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매니저 1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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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는 특이한 소설가다. 실제 영국 정보국에서 첩보 업무를 맡았던 이력으로 작가가 된 사람인데 자기 자신이 그 치열했던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쪽 업계(?)에 밝은 사람이다. 그래서 같은 스릴러 스파이물을 써도 이 사람의 글은 생생하다. 마치 실제로 그렇게 하는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잘 쓰여진 스릴러물은 잘 썼다고 여기면서도 실제같다는 느낌이 적은데 이 작가의 글은 원래 그렇게 하는것을 보여주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물론 실제로는 다른 부분도 많을것이다. 하지만 실제를 반영했기에 적어도 대충 이런 분위기는 될것이다라는 생각은 하게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최신작은 아니다. 이미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한차례 발간된적도 있고 원작은 무려 23년전인 1993년산이다. 근데...전혀 올드하지 않다. 뭐 아주 새롭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스파이의 모습을 그린 흔해빠진 이야기치고는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된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점점 전체적인 윤곽이 그려지는데 강대 강의 느낌이 든다. 강한 남자 대 또다른 강한 남자의 대결.

 

이야기는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시작된다. 제목인 나이트 매니저 즉 야간 지배인을 하고 있는 조너선 파인은 무기 중계상인 리처드 로퍼와 그의 일당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다. 로퍼는 과거 그에게 상처를 준 사건과 관련있는 인물. 세상이 좁은건지 좁은 곳만 찾아 다니는건지 조너선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평범하게, 적당하게 악한 악당을 맞이하게 된것이 아니라 악 중의 악, 어떻게 손써보기가 힘든 거악중의 거악을 상대하게 된 조너선은 그를 거꾸러뜨리는것이 운명아닌 운명이었으리라.

 

상황에 맞춰서 러너드 버라는 영국 정보 요원이 찾아와서 제안을 하게 된다. 로퍼를 잡기 위한 은밀하고도 치밀하면서도 엄청난 계획. 고육지책이었다. 선택권은 온전히 조너선에게 있었지만 그는 선선히 수락한다. 이때쯤 조너선의 이력이 공개가 된다. 역시나 평범한 나이트 매니저가 아니었는건 예상한바다.

 

그냥 팔방미인쯤 된다랄까. 다재다능한 능력자라고 할수있는게 여러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특수요원다운 여러가지 기술들에 통달해있는데 험한 산속에서만 살아남는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생활속에서 빈틈없이 살아갈수있는 여러 능력들도 있었다. 바로 기막힌 요리솜씨와 그보다 더 기막힌 여자 홀리는 능력.

뭐 이 정도면 조금 전형적이라고 할수있는 완전 무결한 첩보원이다. 007같은 영화에서나 봐왔던 그런 사람. 아 007은 요리를 못하던가. 어쨌든 이 조너선 파인의 캐릭터를 멋지게 잘 그려내고 있는것이 1권의 내용이라고 할수있다. 그가 단순히 과거의 경력으로 첩보원이 되는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건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악에 대항하고자하는 그의 신념과 뭉쳐져서 선발이 된 것이었다.

 

이야기는 처음에 천천히 시작한다. 몇가지 사건들이 있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면서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 상태등이 교차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중반쯤 되면서 본격적으로 거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시작되면서 흥미진진하게 단계별로 진행된다. 워낙 거물급의 악이라서 그냥 한번에 잡을수는 없어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접근하게 되는데 그 접근하는것이 참 시간도 걸리지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이다. 그러니 아무나 못하고 이 주인공이 선발이 되었을것이다. 치밀한 계획하에 서서히 로퍼에 접근하는 조너선. 그리고 결국 로퍼의 끄트머리를 잡는데 성공하게 되면서 1편이 마무리된다.

 

책은 역시나 존 르 카레 답게 쓰여졌다. 이 작가는 전개가 빠르고 장면 전환이 화려하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중에 보면 등장 배경은 제법 와일드하지만 어찌보면 느리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수있지만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만큼 주위 묘사를 치밀하게 한다. 주인공이 어느 지역에 있다면 그 지역에 대해서 혹은 주인공이 발을 디딛은 그 장소에 대해서 직접 가서 본것처럼 상세히 묘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심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졸음이 오기도 한다. 근데 그 고비만 넘기면 슬슬 시동을 건다. 그리고 시동이 걸리면 좀처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진행하는 스타일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중반쯤부터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는데 그 진행을 위해서 앞부분에서 여러가지 장치를 한거 같아서 이 작가의 책을 읽으려면 초반에 졸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이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서술이 되어 있어서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기가 힘들었는가보다. 그래서 오랫동안 묵혀있다가 올해초에야 6부작 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1편만 해도 한편의 영화에 다 담기 어려운데 2편까지 비슷한 분량이라면 쉽게 만들수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1편만 나왔는데 2편까지 동시에 내달려야 좋을꺼 같다. 1편에서 달아오른 감흥을 2편으로 바로 이어주어야하는데 그냥 쉬다가 읽으면 다시 불지피기에 좀 시간이 걸릴꺼 같아서다. 1편의 후반부로 갈수록 눈이 명료해지는것을 느낄수 있는데 이번에 2편이 동시에 안 나와서 아쉽다.

 

책은 존 르 카레의 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바로 흥미를 느낄수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좀 지루할수있다. 말했듯이 너무 상세하고 자세한 묘사로 인해서 진행이 빠르지 않은데다가 이번에 나온 책은 영국 특유의 유머나 냉소적인 표현들이 나오고 정보쪽 세계에서 쓰이는 일종의 은어들이 나와서 무슨말인지 이해가 잘 안갈수도 있다. 내용상 대충 무슨말인지는 나중에 알게되겠지만 당최 먼말하는지 모르는 순간도 있다. 그 부분은 솔직히 졸음이 왔다.

 

그래도 존 르 카레는 존 르 카레다. 실망안할 작품이다. 2편이 동시에 안 나온게 좀 아쉬울뿐.

편 나오면 동시에 바로 달리시길.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그 진가를 확 느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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