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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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언제적 존 그리샴이야? 존 그리샴 작가의 신작 광고를 보고 든 생각이다. 2000년대 초반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영화는 정말 스릴 넘치는 법정 드라마였고 바로 존 그리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몇 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그 이후에 신작이 뜸해서 책을 안 쓰는가 했다. 워낙 읽을 꺼리가 많은 세상이니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신작이라니. 알고 봤더니 작가는 꾸준히 새 책을 내고 있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내에 번역이 잘 안 되었던 것이다. 아마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수입이 안 되어서 그런가.


존 그리샴의 작품은 많은 작품이 영화화될 정도로 재미있다. 현실적인 법의 모습과 교묘히 숨겨진 불법,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스릴감 등은 그를 최고의 법정 스릴러 작가로 부르게 했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작품, 그 명성이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성공회 목사이자 변호사인 컬런 포스트. 그는 '수호자 재단' 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는데 이 단체는 무고한 장기수들의 무죄를 밝히고 그들을 석방시키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평범한 변호사로 살아갔었을 수도 있는 포스트는 여러 일들을 겪고 목사가 된 이후 삶을 뜻있게 보내기로 했고 이 일은 그에게 딱 맞는 것 같다. 단체를 세운 대표도 있고 다른 직원도 있지만 수호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은 포스트다.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의뢰인의 무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


책은 그런 의뢰인의 한 명이 사형 당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죽기 전 마지막 음식을 먹고 있었고 교도소나 검사는 그대로 집행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포스트의 노력 덕택에 집행은 연기되고 시간을 벌게 된다. 그는 여성을 강간 살인한 죄로 사형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결백을 믿은 재단에 의해서 의뢰인이 된 것이다. 


재단이 주목하는 또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다. 그는 변호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었는데 여러 가지 정황상 그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 재단에 의해 또 다른 의뢰인이 되었다.


두 사건 모두 쉽지 않다. 사건이 일어난 지 수 년에서 수 십년이 흘렀고 증거나 증인을 다시 조합하는게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포스트를 중심으로 한 수호자 재단이 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아무나 결백을 주장한다고 해서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서 결백하다는 느낌이 올 때 사건에 뛰어든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당시 수사가 부실을 넘어서 조작을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수호자들은 단단한 판결을 넘어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책은 정말 재미있다. 법정물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재심이 받아들여지고 재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그 오류를 검찰과 법원이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포스트는 시간과 공을 들여 하나씩 하나씩 다시 추적에 들어간다. 수 많은 증인을 한 명씩 한 명씩 만나서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그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의미에서 미국은 참 대단하다 싶다. 선진적인 수사를 하는 미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대충 대충 수사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엉뚱한 사람이 수 십년 옥살이를 해도 양심도 없다. 그에 반면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헌신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역시 미국답다란 생각이 든다.


존 그리샴 작가는 단순하게 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의 문제점과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에 잘 녹여내어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인간적인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사법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 법정물도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억울하게 감옥에 간 사람의 죄를 밝혀 석방시킨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빌드업' 하는 과정이 정말 세련되게 전개되고 있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은 그 자리에서 다 읽어야 내용 정리가 되지 띄엄띄엄 읽으면 사람 이름부터 헷갈릴 수가 있다. 아무튼 존 그리샴은 역시 존 그리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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