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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일제시대가 남긴 여러가지 병폐중 하나는 지금 시대와 이어지는 바로 전의 시대상을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바로 윗시대인 조선시대의 정치사는 잘 알아도(물론 이것도 왜곡해석이 많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불과 40여년이 흘렀을뿐이지만 많은 것이 유실되고 잊혀졌었다.
그것이 최근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이른바 '미시사'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저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치가 어떻고 전쟁이 어떻고 하는 굵직굵직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에 대한 것도 중요한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이 지금과 동떨어지지 않고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전체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라의 통치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왕의 모습,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먹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구분되어 있다.
첫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조선 초에 이미 출산휴가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산모에게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있었다는 것! 요즘 시대에 비추어봤을때 남편에게까지 휴가를 주는걸 꺼려하는데 수백년전에 벌써 그런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것은 놀랄만하다. 다만 그것이 조선 시대내내 시행된것이 아닌게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 시행이되었으면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으뜸가는 복지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두번째 장에서는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바깥세상에 어둡던 그 시절 문순득의 표류기는 참으로 놀랄만하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포기했을것인데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끝내 고향으로 돌아왔을뿐만 아니라 요즘에도 배우기 힘든 외국어를 몇개씩이나 쓸수 있었다는 것이 참 멋져보였다.
오늘날식으로 보자면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임진왜란때 흑인용병이 있었다는 내용에는 빙그레 웃음이 나기까지 했다. 흑인이라고 해서 더 싸움을 잘하는건 아니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신기해여겼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하기야 요즘에도 외국에 나가지 않는 이상 특정 지역을 빼고 외국인을 그리 쉽게 보지는 못하는것 아니겠는가.
그밖에도 코끼리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동물원에서나 볼수 있는 이 희귀한 동물이 수백년전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니 신기한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개고기와 관련된 정약용의 글이나 왜검술을 넘어선 최고의 검객 부자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몰랐던 바로 윗시대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잘 풀어가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중간 중간에 관련된 화보와 참고자료를 실어서 좀더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쓴것이 돋보이는 책이다. 글쓰기도 중고등학생도 충분히 읽을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것이 좋아보였다. 전체적으로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다만 아쉽운 것이 있다면 조선 시대가 수십년이 아닌 오백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였는데 사례로 들었는 여러 이야기들이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후기에서 전기로 왔다갔다하는것은 좀 헷갈리게 했다. 분명 조선 전기와 후기는 시간적인 차이도 나고 여러가지 것이 변할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선 전기, 중기, 후기 정도로 세분해서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들끼리 배치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그럴려면 이 한권이 아니라 친절한 조선사 2,3 등으로 시리즈로 만들어야 하긴 하겠지만.
아무튼 딱딱한 역사책이 아닌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고 그저 역사책에나 나오는 박제화된 이야기가 아닌, 조선시대 사람들을 좀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