이 되어서 각종 정책을 펼칠때 그리고 수상에서 물러나서의 일대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는 능란하게 정국을 주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이해를 가진 여러 세력들을 어르고 달래서 충돌을 방지했던 것이다. 주위 강대국과 여차하면 전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군대를 길러놨지만 그것은 상대로 하여금 이성을 갖게 하는 일종의 제어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센이 약했다면 주위에서 바로 침략을 했을지도 모른다. 강했기에 섣불리 침략하지 않고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자고 한 것이 아닐까. 


비스마르크의 일생의 목표는 조국의 부국강병이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평화. 그가 꿈꾸는 그런 세상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긴장하면서 갈등을 조절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군사력을 동원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같은 독일권인 오스트리아와의 통일도 분명 그의 생각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북부 독일의 통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와 평화적으로 지내게 함으로써 균형있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가 강력한 힘과 유연한 외교력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시켰지만 그것만 한 것은 아니다. 강한 군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국내가 안정되고 발전이 되어야 하는데 국내 정책에서도 일관되면서도 상황에 맞게 대처해서 그만큼의 국력을 쌓았다. 그가 단순히 독재자에 군국주의자가 아니었음은 나중에 일련의 사회 복지 정책의 입안을 보면 알 수 있다. 1880년대에 그는 벌써 의료보험, 재해보험, 상해와 노년 보장 보험등을 도입해서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버틸 힘을 주게 된다. 당시는 자본주의가 크게 발전하던 시기인데 이로인해 빈부격차는 커지고 이 틈을 노려 사회주의혁명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커지고 있는 그때 적절한 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독일은 제국이 공고해지기도 전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분명 그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그의 정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가톨릭 세력과 사회민주주의 세력을 강력하게 탄압을 했고 그의 정책을 잘 시행하기 위해서 의회를 잘 조종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가 20여년동안 수상에 있었다고 해서 독재자로 할 수는 없다. 왕정국가에서 관직은 자신이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왕의 신임이 절대적인데 당시 독일 황제 빌헬름 1세의 믿음이 그만큼 강했고 또 그만큼 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수상직에서 내려와서 말년을 보내는 비스마르크의 모습도 보여준다. 자기에게 믿음을 보이던 황제가 죽고 새로운 젊은 황제는 그를 크게 신임하지 않았다. 그래도 독일 국민들은 비스마르크에게 큰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여러 신문 기고 등을 통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영향력을 행사 했다. 한번은 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됨으로써 묘한 상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 족했을뿐 다시 권력의 중앙에 들어갈려고는 안했는것을 보면 선은 잘 지킨것 같기도 하다.


책은 어렵지 않게 흥미롭게 잘 읽힌다. 오늘날 우리에게 비스마르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주위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초강대국들에게 둘러 쌓여있다. 우리의 국력도 어디가서 약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가 아니지만 주위에 워낙 깡패같은 나라들이 있어서 참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우리는 분단국이 아닌가. 북한이라는 시한 폭탄을 터트리지 않으면서 주위 나라들을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 현실은 비스마르크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에게도 냉철한 사고로 유연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외교 정책과 그것을 받쳐주는 강력한 군사력을 길러야 하는데 군사력은 북한의 침략을 방비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 어느 정도 힘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외교력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비스마르크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스마르크가 생각했던 평화가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다르지 않다. 그가 추구했던 것도 평화로운 독일 통일이고 우리도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이다. 최대한 전쟁을 억제하면서 전쟁이 나면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웠던 비스마르크의 정책이 우리에게도 많은 참고가 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스마르크의 생각을 통해서 우리를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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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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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가족이 삶을 영위한 곳이다. 사실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건물 자체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새로 신축을 했다. 1층짜리 기왓집에서 2층짜리 양옥으로. 그렇게 새로 지은 건물에서 산 지가 벌써 수 십 년. 외관도 그대로고 건물안도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세간살이가 많아졌고 관리 부실로 낡아보이는 점이 다를 뿐 옛 모습 그대로다. 학교때문에 직장때문에 수 년간 나가 살았지만 집에 오면 늘 푸근하다. 내 방은 언제라도 내가 돌아올 수 있게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기에 다시 살려고 들어왔을때도 그대로였다.


