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수배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0
퍼트리샤 콘웰 지음, 김백리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열번째다.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스릴러 '스카페타 시리즈'가 첫번째 이야기인 '법의관'에서 시작된지
이제 열번째를 맞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달리 이 시리즈에는 사랑과 연애, 가족의 이야기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언뜻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주고 살인사건이 부가 되는것처럼 보일 정도로 드라마적인 면이
강한 이야기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서로간에 보이는 사랑과 애정,우정 등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수있다
는게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그러기에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고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시체들이 연이어 나와도 왠지
크게 두렵게 느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성숙되어 가던 관계가 아홉번째 이야기에 허물어지게 된다.
한 사람의 죽음때문이다. 그것도 그들 모두의 구심점이 되던 인물의 죽음이었기에 그 충격이
대단했을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인생 행로에 크나큰 상처가 되어버렸다.
그의 죽음으로 끝났던 전편에 이어서 열번째인 이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는 가운
데서 시작하는 첫번째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연인 웨슬리를 잃은 주인공 '스카페타'박사는 이번작에서 슬픔에 무너져내리는 모습
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분신이라고 할수있는 조카 '루시'는 웨슬리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관념으로 또한 괴로와한다.
웨슬리와 스카페타의 충실한 친구인 '마리노'경감 역시 경찰서에서의 보직변경과 함께 그 자신
의 처지에 비관, 자신감 잃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런 가운데 서로에 대한 비난과 오해, 갈등등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 만다.
주요 인물들이 전작들에서 보였던 따뜻함과 여유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만 살고 있을순 없었다. 다들 자신들이 맡아야할 중요한 직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맞춰 새로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외국에서 입항한 컨테이너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심하게 부패한 시체가 발견된 것이었다.
얼핏 봐도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은 아닌데 뒤이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맛물려 복잡한 양상으
로 발전해간다.
급기야 프랑스까지 가서 사건의 단서를 알아오기까지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적과 싸우기도 힘든 스카페타와 마리노에게 우군이라고 할 경찰국 부국장의
견제는 이들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그러던 중 사건의 실체에 한발짝 더 다가가던 스카페타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 시리즈를 아끼는 팬들은 이번작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이야기에 어쩌면 같이 우울해
질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 전작들에 보이는 스카페타, 웨슬리, 루시, 마리노의 웃음과 여유, 사랑에 늘 씽긋
웃고 했기에 이번작에서 남은 이들이 서로 상처를 주는 모습에 당혹감마져 느낄 정도였다.
더욱더 외곬수로 치닫는 듯한 루시도 위험스럽지만, 경찰국에서의 미묘한 갈등때문에 형사자리
에서 쫓겨난 마리노의 낙담은 그것을 지켜보는 나 조차도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스카페타 역시 슬픔을 일로 잊어버리려는 듯한 모습에서 정말 꼭 저래야 할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서로가 상처를 주는 말을 할땐 은근히 짜증까지 났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에 동화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닌 법의학 스릴러 추리 소설이니만큼 사건 해결에 있어서 법의학적인
내용도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묘사된다.
이번엔 사람의 '체모'가 중요한 사건의 열쇠가 된다.
어떻게 그것이 사건을 풀어가는 단서가 되는지는 참 상상하기 어려운데 지은이인 '퍼트리샤 콘웰'
은 그 과정을 상세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를 한다.
작은 것 하나에서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감탄스런 장면이다.
사실 미국에선 진짜로 그렇게 범인을 잡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이었다.

이야기 초반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사그라져 가고 서로 상대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면서 차츰 안정감을 되찾아가게된다.
마리노는 다시 형사의 위치로 돌아왔고 루시는 어떤 행동으로 인해서 과거의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덜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카페타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그가 과연 이 시리즈 인물들의 구원투수가 될수있을까?...
지은이인 콘웰은 결말부분에서, 다음편에 무엇인가 연결되는듯한 암시를 하는 장면을 잘 삽입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큰 부분이 워낙 인상깊어서 잘 눈치채지 못할수도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것도
또다른 재미를 줄것이다.

이 시리즈는 각 이야기마다 독립되어서 새로 읽는 분들은 부담없이 어떤 시리즈를 읽어도되지만
아무래도 인물들간의 이어지는 면이 있어서 1권부터 읽으시길 권한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인물들이 성장하는것을 차분히 볼수있고 같이 크는 듯한 느낌도 받을것이다.

높다란 산을 오르다가 이제 산꼭대기에 오른 느낌이다.
그런데 오르고 보니 그 너머에 또다른 산이 이어져 있는것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제 또다시 나아갈 목표가 생긴걸까.
슬픔을 딛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스타카페 시리즈의 다음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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