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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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보면 여러 나라가 참전한 국제 전쟁이 많다. 우리는 그 중에서 특히 많은 나라가 관련된 전쟁을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은 2차 대전이 아닐까 싶다. 미주 대륙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까지 전 지구적으로 관련된 전쟁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해 임시 정부가 적은 수지만 참전했으니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전쟁이기 때문에 관련되어서 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전쟁은 싫지만 이런 전쟁 이야기에는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주로 남자들)이 많은데 2차 대전은 그런 점에서 이야기의 보고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번에 나온 책은 2차 대전의 여러 중요한 전투 중에서 그야말로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격렬한 전투였던 아르덴 대공세를 상세히 그린 내용이다.


사실 아르덴 대공세라고 하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벌지 대전투'라고 하면 알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같은 이름의 영화로 유명한데 기본적으로는 아르덴 지역으로 독일군이 대규모 공격을 해서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말한다. 벌지 전투는 미군에서 이름 붙였는데 벌지라는 말은 영어로 '주머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시의 전략 지도를 보면 꼭 주머니처럼 쭉 삐져 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벌지라고 불렀던 것이다. 사실 당시 연합군의 주축은 미군이었고 가장 많은 전사자가 나온 것도 미군이기 때문에 미군이 부른 것처럼 벌지 전투라고 정식 명명해도 맞지 싶다.


그럼 이 아르덴이라는 지역이 어딘지를 알아야 한다. 이 곳은 프랑스의 북동부와 벨기에의 남동부, 룩셈부르크를 아우르는 지역으로 전체적으로 평탄하지만 깊은 삼림이 있어서 외부의 감시에 대응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그래서 1차 대전때도 독일이 여기를 통해 프랑스군을 이겼고 2차 세계 대전때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할때 승리의 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그때의 영광을 되살리려고 했으나 몰락의 길이 되고 말았다.


전투가 일어난 1944년 12월은 이미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던 때였다. 개전 초기 파죽지세로 유럽을 점령했던 독일은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침공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동부전선의 소련은 점령하기가 어려웠고 서부 전선은 각지에서 저항이 일어나는데다가 세계 최강의 생산력을 가진 미국이 참전하면서 점차 독일이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미국은 영국,프랑스,소련등 연합군에게 강력한 무장을 하게 했고 병참 지원도 무지막지하게 했다. 그야말로 초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독일은 점차 여러면에서 전력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2차 대전의 향방을 연합군으로 바꾼 결정적인 작전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통해서 프랑스 파리를 해방시키고 독일 본토로 진격을 하던 연합군은 승세를 잡긴 했으나 생각보다 독일군을 많이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바로 보급 문제였는데 이 때문에 전선은 잠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동부 전선에서의 소련군도 아직 폴란드 서부로 진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은 독일군에게 잠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이 때 히틀러가 다시 한번 아르덴으로 총공격을 할 계획을 세운다. 여기를 통과해서 연합군을 남북으로 갈라 놓고 북부의 연합군을 괴멸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고 나서 연합군과 강화 협상을 하고 그 틈을 타서 동부 전선에 집중해서 소련을 물리친다는 원대한 계획. 그럴싸하게 보이는 작전이긴 하지만 이미 전쟁의 방향이 독일의 패망쪽으로 돌아섰는데 성공할 리가 없다. 최후의 발악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전투였다. 


전쟁에 관련된 나라가 한 두 개가 아니고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이 수 없이 많은데 이 전범 국가과 협상을 한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히틀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협력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서방과 독일이 힘을 합쳐서 소련을 물리쳐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르덴 대공세가 성공했다고 해도 연합군과 협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다. 그게 이루어질려면 자신보다 한참 힘이 낮은 상대와의 대결시 한 대 때리고 협상하는 형식이 되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전투에 졌다고 해서 물러날 미국이겠는가. 유럽과 아시아의 두 전선에 동시에 전쟁을 할 수 있는 그 미국이? 무엇보다 당시 독일의 전력은 그런 대 전투를 치를 형편이 못되었다. 히틀러의 작전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대로 실행된다. 이 전투를 위해서 동부 전선의 군대를 서부로 옮기고 온갖 물자를 총동원해서 그야말로 최후의 공세를 편다.


처음에는 이 공격이 먹히는 듯 했다. 사실 연합군은 독일군이 이런 식의 공세를 할 능력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었기에 허를 찔린 셈이었다. 그래서 초기 며칠 동안은 독일군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며칠 안 지나서 연합군의 맹렬한 반격을 받게 된다. 히틀러는 연합군이라는 특성상 명령을 하나로 모으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여겼지만 신속하게 대응을 한다.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는 신속하게 군대를 재편해서 공격하게 했고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패튼이 빠르게 독일군을 무찔러 나간다. 무엇보다 독일군에게는 연료와 탄약이 부족했다. 그들의 계획은 연합군을 공격해서 군수품을 뺏어서 진격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만큼 독일군에게는 마지막으로 쥐어짜도 물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게다가 제공권은 완전히 연합군에 있었기에 계속되는 공습으로 독일군은 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한달 조금 지난 기간 동안의 이 전투를 통해서 연합군은 라인강으로의 진격이 6주 늦어졌지만 독일은 패망이 6개월 빨라졌다. 그야말로 독일 최후, 최대의 공격이었지만 그대로 실패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때 100만명의 군대가 충돌을 했고 수 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2차 세계 대전을 실질적으로 끝내게 하는 서유럽 최대의 전투였던 것이다.


책은 아주 흥미롭게 당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아르덴 대공세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그 전에 상황이 어떠했는가를 상세하게 설명해서 이 전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미 기운 상황이지만 무모한 결정을 내리는 히틀러와 연합군의 오판으로 인한 전투 초기의 혼란상, 각 지휘관들의 상황에 따른 판단 등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어서 한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사실 이 전투가 벌어질때 독일은 진지하게 퇴장의 핑계를 찾았어야 했다. 많은 독일 지휘관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광기에 휩싸인 히틀러는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전쟁은 히틀러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었고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몇몇 실책이 있긴 했지만 아이젠하워의 지휘력은 좋았고 특히 패튼의 전쟁광 다운 '닥공' 즉 닥치고 공격은 시원한 느낌을 들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연합군 사령관이 될려는 영국의 몽고메리는 왜 그렇게 짜증이 나던지. 아이젠하워가 몽고메리를 저 멀리 야전 지휘관으로 쫓아버리지 않은 것이 대단하다 싶었다.


이 책은 두 번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고 상세하게 관련된 전투와 작전을 그려내고 있기에 한 번 더 읽으면 전체적인 상황이 그려지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에 중요한 전투가 여럿 있지만 이 아르덴 대공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희생도 많았고 복잡한 양상을 띄는 사건이었다. 결국 이 전투로 독일은 껍데기만 남았고 전쟁이 끝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참으로 중요한 전투라고 하겠다. 이런 전투를 시작 전부터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수 많은 인물과 작전, 각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듯이 상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이 책은 그야말로 벌지 전투의 완성판이라고 할 만하다. 지은이는 전쟁 사학자로서 그 이름이 드높은 '엔터니 비버'다. 작가의 이름만 듣고도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쟁사나 2차 대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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