집은 그대로이지만 주위는 많이 달라졌다. 허허벌판 이다시피 했던 주위는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고 다른 큰 건물도 들어섰다. 맛집도 생겨나고 촌동네같은 모습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우리집은 우리집이고 늘 같은 감정이다. 이 집에서 수십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주위가 바뀐다고 달라지겠는가. 그런데 최근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우리집도 재개발 범위에 들어간단다. 아파트를 지으면 수 억의 보상금이 나온다는데 그 돈으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으려나. 무엇보다 아늑하고 정겨운 우리 집이 이제 흔적도 없어지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수십년의 역사가 쌓인 곳인데 그 추억의 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느낌이 이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느끼는 상실감이 어쩌면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겠다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도 비슷하게 익숙한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탁 회사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삶을 살았던 '바튼 도스'는 고속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서 집도 옮기고 회사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그냥 옮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보상도 있고 회사도 적당한 곳으로 보장되고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좋다고 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스는 이 집을 떠나기 싫었다. 이집은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추억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살아가던, 그의 인생의 절정기를 보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사랑하던 아들과 함께 살던 곳이었다. 그 아들은 몇년전에 병으로 세상을 떴기에 그를 추억하는 마지막 장소가 집이었다. 도스는 이런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집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연기하고 버틴다. 그러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과 별거도 하고 이판사판이 된 도스는 더욱더 분노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책은 추억이 깃든 집에 애착이 강한 한 남자가 그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집을 지키기 위해서 세상에 저항을 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글 처음에 썼다시피 익숙하고 소중한 기억이 있는 터전을 잃는다는게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란 것에 공감을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상실감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그것은 옳다 그르다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애당초 고속 도로 공사가 꼭 있어야 했던가 하는 의문에도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스티브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기존의 장르 소설에 능했던 그가 기름기 쫙 빼고 건조하면서도 담백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을 썼는데 완전 다른 사람이 썼는것 같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굳이 스티브 킹이 썼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작가가 쓴 책이라고 여기는게 더 나을 정도다. 역시 글쟁이는 글쟁이인가 싶다. 리처드 바크만의 또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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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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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은 역사학에서 파도 파도 또 연구할꺼리가 많은 사건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계 대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나라가 관련되었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사실 1차 세계 대전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그전에 있었던 큰 전쟁에서 전선이 좀 더 확장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가 관련된 진짜 세계 대전이라면 역시 2차 대전이다. 삶과 죽음이 극명하게 갈린 이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 전개가 되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런 끔찍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여겼던 세계 대전에서 직접적인 전투가 아닌 '학살'에 의해서 수백만명이 죽어간 사실을 사람들은 많이 모른다. 아마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알 것이다. 유대인의 학살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도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학살을 저지른 사람들은 숨겼고 그것을 알아야 할 사람들은 학살의 일부만 알았다. 


그렇게 된 요인은 여러가지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전쟁 승전국인 소련이라는 사실때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련의 스탈린. 독일은 패전국이었기에 히틀러가 저지른 사실이 훗날 알려졌지만 소련은 승전국이었고 패쇄적인 공산국가였기에 그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는 바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류사 최악의 학살자로 히틀러를 꼽지만 그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은 인물로 스탈린을 들 수가 있다. 그가 소련을 통치한 이래로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도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몇명도 아닌 수백만명을 죽였던 것이다. 히틀러의 초기 집권 6년간에는 유대인들에게 '떠날' 선택을 줬다고 한다. 살아나갈 기회 자체는 준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은 그런 것도 없었다. 이미 1933년부터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그는 스탈린식 사회주의 산업화와 집단화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죽이고 강제 이주를 시켰다. 그 와중에 수백만명을 굶어 죽게 만들었다. 스탈린의 집단화는 개인을 죽이는 정책이었기에 많은 농민들이 저항을 했고 스탈린은 그것을 죽음으로 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수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히틀러에게 유대인 말살의 의지가 있었다면 스탈린에게는 우크라이나 박멸의 의지가 있었던 것인가. 


