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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잭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 스릴러는 전통적으로 미국 영국이 강세를 보이는 장르다. 요즘에 북유럽쪽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양과 질에서 그 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 미국은 워낙 양이 많아서 그 배경이 되는 도시도 미 전역에 있는데 영국은 수도인 런던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 지역이 배경이 많았던거 같다.
그런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아주 인기있는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팔리는 범죄 소설 중에서 이 시리즈가 전체의 10%라고 하니 참 대단한 시리즈라고 할만하다. 어쩌면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만큼이나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많이 유명하지는 않은듯하다. 하지만 읽어본다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실감이 날것이다.
일단 이야기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어느날 주택가에 위치한 매음굴에 대한 기습작전에 동원된다. 예상치 않은 뜻밖의 작전이었는데 더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잘나가는 하원 의원 '그레고르 잭'이 그 매음굴의 어느방에서 발각이 된것이다. 언론은 득달같이 달려들지만 이 하원 의원에 호감을 가진 존은 최대한 그를 보호할려고 한다. 그러는 도중 잭의 부인이 실종되고 이어서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부인의 살인범은 누구이며 잭의 정치생명을 끝장낼려는 세력은 누구일까. 그리고 잭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을까.
한편 존은 하원 의원 사건을 수사하는 동시에 고서 도난 사건도 맡게 된다. 나름 희귀서적이라서 그런 책을 많이 취급하는 서점들을 탐문하는 도중 수이라는 이름의 서점에 가게 되고 그 가게 주인이 잭과 아는 사이라는것이 밝혀진다. 책 도난 사건은 또 어떻게 잭과 연결이 될것이가.
어떻게보면 단순해보이는 사건 같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관련이 있고 그 속에 비밀이 있으며 그것이 얽히고 섥혀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것을 하나하나 헤치고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존 리버스는 미국 소설에 나오는 첨단 기법을 막 사용하고 그런건 아니다.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끈기있는 영국 탐정의 전통을 잇는듯하게 존은 발로 뛰고 머리를 쓰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거 같다.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아주 뛰어나고 천재적인 그런 경찰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을법한 스타일이다. 영리하면서도 느리고 윗사람에게 때론 굽히고 때론 버팅기면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그밖에 동료로 나오는 인물들도 티격태격하면서도 깊은 신뢰로 뭉쳐있어서 미소를 짓게 한다. 이 시리즈는 각각 독립된 작품들이지만 등장인물들은 1편에서부터 나와서 조금씩 관계가 성장해나간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는다면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느낄수 있게 될것이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라서 거기에서 쓰이는 스코틀랜드식 영어, 즉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이용한 말장난식의 대화가 나오는데 나름의 특색있는 부분이었다. 비록 영어를 몰라서 그 느낌을 오롯이 알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국 특유의 음습한 날씨와 분위기가 사건과 잘 어울어지게 묘사가 되어서 분위기를 더 짙게 잘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잘 읽히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잘 만들어진 내용이다. 과연 존 리버스 시리즈답다. 영국식 추리 스릴러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잘 계승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 시리즈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20편가까이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는데 어서 우리 나라에서 따라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