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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1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잘 쓴다는것은 어떤 면에서 의미지어질수있는것일까?
멋진 구절이나 문장일까? 감동이나 교훈을 알게해주는 내용일까?
여러가지 것이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심되는 얼개는 그 이야기구조
라고 할수있을것이다.
문학의 여러 장르중에서 소설이란것은 그 이야기구조가 탄탄해야 잘썼다고
할수있을것이다.
한마디로 줄거리가 살아있고 잘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일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프리 디버 이사람, 정말 이야기꾼이다.
평범한듯하면서도 치밀하게 계산되 있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같으면서도
자세히 뚫고 들어가면 또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언어의 마술사같다.
이미 전작들에서 그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던 지은이는 이번에도 색다른 모습
으로 다시왔다.
'곤충소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그 소년이 범인인지, 피해자인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물론 주인공의 한사람이겠으나 그가 결국 우리편인지 나쁜편인지 쉬이 결정짓게
하지는 않는 것이다.
아니 일반적인 사람들의 추리력과 상상력을 보기좋게 틀리게 만든다.
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이 소설은 초반부가 약간 심심하게 시작된다.
어떤 거창하고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서 주인공인 링컨에게 수사를 의뢰했던 전편들
과는 달리 큰 사건 없이 소소한 일처럼 시작되는것이다.
링컨은 움직일수 없는 몸을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하기 위한 수술을 받기위해
미국 남부 소도시로 떠나게 된다.
이미 좋은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여조력자인 아멜리아 색슨을 위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것이다.
그런데 지역 경찰에서 실종사건의 해결을 요청해온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고 볼수있는 사건이지만 살인사건과 연관이 된 실종이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강력한 용의자는 '곤충 소년'.
곤충을 좋아하는 소년이란 뜻일진데 이 소년이 한 사람을 죽이고 처음의 한사람을
납치한데 이어 또다른 한 사람을 납치하게 된것이었다.
그가 남긴 흔적들로 실마리를 풀어가는 링컨.
그러나 소년이라서 그런건지 추적자를 따돌리는 솜씨가 그리 일류급은 아니었다.
희대의 살인마도 작은 단서로 잡아내는 노련한 링컨에게 곤충 소년의 추적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장비와 인력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소년을
잡게 되고 인질 한명을 구출하게 된다.
이제 한명의 남은 인질을 구출하면 되는데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소년.
그래서 결국 감방으로 이송될려는 찰라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전혀 예상치 않은 사람에 의해 탈옥을 한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더 복잡한 사건들이 얽혀있는데...
전작들은 한마디로 링컨의 독무대였다.
배경도 상당히 거대하고 사건도 큰 사건이었고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거기서 링컨은 종횡무진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실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어떻게 보면 소품같다.
링컨이 전적으로 수사하기는 하지만 색슨의 단독 활약도 링컨과 대칭될만큼 중요한
모습을 보이는것이다.
눈에 보이는 단서만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감정의 이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링컨과는
달리 색슨은 마음에서 느끼는 것도 중요한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그 믿음이 바탕이 되어서 사건해결의 큰 열쇠를 얻게된다.
얼음짱같이 냉철한 링컨에게 이번 사건은 어쩌면 사건 수사의 방법론을 변경시킬수
있는 일일 수도 있을까?
아마 적어도 그전에는 생각도 못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마음에서 느끼는 것을 실제
수사에서 참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시리즈의 특징인 방대한 법의학적인 지식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조그마한 흙알갱이 하나로 어떤 지역인지 알아내는 링컨의 모습에서 대체 인간의 두뇌
는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랄만하다.
조그만 미세 증거물에서 큰 단서를 찾는 링컨과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행동하는 색슨에
더해서 이 이야기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제목에 나오는 바로 그 곤충 소년의 곤충에
대한 지식이다.
물론 관련 분야에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겠지만 아직 어린 소년의 나이로서는 상당히 전문적
이고 상세한 지식들을 알고있었다.
그 지식들을 이용해서 추적자들을 따돌리기도 하고 유인하기도 하는 소년의 모습은 자못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곤충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알게되것도 흥미로왔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낱말이 있는데 '바이오필리아'라는 것이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모든 생명을 사랑할려는 의식이 있다는 뜻인데 동양사상의 성선설과도
연관이 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탕했던 색슨의 마음과도 이어진다고
볼때 지은이의 주제의식을 은근히 드러낸다고도 볼수 있을꺼 같다.
큰 어려움없이 사건이 해결되는듯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다.
믿었던 것에서의 배신, 의심했던것에서 결국 진심을 얻어내는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반복
되면서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국면을 일순간에 바꾸는 홈런같은 아주 센 강도의 반전은 아니지만 단타,2루타,3루타같은
짧지만 순간순간 놀라게되는 작은 반전들이 이어진다.
센 마약을 복용하면 더 센 마약을 복용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이른바 역치값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전도 마찬가지다.
한번 센 반전을 일으키면 다음엔 그보다 더 자극적이고 센 반전을 써야하기때문에 반전
이란것은 쉽게 쓸수있는 기법이 아니다.
자주 쓰이면 오히려 식상하게 되고 약발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런점에서 제프리 디버는
참 영리한 작가다.
강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해서 적절한 순간에 반전을 일으키면서 책의 끝장을 덮을때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흥미를 잃지않게 한다.
반전을 기대하지도 않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들어감으로써 기대감도 충족시키고 글에 대한
집중감도 다시 일으키게 한다.
주 활동무대인 뉴욕을 떠나서 낯선 남부에서 색다른 사건에 휩싸이는 링컨일행의 이번
이야기도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수작이다.
가면 갈수록 무르익어가는 링컨과 색스의 다소 독특한 애정 전선을 보는것도 재미있을것
이다.
재미난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음 편을 기다려지게 하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시리즈.
어서 이 책에 풍덩 빠져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