우크라이나가 대학살의 현장이 되었던 것은 대기근에 대한 책임을 우크라이나 농민들에게 지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굶주리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배신으로 여겼고 그것에 대한 보복으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게 된 것이다. 대체 이 해괴한 논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이 논리로 수백만명이 굶어죽게 되었다. 


이 우크라이나에는 폴란드계가 많이 살고 있었는데 폴란드계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버금가는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독일과 소련 사이의 폴란드는 소련에게는 하나의 적으로 간주가 되었기에 소련 영토안의 폴란드인은 잠재적인 적국 병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폴란드 부농 박멸' 정책을 통해서 많은 폴란드인들 학살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폴란드 군사 조직'을 통해서 소련에 반란을 일으킨다는 죄로 또 총살을 당한다. 그야말로 이중 삼중으로 '폴란드인'이라면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


1939년은 스탈린과 히틀러 이 두 미치광이가 악수를 나눈 해다. 바로 독소불가침조약이 체결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폴란드에 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폴란드는 서방의 지원 약속을 받았지만 그것은 불안하고 약한 신용의 말잔치였음이 곧 드러나게 된다. 독일과 소련이 폴란드 양쪽에서 침공하면서 폴란드 영토를 분할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학살자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자였다. 하지만 히틀러가 곧장 스탈린의 뒷통수를 치고 소련을 침공하면서 세계 전쟁은 확대된다. 이 와중에 폴란드에서는 수십만명이 또 학살된다. 그리고 독잍군은 소련 전쟁포로들과 포위한 레닌그라드 시민들을 굶겨서 400만명 이상을 죽였다. 또한 독일이 점령한 동부 유럽의 유대인들 540만명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죽였다.


그야말로 스탈린과 히틀러는 인류사 최악의 학살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들이 저지른 잔학 행위는 하나의 땅에서 하나의 시대에 벌어졌고 그것은 '블러드랜드'라고 불린다. 이 블러드랜드는 대략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연안국에 이르는데 독일과 소련의 중간지대에 해당한다. 여기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광기에 의해 희생들 당했건 것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폴란드인이라는 이유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등등 전혀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대량 학살을 당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이런 대학살에 대한 진실은 금방 드러나지 않았다. 유대인 학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것은 겨우 7~80년대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방쪽의 자료일뿐이다. 유대인은 서유럽에서만 산 것이 아니라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에서도 많이 살았고 거기서 수백만명이 죽었다. 그 자료가 누락이 된 것이다. 게다가 비유대인도 수백만명이 학살을 당했다. 스탈린이 죽은 이후에도 소련의 폐쇄적인 정책은 그대로 이어갔고 스탈린의 학살이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블러드랜드는 대부분 공산국가에 소련의 영향력이 있었다. 인류사 최악의 학살극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주의와 스탈린의 공산주의는 각각 극우와 극좌를 대표하는데 극과 극이 통한다는 것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이념에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이 이들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 한 명쯤은 없어도 되었고 그것이 수백만이 되었다고 해도 과감하게 제거할 수 있는. 이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출연했다는 것이 천 만명이 넘게 학살당하게 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차분하게 이 대학살을 조명한다. 방대한 자료를 차근차근 끼워 맞춰서 그 끔찍한 시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낸다 그동안 2차 세계 대전에 대해서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그 시대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관련 없이' 죽었는 것에 대해서는 밝히는 책이 거의 없었다. 이제 이 책으로 인해 2차 세계 대전의 함몰된 한쪽을 복원한다는 의미와 함께 잊혀져서는 안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편이긴 한데 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과 독일, 스탈린과 히틀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쉽다.승자에 대한 역사도 역사지만 관심을 덜 가지는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역사도 역사다. 승자와 피해자 모두를 봐야 진정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닐까. 대담하면서도 묵직한 충격을 주는 대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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