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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ㅣ 제1권력 1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조지 오웰의 '1984년' 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보면 '빅브라더'라는 감시자가 나온다.
빅브라더로 대비되는 거대한 조직속에서 힘없는 개인의 처지를 그리고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참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건 책이니까 실제론 안 그럴꺼야 했었다. 실제로 그 책을 읽은때보다 지금이 더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되었으니 내 생각이 틀린것도 아닐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뭐 이런 세상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이 세상 참..'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한숨이 쉬어진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시장경제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진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시장경제원리의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시장경제 자체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책 내용은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것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JP모건'과 '록펠러'. 이 두 기업이 자본주의의 태생기때 엄청난 부를 축적해서 그 이후로 갖은 모략과 책동으로 그 부를 잇고 더욱더 확대왔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으로선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싶지만 자본주의의 초기때는 지금과는 달리 많은 헛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을 노리고 부를 더욱더 확대재생산했던 것이다.
사실 돈이란것은 규모의 경제일때 더 많이 벌수있는거라서 초기에 독점적으로 자본을 모은 이 기업들이 그 뒤로 더 많은 돈을 벌수있는 유리한 위치인것은 맞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돈 그 자체만으로는 지위를 유지할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바로 '권력'이 있는것이다. 왕정시대와는 달리 민주정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정부라는 조직에 있는 권력이란건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한다면 더 큰 부를 축적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어쩌면 '권력 그 자체'가 될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동구권의 공산사회가 무너진후 이른바 유일한 세계초강대국으로써의 지위는 '미국'이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권력이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세계의 운명이 달라지는데 그 미국의 권력이 어떤 특정한 세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된다면 지구촌의 운명도 결국 그 세력에 의해서 조종 되는거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 특정한 세력이 모건과 록펠러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두 자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부를 축적하고 또 그 부를 이용해서 권력을 조종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두 세력은 처음에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돈벌기 바빴지만 차츰 서로 세력을 넓혀가면서 충돌을 하게 된다. 두 세력이 다 하나같이 욕심이 많아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서 서로 상대를 압도할려고 한다. 하지만 두 세력 자체가 교활하고 똑똑하기에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하고 어떨때는 대립, 어떨때는 화합하면서 어떻게보면 서로가 경쟁과 협렵속에서 상호 성장하게 된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라서 제도가 정비되기 이전의 시절이라 지금이라면 범죄로 성립될 일들이 그 당시에는 그냥 행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쉽게 벌어서 또 그것을 크게 더 벌고 또 권력을 이용하게되고...권력이란것이 결국 사람과 관련된것인데 이 두 세력의 관계하는 회사에 고용된 인물들을 보면 과연이다싶다. 미국의 거의 중요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두 세력과 관련있는 회사에서 일했던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들마져도!
이 책을 읽다보면 참 우리가 초라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진실이 어떻고 정의를 부르짖어도 결국 부처님손바닥안에 손오공처럼 아무런 힘을 못쓰는것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결국 모든것이 이 두 세력의 계획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책은 참 읽기 쉽게 쓰여졌다. 다만 워낙 많은 인물과 많은 회사가 나오고 그 회사들의 연관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정신차리고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이 책이 그냥 음모론의 한 일종이라고 가볍게 여기기엔 너무나 선명하고 정확한 자료가 많다. 숨겨진 의미도 파악해서 해석하니까 믿고 싶은 마음이 더 드는건 당연한거 같다.
지은이는 일본에서 유명한 1인언론이란다. 혼자서 취재하고 글쓰고 하는데 그 깊이가 보통이 넘는다. 이 책말고도 다른 책들이 있는데 그 책들도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게 요즘이 아니라 무려 24년전이란다. 그런데도 생생한 느낌이 드는것은 그 자료의 성실함과 진실성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일것이다.
최종의 진실은 모른다. 이 책이 완전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본이 권력을 조종할려고 하는것은 비단 이책에서만 주장하는건 아니기에 이 책의 주장에 좀더 신빙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정말 정의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국내의 모재벌이 생각나서 씁쓸한 기분도 들게 했던 책. 어찌보면 한여름에 읽으면 시원한 납량물이 될만큼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