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0살 소년이 있다. 집에서는 착하고 귀여운 아들로, 학교에서는 축구 잘하는 멋진 아이였다.
그랬던 그 아이가 열살 생일날, 좋아하는 여자친구와의 첫 데이트를 가지게 된다. 설레이면서도 기분좋았던 데이트가 끝나고 피곤함을 느낀 소년은 잠시 잠을 잔다. 5분을 잤을까, 10분을 잤을까. 문득 잠에서 깨서는 집에 돌아가지만 이미 집은 그가 알고있던 그 집이 아니었다.

7년...잠깐 졸았을뿐인데 7년이 흐른 것이었다. 자신은 열살짜리 꼬맹이일뿐인데 세월은 7년이 흘러버렸다. 엄마도 동생도 나이들었고 좋아했던 여자친구도 어른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세상에 뒤떨어진듯한 그 현실...그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미친것이 아닐까? 아니면 세상이 미쳤나?...
무엇보다, 여자친구를 지켜주겠다고 했던 그 꿈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

7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소년 사쿠의 성장일기라고 할수도 있는 이 책은 상큼하면서도 아련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쿠의 첫 데이트 상대였던 스나오는 7년이 지났지만 사쿠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자신을 지켜주겠다던 어린 사쿠의 그 약속을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17살 청소년이 되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은 스나오는 사실 성장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쿠가 같이 가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인데 7년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중요한 길목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사쿠와 스나오의 성장과 사랑은 어떻게 될까...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청소년에서 어른의 세계로 성장하는것은 어떻게 보면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무도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함께 가지도 않는다.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선택하고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럴때 함께 가 주겠다고, 힘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스나오에게는 사쿠의 그 약속이 큰 힘이 되었고 7년을 기다릴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던 것이다. 

7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사쿠가 돌아올꺼라고 믿은 사람은 사쿠의 엄마와 스나오뿐이었다. 어쩌면 당연한것인지 모른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행방불명이 된지 7년이 지났는데 다시 돌아올꺼라고 믿기가 쉽지 않았을것이다. 그런데 사쿠의 엄마는 어머니라는 위치니만큼 기다림을 이해할수 있지만 스나오의 기다림은 참으로 쉽지 않았을것이다. 그것도 누구한테나 선망받는 예쁘고 착한 스나오였으니 다른 남자들의 구애도 많이 받았을것이다.
그런 스나오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것은 내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7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기다릴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강렬했지만 짧았던 그 감정을 갖고 그토록 오랫동안 믿고 기다릴수 있었을까. 한참을 생각해도 답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또다른 인연을 찾진 않았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했던 책이었다.

힘들게 성장하는 성장소설로도, 산뜻하면서도 아련한 사랑소설로도 읽힐수 있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의 겉표지 그림이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그린 일러스트가 책을 감싸고 있는데 딱 책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파란 하늘과 뭉개구름을 쳐다보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참으로 몽롱하면서도 스잔한 느낌과 함께 따뜻한 기운도 느끼게 해주는 좋은 표지였다.
책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무리없이 잘 되었고 오자나 탈자도 거의 없는거 같다.

어른이 되어 잃어버렸던 어린시절의 순진함과 순수함을 느낄수 있는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어쩌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꿈의 이야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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