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창 노블우드 클럽 6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추리문학이란 장르에도 여러가지 하위 장르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밀실' 미스터리이다.
말그대로 앞뒤로 딱 막혀서 누가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히 살인이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내용인데 어떻게 보면 아주 액션이 많은것도 아니고 장면이 큰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을 추리하는것이 보통 고난도가 아니다.
사실 무슨 마술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게 없는데 사건이 일어나있으니까. 그러나 흔적없는 완전한 사건은 없는 법. 모래속에서 바늘 찾듯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작은 실마리를 가지고 전체를 풀어나가는것이 이런 장르의 묘미일것이다.

밀실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이라고 할 작품이 바로 이 '유다의 창'이다.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고전중의 한 작품인데 요즘같이 현란하고 세련된 트릭이 동원되는 작품들에 비해선 심심하다고 할수도 있지만 뭔가 기초가 단단한 건물을 보는듯 줄거리와 뼈대가 탄탄하고 전개가 매우 짜임새 있는 책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떤 청년이 장차 미래의 장인이 될 사람을 만나러 그의 집을 방문한다. 미래의 장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청년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미래의 장인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죽어있었다. 그러나 만난 방에는 누군가 들어온 흔적도 나간 흔적도 없는 그야말로 밀폐된 공간이었다. 무의식중에 그 청년이 장인될 사람을 죽였을까? 청년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방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기에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고 과연 그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줄거리가 딴게 아니다. 그냥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고 그 사건의 유력용의자가 진짜 범인이 맞는가에 대해서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내용의 얼개다.
어떻게보면 이 책은 크게 봐서 밀실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속하긴 하지만 법정 미스터리라고도 할수있다. 바로 청년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검찰간의 치열한 법리싸움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책의 등장인물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은 청년의 변호사로 나오는 '메리베일 경'이다.
좀 게으른듯하면서도 엉뚱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치열하고 세밀하고 아주 똑똑한 변호사이다.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생각되었던 사건을 그야말로 먼지같은 증거들에서 진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극적이면서도 설득력있게 치밀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캐릭터가 살아있고 개성있는 성격을 잘 표현해서 이야기에 좀더 쉽게 빠질수가 있었다.

제목인 유다의 창이란것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형식의 창으로, 유럽식 문에 달려있는 창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안을 엿보기 위한 작은 '구멍'이라고 이해하면 될려나. 이 책에서 이 유다의 창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장치여서 이것을 이해하면 사건을 추리해가는데 하나의 큰 실마리가 될듯하다. 다만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라서 그림이나 사진으로 대략적인 모습을 그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실 어떻게보면 참 간단한 사건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추리라는 장르의 특성을 참으로 잘 표현한, 기초가 탄탄한 작품이라고 할수있었다. 내용이 그리 복잡하지도 스럴러있지도 않았지만 밀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나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장면, 그리고 실체를 규명하는 결말의 흐름등이 과연 이 책이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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