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테나 1 - 날조된 고대 그리스 1785~1985, 서양 고전 문명의 아프리카.아시아적 뿌리 블랙 아테나 1
마틴 버낼 지음, 오흥식 옮김 / 소나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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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을 각색한 영화가 개봉했다.
예수가 결혼했고 그 후손이 어디엔가 살고 있으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기존 교회가
갖은 행동을 한다는, 일종의 음모론 비슷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대중은 기존관념에 대해서 반기를 들거나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주장에
귀를 잘 귀울인다.
마술이 사람을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술 기술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것처럼, 이면에
또다른 진실이 감춰져 있는건 아닌가하는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하는것 같다.
그러나 그런것들이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근거가 부족할땐 바로 그 관심을 거두어버리는
냉정함을 보인다.
다빈치코드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긴하나 그 논리적 타당성이 미약해서 대중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하는거 같다. 그저 잘쓰여진 '픽션 소설'로 생각을 할뿐 기존
관념을 허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오랫동안 교육받아온 기존 사실을 뒤엎는, 그야말로 깜짝놀랄 사실을 전하는
전하는 책이 있다.
바로 '블랙 아테나'이다.
알다시피 아테나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아테네의 수호신이다.
고대 그리스는 현대 서구문화의 원류로 일컬어지는 만큼 그때 사람들도 백인이었다고 생각할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호신도 '흰색'이라고 예측할수있는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지키는 수호신이 '화이트'가 아닌 '블랙'이라니!
지은이는 제목에서부터 본래 그리스 문명이란것이 아프리카의 이집트 문명이나
페니키아같은 동방문명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수백년동안 진실이었는데 비교적 최근 1-200년사이에 진실이 은폐되고
사실이 조작되어 완전히 다른것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구사회가 찬양해 마지않는 고대 그리스 문화가 그 독창성은 별로 없고 이집트 문화의
영향아래 발전해왔다는 주장은 기존의 관념에 빠져있던 나로선 큰 놀라움이었다.
마치 '서양 고대사판 다빈치코드'의 이야기 같이 들릴 정도였던 것이다.

지은이의 전체적인 주장의 틀은 이렇다.
고대 이집트는 그리스에 식민지를 건설, 수백년을 통치하면서 훗날의 그리스 문명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와 동방문명을 수용하여 그리스 문화를 건설했다는 것이 이른바
'고대 모델'이고 고대 그리스는 스스로으 힘으로 문화를 꽃피웠고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을 부정하는 것이 '아리안 모델'이다.
지은이는 기본적으로 고대 모델의 입장을 따르면서도 아리안모델과 양립하지 못하는건 아니라
는 측면에서 '수정 고대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수정된 이론이긴 하나 그리스 문화가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대전제는 그대로 받아들
이면서 그 주장의 근거를 고고학,언어학,상징학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서 논증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재미있는것은 서구문명이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라고 일컫는 그리스 문명의 역사가나 작가들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리스 문화의 근원은 이집트 문화라고 명백히 밝힌 점이다.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도 그리스 문명의 뿌리는 이집트와 함께 동방문명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외 많은 고대 그리스 작가들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이 그리스
문화를 추종하고 계승한다는 서구문화는 그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기피하고 조작까지 하고
있다는것은 정말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1820년대 이전까지는 유럽사람들조차 동방문명의 영향으로 그리스문명이 발달했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럼 왜 수백년간이나 이해되어왔던 사실들이 왜곡되고 조작되고 날조된것일까?
지은이는 서로 연관된 4가지의 힘을 들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반발, '진보'관념의 대두, 인종주의의 성장, 낭만주의의 헬레니즘이 그것들이다.
과도한 민족주의는 인종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인종주의로 발전했고, 앞선 민족인 유럽인의
문화의 뿌리가 '열등'한 민족인 아프리카인의 고대문명에 그것을 두고있다는 사실을 그들로
서는 받아들일수가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이슬람교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반발과, 18세기 낭만주의적 열정에 잘 부합하는
그리스 문화의 특성등이 이 역사 조작이라는 거대한 음모에 뒷배경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과도한 민족주의에 의한 역사왜곡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것이 바로 일제 강점기에
강요당한 식민 사학에서 볼 수 있다. 그 식민 사학에서 아직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역사를 조작해온 서구 문명사에 대해서 우리가
의문을 가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희박한 것이었다.
근대화의 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성과물을 세계로 전파한 서구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역사관도
함께 수출하면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우리들로서는 그것이 조작되었다는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송곳을 주머니에 넣어 감춘다고 해서 다 감춰지는건 아니다.
그 끝이 끝내 옷을 찌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서구 사학이 감추려고 했어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수많은 실증자료를 모두 폐기
할수는 없었을것이다. 그것들은 어쨌거나 자신들이 뿌리라고 여기는 선조들의 유산이었을꺼
니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큰 용기를 가지고, 학계에서 매장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책을 펴낸 '마타 버넬'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주류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능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전투적으로 이 문제를 펼쳐보인 것이다.
발표당시 예상대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 대한 반론을
하기위해 계획했던 책의 출간도 미룬채 내용을 더 보강한 책을 서술했다고 하니 그 논란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간접적이나마 느낄수 있다.

물론 철옹성처럼 단단한 기존 학설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큰 둑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넬의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자극을 받아 더 많은 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진행한다면 거대한 물줄기를 언젠가는
바꿀수 있지 않을까?

이책은 전체적으로 서론과 10장의 본문, 결론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개괄적인 내용을 담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10장의 내용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 진실들이
어떻게 변용되고 왜곡되고 조작되는지를 연대기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까지는 이집트 문명을 받아들였던 진실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고, 4장부터 10장까지는
이집트 문화에 대해 점차 왜곡되고 각색되고 통째로 바뀌는 과정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책읽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책의 쪽수만 880쪽이어서 그 두께에 읽을 엄두가
안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부분의 서론과 부록,주석,해설,미니사전,참고문헌등을 제외하면
본문은 거의 500여쪽으로 줄어든다. 웬만한 장편소설 두세권 정도의 분량밖에 안된다.
할 수 있다.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라.
진실의 문으로 들어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학술적인 글이라 딱딱한 문체라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번역 자체는
깔끔하게 잘 된거 같다.
다만 좀더 쉽게 의미전달이 될수 있게 옮길수있는 문장이 더러 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밖에 책의 장정도 튼튼하고 편집도 잘 되어 있다. 주석도 상세하고 옮긴이의 시작에서 본
자세한 해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역사는 승자에 의한 기록이고 그 기록들이란것이 취사선택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쓰여진 것에 대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우리의 태도에 이 책은 반성의 기회를 제공
한다.
역사란 상대적인것이고 진정한 진실은 어떤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으면 그 이면을
알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책에서는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서구 유럽 사회의 문화적 오만을 깨우치고 문화의
참된 모습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중동의 전쟁이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같은 것은 이런 문화적인 오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또한 최근 외국인 노동자나 농촌으로 시집을 오는 외국인 신부의 증가로 점차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게도 생각할꺼리를 준다고 하겠다.
이런 진실찾기를 통해서 문명과 문명, 문화와 문화간의 진정한 소통을 통한 인류의 평화가
지은이가 바라는 가장 큰 바램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버넬이 쓰고 있는 이 저작물을 전체가 4부작이라고 하는데 이제 1부이다.
나머지 3부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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