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조지 오웰의 유명한 작품 동물 농장은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조소가 담겨있는 책이다. 오웰이 그 책을 쓸때는 소련 시절이었고 각 인물은 당시 소련의 지도자들을 빗댄거였긴 하지만 그것이 꼭 소련에만 국한되는것은 아니었다.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독일에 대입해도 되고 다른 독재 정권들에게도 충분히 비유될수 있는것이었다. 표면상은 공산주의에 대한 조롱이었지만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전체주의를 비난한것이 속뜻이라고 할수 있겠다.

 

책이 쓰여질 당시는 소련이 기세등등하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었고 소련을 위시한 동구 공산권은 영원히 갈줄 알았다. 하지만 누가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권이 무너질줄 알았던가. 오웰이 오래살아서 그것을 봤었더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궁금해진다.

이제 공산주의는 인간사에 전혀 유용하지 않은 이론으로 판명이 났다. 하지만 그 시초는 인간의 오랜 불평등을 개선해서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위해서 지나치게 목적을 중시했기에 기계적인 평등으로 말미암아 동물 농장의 구성원들은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된것이었다.

 

이제 공산주의는 망했다. 남은것은 자본주의인데 그럼 자본주의가 완전무결한 이론인가? 그래서 세상사람들이 다들 행복해졌나? 이런 의문에서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자본주의 동물농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산주의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할수 있는게 현재의 자본주의이다. 무식했던 공산주의에 비해서 개선된것도 있지만 불평등은 더욱더 고착되고 더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삶을 옮아매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쫓겨갔던 스노볼이 돌아오는걸로 새로운 농장이 시작된다. 평등을 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자신만 살찌웠던 나폴레옹이 죽고 혼란이 계속되자 스노볼이 나타난것이다. 스노볼은 동물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면서 비전을 제시한다. 풍차를 만들고 인간과의 협력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여서 더 많은것을 외견상 삶이 나아진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은 늘어갔고 스노볼은 또다른 나폴레옹이 되어간다. 좀더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하는것처럼.

 

동물 농장을 읽으면서 그나마 나았던것은 조지 오웰이 그렸던 그 전체주의 국가인 소련이 망하고 공산주의가 소멸했기 때문에 덜 우울했다. 그런데 이 책 자본주의 동물 농장을 읽으면서는 그 우울함이 더 짙어지는게 옷만 바뀐 전체주의가 돌아온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생겨서가 아닐까 싶다. 분명 공산주의는 생각할 가치도 없는 망한 이론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그것에 완벽하게 대응해서 좋은것이냐라고 할수없는게 문제가 있는것이다.

 

어떤 정치 이론이던 인간의 욕망을 주된 요인으로 산정하지 않는다면 절대 실패하게 되었다. 공산주의도 그것을 간과했던것이다. 콩한쪽이라도 나누면서 사는게 아니라, 콩한쪽이라도 내가 갖고 싶어하는 그 인간의 욕심 그것을 너무 쉽게 봤다. 그결과는 멸망이었고. 그에 반해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충실하게 반영한 체계다. 열심히 일하면 많이 벌고 놀면 굶어죽고.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공평하게 보이는가.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공평이란게 진정한 공평이 아니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바로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자는 가진걸로 더 많은걸 갖게 되고 없는자는 없기때문에 더욱 가질수가 없게 되는것이 더 심해지고 있는것이다.

 

그러한 모순과 폐해가 개개인의 단위에서 더 심해져서 국가간의 단위로 확대되었을때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것이다. 바로 미국의 911사태같은. 소련이 망하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게 역사상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미국만을 겨냥했겠나. 더 악화되어가는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그 불평등과 차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연 그 이후에 그 모순이 개선이 되었나? 아니 개선할 의지나 있었나?...

 

전체주의를 풍자한 오웰의 동물 농장은 비록 그 대상이 사라졌어도 오랫동안 명작으로 읽히고 있다. 비록 국가 단위의 전체주의는 사라졌지만 개인 단위로는 얼마든지 또 생겨날수있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명작을 패러디해서 자본주의를 풍자한 이 책은 쉽게 잘 읽히고 재미나게 잘 쓰여진거 같다. 서양에서는 오웰에 대한 모독이다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지만 원래 명작은 후세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끊임없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는것이 아닐까. 지은이가 오웰이 작품을 평가절하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웰이 제기한 물음은 사라진것이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살아있음을 오웰의 작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 경제의 문제점은 뭐 꼭 이 책이 아니라고 해도 많이 있긴 하지만 결국 이 모순점을 해결하거나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나폴레옹의 사후 혼란스러웠던 동물 농장처럼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더 큰 혼란이 온다는 메시지를 준것이리라.

 

911 사태를 빗댄 쌍둥이 풍차 폭파의 에피소드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름끼치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을 상징하는 개들이 마스크를 나누어주는 동안 기술자 염소가 말하는 장면.

 “걱정할 것 없다. 위험하지 않다.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된다."

 

아....

우리는 작년에 그 지옥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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