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공화국이 된 우리나라는 곧이어 터진 남북간의 전쟁으로 인해서 그야말로 거지꼴이 되었다. 그리고 연이은 독재속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리더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무너진후 민주 운동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한결 나아졌지만 그 이후
지도력은 심각한 신뢰의 부족을 보이게 되었다.
그럼 과연 진정한 리더쉽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올바른 국가경영으로 갈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것은 과거를 돌아보는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으로 안좋은 결과가 계속 반복하는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대변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역사속에서 현재를 떠올려보고 고칠껀 고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조선에는 27명의 왕이 있었으며 현재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시대였다. 유무형으로 현재까지 여러가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것이다. 이
왕들의 경영을 통해서 어떠한점을 배울수 있을까가 이 책이 추구하는 뜻이 아닐까 싶다.
연대순으로 주요왕들을 짚어보면 우선 태종을 들수 있다. 태종 이방원. 아버지 이성계와 함께 실질적인 조선 개국의 창시자라고 할수 있다.
우여곡절끝에 왕위에 오는 태종은 과감한 정책으로 조선 초기의 불안정한 나라를 안정시킨다. 물이 자주 범람했던 물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 청계천을
조성했는데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면서 너무 과한 노역이 되지않게 했던것은 몰랐던 사실인데 언제나 강할꺼 같았던 태종이 그런
섬세한 정책을 펼쳤다니 놀랍다. 하기야 태종이 피를 부르는 사건을 일으킨건 맞지만 고려말 과거시험에 합격한 우수한 머리의 소유자라는것을 감안하면
못할꺼도 없을 것이다.
그런 태종의 안정화한 정국위에서 세종의 태평천국이 펼쳐진것이다.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 세종 장인의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다음대의 왕이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릴수 있게 한것이다.
물론 세종 자신의 능력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복이라고 할만하다. 세종이 단행한 수많은 정책이 그 이후 조선의 근간이 되었고 무엇보다 한글이
우리민족의 뼈와 살이 되지 않았는가.
그런 세종도 큰 실책이 있었는것이 세자의 세자빈 간택에 너무 간여한 나머지 나중 계유정란의 불씨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책에서는 광해군에 대해서 균형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가 분명히 패륜이라고 할만한 일들을 했고 또 무리한 국가사업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백성들의 삶을 어렵게 한것은 사실이긴 한데 완전히 미쳐 돌아갔떤 연산군과 같은 선상에 놓을순 없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뛰어난 전후복구와
후금사이의 외교술이다. 전후 복구에 광해군의 추진력이 높이 살만했고 당시 나중의 청이 되는 후금의 급부상에 나라의 존망이 달렸음을 잘 알았던
광해군의 줄타기 외교의 결과로 큰 전쟁없이 지나갈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인조반정으로 무너져서 결국 두번의 호란을 맞게 되는것이고.
광해군의 여러 패착은 결국 왕권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한것인데 선조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왕위를 이었다면 더 강한 왕권하에서 국론을 하나로
집결시켜서 명청교체기의 그 험난한 시절을 잘 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 책에서 가장 새롭게 주목해야할 왕은 숙종이었다. 숙종이라고 하면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연상시키정도로 왔다갔다한 인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오랫동안 재위하면서 해놓은일도 많고 강력한 왕권을 발휘한 인물이었다.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서 노련한 대신들을
제압하면서 특히 사림의 거두인 송시열을 한방에 보낼만큼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정책들을 강력히 실시했는데 국사책에 나오는
여러 정책들의 시초가 숙종이라고 하는것이 많을정도다.
그가 왕권을 강하게 지키는 방법은 한쪽 당에 권력을 몰아주는 것이었다. 한쪽에 줬다가 사건을 만들어서 저쪽에 주고 또 사건을 일으켜서
이쪽에 주고. 그런식의 정책이 신하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방법이기는 했으나 싹쓸이라는 방식으로 결국 당색에 의한 경쟁만 더 격화시키고 화해하지
못하게 해서 그것이 결국 왕조의 쇠락을 가속화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어쨌든 그의 강력한 왕권하에서 뒷날 영정조의 조선 후기 문화 르네상스를
이룩하게 되었던 것이다.
책은 연대기순으로 대부분의 왕들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역사상에 잘 다루지 않았던 숙종이나 현종 그리고 조선말깅의 헌종 철종도 나름의
분량으로 다루고 있어서 조선 전체의 왕가를 조망해보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세한 정책을 다 다루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 왕이 어떤
왕이었고 어떤 생각으로 조선을 경영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감을 잡을수 있게 해놔서 책 한권을 읽고 나면 눈에 쫙 그려진다.
글이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고 중간중간 관련된 그림이나 지도등을 적절히 잘 삽입해서 이해를 돕고 있어서 국가경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지만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도 전체적으로 훑어준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어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